쓰다

거실에서 잔다는 것

juo 2022. 7. 26. 01:22

2022. 7. 20.

오전에 오피스텔 하자 보수를 위해 기술자 분이 방문했다. 입주하고선 창가 아래 벽과 바닥을 잇는 실리콘이 떨어진 것을 발견해 접수를 해 놓았는데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야 보수라니. 근본적인 원인은 바닥이 꺼져서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바닥을 전부 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하자면 아무래도 대공사가 될 테니 실리콘만 새로 바르는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내 소유의 집은 아니니 보수를 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작업을 위해 매트와 옷걸이를 옮겼다. 일일 화상 회의를 하는 동안 보수 작업이 완료되었고 나는 점심을 먹으러 출근을 했다가 늦게 귀가했다. 좁은 집 안에 아까 옮겨놓은 위치 그대로 어수선하게 놓인 옷걸이와 매트, 안락의자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실리콘이 마를 때까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데, 위치가 잠자리 바로 옆이라 자면서 실수로 팔을 휘두르다 닿기라도 하면 대형 참사다. 내가 그렇게 잠버릇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왕 매트를 안방에서 밖으로 뺀 김에 이틀 정도는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 1.5룸의 중문 안팎을 안방과 거실로 나눠 부르는 게 적절한 용어인가? 원룸 가운데 미닫이문이 있을 뿐인데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늑한 안방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지 않나.

하지만 안방은 몰라도 이곳은 확실히 거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기하게도 막상 자리를 깔고 누워 보니 정말 옆으로 1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안방"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불을 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그런 걸 보면 그냥 기분 탓 같지만, 예전에 본가에서 거실에 나와 자던 생각이 났다.

본가엔 에어컨이 안방과 거실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여름에 정말 더울 땐 온 가족이 거실로 나와 에어컨을 틀고 자곤 했다. 난 아무도 없는 방에 틀어박혀 벽과 맞닿아 자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내 방에서 선풍기로 버텼고, 정 나와야 할 때는 소파에서 자는 편이었다.

혼자 이러고 있다 보니 괜히 그 때가 그리워진다. 더 옛날엔 다같이 거실에 누워 자기 전에 조그마한 TV로 영화를 보기도 했었는데. 혼자 자는 것을 선호하긴 해도 가끔 거실에 나와 다같이 모여 자는 것에는 뭔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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