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5.
이직한 이후로 처음 받는 건강검진이다. 예약을 오후 1시로 잡아놔서 오전에는 출근해 파트 워크샵에 참여했다. 일을 마치고 한창 북적이는 회사 식당을 뒤로한 채 주린 배를 잡고 L건물로 향했다. 도보로 15분밖에 걸리지 않아 느긋하게 걸어갔다.
검진 전문 시설이다 보니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막힘없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검진이 진행되었다.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대기시간도 짧았다.
인바디 결과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측정 후 담당자 분이 평소에 운동을 하냐고 물어봤다. 내장 지방이 생각보다 적어서 물어봤다고 하시는데, 확실히 나같은 사람은 마른 비만이 되기 쉬울 것 같다. 지금은 나름 건강한 체성분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늙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새 매일 20 ~ 30분 정도씩 간단하게 근육 운동을 하고 있는데 꾸준히 하긴 해야겠다.
위내시경은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수면으로 진행했다. 도저히 몇 십분 동안 입을 계속 벌린 상태로 식도와 내장에 호스가 들락날락하는 것을 온전히 견딜 자신이 없다. 언젠가 한 번쯤 경험하고 싶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혈관에 약이 주사되는 느낌이 들고 몇 초 지나자… 어느새 끝나 있었다. 푹 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잠드는 건 아니고, 기억을 못할 뿐 의식은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얼마간 어지러워 비틀대는 것도 재미있는 느낌이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오후에 검진을 예약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무튼 다음엔 좀더 이른 시간에 검진을 받자고 마음먹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위내시경을 마친 후라 속이 아팠지만 그건 안쪽 문제고 입과 혀는 어서 뭐든 씹고 싶었다. 치과 검진 후 내친 김에 스케일링까지 마치고 나니 15시 30분이 넘었고, 괜찮은 식당은 다 브레이크타임이었다. 가까운 노브랜드 버거에서 적당히 때웠는데 고기 패티가 비건 버거만큼 씹는 맛이 없었다.
이것저것 검사 항목이 많아서 그런지 벌써 결과가 궁금하다. 과연 내 몸의 어느 부분이 고장나고 있을까. 때때로 검진 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뭘 해야 알차게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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