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5.
어제부터 연차를 냈다. 마침 여름 휴가 기간이긴 하지만 딱히 휴가를 갈 생각으로 연차를 쓴 것은 아니고 그냥 쉬고 싶었다. 오늘은 인천에서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본가로 갔다.
부모님이 취미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신 이후 집에는 야채가 항상 넘치나 보다. 호박잎과 가지전을 비롯한 각종 나물 반찬으로 점심을 먹었다. 자취를 하면 유통기한 문제로 야채를 덜 먹게 되기도 하니 나로선 반가운 식단이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소포장 식재료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종류가 많이 부족하다.
저녁에는 J 청첩장 모임이 있었다. J는 여느때처럼 몇 십분을 늦었지만 항상 일관성있게 지각을 하므로 오히려 예측이 쉬웠다. 상견례를 갔다 왔다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그외엔 요새 가전, 가구를 고르느라 고생인 것 같다. 한여름에 숯불 앞에 앉아있으려니 너무 더웠지만 소갈비는 맛있었다.
이자카야를 가고 싶다는 얘기가 나와 검색해 나온 곳으로 적당히 자리를 옮겼는데 “이자카야”라는 단어가 상호에 포함된 호프집에 가까웠다. 슬슬 우리 나이엔 이런 곳도 어울리는 것 같다. 화제가 소설, 만화, 애니, 게임 얘기 대신 자연스레 부동산, 결혼 얘기로 빠지는 것을 보니 현실에 찌든 재미없는 어른이 된 것 같았다.
S 부부는 내일 일이 있어 먼저 가고 Y도 먼저 들어갔다. 나와 T, J는 헤어지기 아쉬워 좀 더 놀기로 했다. 코로나 전에는 횟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었는데, 요새 그렇게 운영하는 집이 있나 모르겠다. 대신 T네 집 앞 편의점에서 술을 사 들고 공원을 몇 바퀴고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J는 아버지의 강요로 교회 사람을 소개받아 만나기 시작했고 그 사람이 지금의 결혼 상대가 되었다. 소개받았다는 것과 기독교인이라는 것 둘 다 내 마음에 안 들지만 참견할 일은 아니니 말을 얹지는 않았다. 상대는 J에게 잘해줬고 J도 이 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데이트를 갈 때마다 우리랑 놀고 싶다고 징징대길래 ‘저 놈 대체 왜 결혼을 하는 거지’ 싶었지만.
좀 더 말을 들어보니 역시 사귀다 보니 관성으로, 아주 나쁜 점이 없어서, 나한테 잘 해줘서, 2년이나 사귀었는데 이제 와 헤어지기 뭐해서 등의 이유로 결혼까지 오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혼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남과 언쟁하는 등의 싫은 일을 모두 자신에게 떠넘기는 듯해 결혼에 회의감이 들었다는 일화를 듣고 좀 안타깝긴 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미래인데 뭐 어쩌겠는가. 이왕 한 김에 알아서 잘 살고 지금까지처럼 우리랑도 자주 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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