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6.
H누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어제 저녁에 본가로 내려왔다. 정장은 결혼식이 아니면 입을 일이 없으니 아예 본가에 가져다 놨고 역시 평소에 맬 일이 없는 허리띠도 이제부터 본가에 비치해놓기로 했다. 적당히 깔끔한 옷을 입고 가도 됐겠지만 옷장에는 온통 청바지와 후드티, 컨퍼런스에서 받은 티셔츠 뿐이라 정장이 가장 무난하다.
이번 결혼식은 금요일 저녁에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 누나와는 전 직장 동기로 만나 꾸준히 친하게 지내면서 범상치 않은 사람이란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역시 결혼식도 남들과는 다르다. 남들 하는 대로 식장에서 하는 것이 편하고 잡음도 적었을 텐데, 여러모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식은 누나의 모교 웨딩홀을 빌려 진행되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와 길을 따라 가자 양쪽으로 플래카드가 늘어서 있었다. 누군가의 졸업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동아리 등의 단체에서 내건 것도 있었지만 한 사람만을 위한 것도 많았다. 이 곳은 인싸들의 학교인가 하고 감탄이 나왔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선 플래카드는 본 기억이 없고 매직으로 손수 작성한 홍보 대자보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러고보니 그 대자보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시절도 있었지.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으로 계단을 오르느라 땀이 나긴 했지만 여름치곤 날이 선선하고 비도 오지 않아 최적의 날씨였다. J형과 만나 누나와 어색하게 사진을 찍었다. 각 잡고 찍는 사진은 항상 적응이 안 된다. 특히 이렇게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자리에선 말이다. 늘어선 전구 조명 아래 달콤한 웰컴 와인을 들고 서서 대화를 하고 있으려니 해외 결혼식에라도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식순 자체는 평범했다. 우리 6명은 뒷편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불려가 꽃 뿌리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사전에 인원을 선정하는 게 아니었구나. J형이 꽃을 낭비하는 바람에 S와 내가 보충해 줬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사고 없이 지나가나 했으나 역시 명불허전 H누나, 두 번째로 부케를 던질 때 부케를 왼쪽 대각선 뒤로 멀리 날려버리는 바람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받으시는 분의 망연자실한 모습을 사진사 분이 바닥에 누워 가면서까지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음식은 괜찮았고 와인과 맥주가 제공된다는 점, 게다가 크래프트 맥주였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역시 술에 진심인 사람이다. 2부 파티에서는 비행기 편지 날리기나 퀴즈같은 소소한 경품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사회자 분이 재미있게 진행해주셔서 많이 웃었다. 여러 결혼식에 다녀왔지만 오늘처럼 재밌고 결혼식다운 결혼식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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