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8.
어제부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나가기로 했다. 볼 거리가 많은 강북 쪽으로 넘어갈까 생각했으나 체감상 좀 더 가까운 올림픽공원으로 갔다. 밝은 햇빛과 선명하게 파란 하늘 아래 넓은 광장이 있었고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길이 여러 갈래 있어 경로를 정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우선 높은 길을 따라 걸었다. 나무 뒤로 롯데타워 등의 건물이 보였다. 넓은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그늘에 돗자리를 펴 놓고 쉬고 있었다. 시애틀 출장 당시 방문했던 Gas Works Park가 생각났다. 한국 도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고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걷다 보니 88잔디마당 내에 먹거리와 맥주를 파는 부스, 그리고 많은 인파가 보였다. 아까에 이어서 시애틀 센터 공원에 방문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무슨 이벤트가 있었는지 사람들과 음식 부스가 아주 많아서 괜히 신이 났었는데, 오늘도 무슨 문화 행사를 하는 걸까? 궁금해서 트위터를 찾아보니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잘은 모르지만 들어가서 뭔가 사먹지는 못할 것 같았다.
해가 기울고 저녁 시간이 되어 근처의 양식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간단한 안주류가 많아 혼자 먹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생맥주와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배를 채웠다. 밖으로 나오자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늦여름의 서늘한 바람이 몸을 간질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탔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버스 내부의 창백한 조명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어두운 밤거리를 보는 느낌이 좋다. 높은 건물과 눈부신 대형 전광판, 상가 건물의 아직 영업중인 가게, 또는 영업이 끝나 푸르스름한 간판이나 내부 조명만 켜져 있는 곳,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의 골목 등을 보면 왠지모를 향수가 느껴진다.
방에 돌아와 씻고 하루를 정리하니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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