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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차려주신 점심밥을 먹고 리디북스에서 『스틸 볼 런』 전권을 결제해 보다가 태풍이 거세지기 전에 서울로 돌아왔다. 냉장고에 반찬이 풍족해 밥을 할까 했으나 오랫동안 냉동실에서 한자리 차지하던 냉동 피자를 해치우기로 했다.
전에 산 통나무 스툴을 끌어와 막 오븐에서 꺼낸 따끈따끈한 피자를 올려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바이올렛 에버가든』 극장판을 봤다. TV판에서 이미 나왔던 소재를 재활용했지만 뻔한 스토리임에도 감동적인 건 감동적인 거라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작화와 연출이 너무 좋은 데다 깔끔한 결말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요새 영상 매체를 보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아진 것 같다. 어제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폭풍수면! 꿈꾸는 세계 대돌격』을 보다가 아래 대사를 말하는 봉미선 역 성우의 연기가 너무 좋아 울 뻔 했다.
누군 야단치고 싶어서 야단치는 줄 알어? 자식을 훌륭히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매는 거야! 너흰 아직 어려서 엄마 마음을 잘 모르지만… 엄마들은 다 그래. 그게 바로 엄마라는 거야. 엄마는 절대 널 미워하지 않아.
짱구 극장판은 애들 만화 주제에 꼭 이렇게 어른을 울게 만드는 장면이 하나 이상씩 있다.
중학생 때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를 보면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울어 봤다. 사람도 많은데 오열을 하고 있으니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 이후로는 사춘기가 끝나서인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요새 다시 눈물이 찔끔 나올 때가 있다. 아직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 정도로 나이를 먹진 않은 것 같고 요새 감동적인 작품을 많이 찾아봐서인 걸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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