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6.
맛있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의 양식을 채울 시기가 이번 달에도 찾아왔다. 스시 오마카세는 저번에 갔으니 이번엔 프랑스 코스 요리를 알아봤다.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건만 대부분의 가게는 1인 예약의 경우 앱에서 예약할 수 없고 전화로 문의하라는 안내문이 뜰 뿐이었다. 비혼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화 생활에 제한이 생길 땐 슬프다.
대신 프랑스 요리 풍의 안주가 제공되는 한남동의 서울브루어리로 갔다. 창가에 바 좌석이 있어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게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은 맥주 샘플러와 감자 테린을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적당히 익었으며 아낌없이 뿌려진 치즈의 느끼함이 맥주와 먹기 딱이었다. 맥주를 모두 비우고 다른 맥주 한 잔과 육회를 주문했다. 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진 육회가 달지 않은 바삭한 패스츄리 위에 예쁘게 얹혀 있었다. 중간중간 잘게 썰린 야채가 아삭하게 씹히면서 식감에 변화를 주는 점이 재밌었다. 디저트까지 먹어보고 싶었지만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은 한계가 있으므로 맥주만 한 잔 더 마시고 자리를 떴다.
낮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밖에 나오자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먹었으니 집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었다. 밤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사진을 찍었다. 뿌연 하늘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동호대교의 조명과 줄줄이 이어진 자동차 불빛이 느낌있었다.
신논현역 인근의 시장에는 포장마차 풍의 술집이 늘어서 있었고 집집마다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오래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술집을 보면 친구들과 와 보고 싶지만, 다들 인천의 좁은 동네 밖으로 나가서까지 놀고 싶지는 않아해서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집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총 한 시간 반이 걸렸고 우산을 든 팔에도 피로가 느껴졌다. 그래도 괜찮은 식당을 갔다 와서 충족감이 느껴졌다.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또 어딘가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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