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발라먹기 번거로운 감자탕

juo 2022. 10. 2. 00:28

2022. 9. 18.

며칠간 피부로 느껴지는 한기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했는데 다시 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윌리스 캐리어 선생님을 다시 노벨상감으로 추대하는 우스갯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도 설거지와 청소를 끝내자마자 에어컨을 켜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땀을 식혔다. 원래는 카페에서 달콤한 것을 먹으며 책을 읽을 생각이었지만 날씨 탓에 밖에 나갈 생각이 싹 가셨고 대신 시원한 집에서 『위쳐』 1권을 완독했다.s

가끔 저녁을 해 먹기가 귀찮은 날이 있고 지금이 딱 그랬다.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서 골목골목을 돌아봤다. 선선한 바람은 이따금 불었지만 걷다 보니 땀이 조금 났다. 항상 문을 여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타코, 초밥집이 보였지만 오늘은 든든하게 쌀이 먹고 싶었다. 중국집 잡채밥 생각이 났지만 문을 닫았길래 근처의 적당한 감자탕 집에 들어갔다.

어렸을 때 살던 집 근처에도 감자탕 집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꾸덕한 국물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볶아 먹는 깜밥까지 맛있었지만 그 땐 감자탕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등뼈에 붙은 살을 시원찮게 바른다고 아버지께 잔소리를 들을 때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등뼈 사이사이에 젓가락을 넣어 쪼갠 후 골수와 연골까지 쪽쪽 빨아 먹는 사람들과 나는 달랐다. 식감이 이질적인 부위는 예나 지금이나 선호하지 않는다. 치킨도 마찬가지로 관절에 붙어 있는 오독오독한 부위는 먹지 않는다. 아깝게 왜 다 버리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건 음식 쓰레기 아냐?’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혼자 식당에 왔으므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된다. 맛좋은 살코기만 발라 먹고 남은 것은 망설임없이 치워 버린다. 얼큰한 국물이 아닌 맑은 양지탕 느낌의 국물이라 취향에 잘 맞진 않았지만 한 끼는 적당히 때웠다.

집에 돌아와 지수에게 고등학생 때 추천받은 『그림 판당고』를 이제사 클리어했다. 옛날 어드벤쳐 게임 특유의 불친절한 퍼즐과 버그 때문에 거의 공략을 옆에 끼고 플레이하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고전은 한 번쯤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비바 라 레볼루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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