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7.
어제 오후 반차를 쓰고 J와 고성으로 왔다. 서핑을 가자는 제안이었다. 오후 늦게 숙소에 도착해 숙소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단체 손님이 와 있어 셀프코너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과기대에서 온 것 같았는데 단체치고는 소란스럽지 않았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엘드리치 호러』에서 승리를 따내 지구를 슈브 니구라스의 손에서 구해낸 후, 회와 술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 침대에 누웠다. 영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라 벼룩잠을 잤다. 방이 더웠는지 땀도 흠뻑 났다.
적당한 식당에서 막국수로 아침을 먹고 서핑 장비 렌탈 샵으로 갔다. 커다란 견공 두 마리가 멀찍이 떨어져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수트가 엄청나게 쫀쫀해 처음엔 팔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모래사장에서 서핑보드를 들고 낑낑대며 이동했다. 무게도 꽤 나갔지만 크기가 크고 손가락 힘만으로 들어야 해서 특히 힘들었다. 준비운동 후 준영이에게 기초 동작에 대해 간단히 강의를 받고 물에 들어갔다. 초보자 입장에선 생각보다 알아야 할 게 적었다. 그러나 배운 대로 실제 행동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보드 위에 서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몇 초 되지 않아 넘어지기 일쑤였다.
해변에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 전세를 낸 기분이었다. 물도 투명해 다리 사이를 요리조리 미끄러지는 물고기가 또렷히 보였다. 멍하니 있다 가끔 다리를 깨물렸다.
평범한 물놀이를 하기엔 매우 좋은 여건이었지만 파도는 그리 강하지 않아 느낌 정도만 맛보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더욱이 한 시간쯤 지나자 바다가 매우 고요해진 것이 느껴졌다. 사진을 좀 찍고 물 위에 멍하니 둥둥 떠서 생각나는 노래를 부르다가 몸이 차가워지는 게 느껴져 결국 뭍으로 올라왔다. J의 말로는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에 또 온다고 하는데, 정말 파도가 괜찮은 날 한 번 정도 더 와볼까 싶다.
저녁 7시 반이 넘어 본가로 돌아와 가방에 옷, 수령한 양주, 보드게임 등을 챙기자 한짐이 되었다. 낑낑대며 서울로 올라오니 밤늦은 시간이 되었다. 내일부턴 다시 출근이다. 회사에서 어려운 일을 혼자 진행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일하기가 싫다. 어떻게든 해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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