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0.
3일 연휴의 마지막, 한글날 대체휴무일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주말인 관계로 공휴일의 자격이 없다. 어젯밤 잠이 도무지 안 와서 Sleep Cycle 앱의 Sleep Aid까지 다 듣고 새벽 늦게 잠든 것치곤 일찍 눈이 떠졌다. 하지만 하루를 좀 더 잠으로 때우고 싶어서 12시가 되어 일어났다.
연휴 동안 식사는 주로 나가서 먹거나 치킨을 시켜 두 번에 나눠서 먹거나 했었다. 하지만 슬슬 어머니가 보내 주신 파김치를 먹어치우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밥솥에 쌀을 안쳤다. 충분히 쉰 2021년 산 배추김치는 두부와 먹기 위해 볶았는데, 늘 그렇듯 간을 안 봤더니 너무 달아졌다. 다음에도 간은 안 볼 것 같고 물엿을 줄여야지 하는 반성과 함께 적당히 끼니를 때웠다.
지난 3일 동안을 돌아보니 전혀 생산적인 일을 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집안일을 끝내자마자 『레거시 코드 활용 전략』 책과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갔다. 카페에서 유자차를 마시며 Rust 공부를 몇 시간 하자 저녁 먹을 시간이 넘었다. 굳이 장소를 옮길 것도 없이 맥주와 안주를 주문해 먹으면서 가져온 책을 읽으려 했지만 카페는 8시에 문을 닫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에 몸이 떨려왔기 때문에 책은 손도 대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카페는 왠지 여름에도 겨울에도 추운 장소 같다.
마지막 식사는 근사하게 마무리하고 싶었으므로 옷을 한 겹 덧입고 맥주와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나섰다. 우선 바스버거로 향했지만 지도 앱에 고지된 영업시간보다 2시간 빠르게 주방 마감 중이었다. 큰길을 건너 아무튼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봤지만 모두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휴일이기도 하니 역삼 근처 음식점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했다.
강남역 쪽으로 내려왔다. 번화가라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였다. 그동안 오레노라멘에 갈 때마다 항상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 대체 뭐 하는 곳인지 궁금했던 쌀국수 가게 땀땀이 보였다. 드물게 한적해 보여서 들어가 봤지만 주방 마감이었다. 아마 주위의 다른 음식점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아예 술집을 가야 하나 생각하며 좀 더 돌아봤지만 번화가답게 혼자 고즈넉하게 술을 마실 만한 곳은 없어 보였다. 이제 정말 갈 곳이 없어 집 근처 편의점에 들어왔다. 끌리는 음식이나 맥주가 없었다. 덜덜 떨며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와인이나 배달시켜 먹을까 했는데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법 때문에 먹고 싶은 와인을 고를 수 없었다. 혼자 사는 처지에 음식을 많이 시켜봤자 음식물 쓰레기봉투만 많이 들뿐이다. 그냥 제일 싼 아무 와인과 함께 음식을 주문했고, 기다리는 동안 전채로 팽이버섯 베이컨 말이를 만들어 헤네시와 먹었다. 배달된 음식은 놀랍지 않게도 무척 따분한 맛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와인도 별로였다.
한 시간 넘게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닌 탓인지 너무 피곤했다. 역시 연휴 마지막 날엔 집에 얌전히 틀어박혀서 보내야 하나 보다. 생각 없이 나른한 음악과 영상미를 즐기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비와 퍼피캣』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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