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0.
JH가 커튼을 걷자 침대 바로 앞의 바다가 보이는 전면 창으로 눈부신 햇빛이 들어와 눈꺼풀에 스몄다. 이번에도 역시 제일 늦게 일어난 것은 나였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평소 주말에는 딱 8시간만 자고 있다. 새벽 늦게 자서 늦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부산까지 왔으니 아침으로 서면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다. 부산 사람이라면 돼지국밥집을 데려가 달라고 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집이 다섯 곳 이상은 되는 돼지국밥 광인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D는 생각보다 아는 곳이 없었다.
소문난 돼지국밥이라는 집이 괜찮다고 해서 안내를 받아 왔는데 폐업한 건지 공실이었다. 그 오른쪽의 가게는 줄이 엄청났다. 돼지국밥집이 저곳만 있는 곳도 아닌데 굳이 저곳에만 줄을 서는 행위가 이젠 살짝 이해가 안 된다. 우린 D가 두 번째로 추천한 다른 가게로 들어갔는데 살코기가 많고 국물이 맛있어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다. 알고 보니 소문난 돼지국밥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전한 모양이다.
KTX 시간이 되기 전에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다. D는 말만 들어봤을 때는 아내랑 성격이 잘 맞지 않아 많이 싸우고 고통받는 것 같지만 결혼한 사람들이 항상 하는 영양가 없는 푸념인지 모르겠다. 결혼은커녕 연인도 만들 생각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혼자란 참 신기한 존재다.
JH와는 기차를 따로 예약했으므로 역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다른 칸으로 들어갔다. 나는 동대구역까지 앉아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다 이후 입석으로 전환했다. 지스타 때문인지 사람이 많았다. 좁은 통로에 인구밀도가 너무 높았는데 입석 티켓을 너무 많이 파는 게 아닌가 싶다. 다리가 아픈 것을 잊기 위해 가져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는데 이내 목과 어깨도 아파왔다. 다행히 수원역부터는 빈자리가 생겨 다시 앉을 수 있었다.
서울역에서 내리는 것으로 표를 끊었지만 지도를 보자 영등포에서 내리는 것이 나았다. 주변에 위치한 더 현대 서울, 한강공원을 들를지 고려해보다 카메라도 없을뿐더러 쉬고 싶었으므로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주말을 알차게 지내긴 했지만 내일이 평일이란 것이 믿기지 않는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다. 달력에 회식, 약속, 개인 일정이 가득한 연말 분위기에 몸을 맡겨야 할 계절이지만 여전히 회사 일 때문에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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