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선글라스, 라이트스트립 구입

juo 2022. 12. 7. 00:14

2022. 11. 30.

새 장난감으로 필립스에서 나온 PC 모니터용 그라디언트 라이트스트립과 휴 싱크박스를 샀다. 때문에 추가 전원이 두 개 더 필요해져 멀티탭 10구도 같이 샀다. 주문한 모든 물건이 오늘 내로 배송될 예정이었다. 새 장난감이 왔으면 설치하고 즐길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므로 휴가를 썼다. 어제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들었지만 늦게 일어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침마다 피곤에 절은 신음소리를 내며 이대로 다시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 왔는데, 몇 시까지 자면 개운할 수 있을지 매번 궁금했다. 실험 결과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잠이 줄어든 것 같다. 2시에 잤을 경우 의외로 9시 30분에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방 안 공기가 서늘했고 반면 이불 안은 더없이 따뜻했으므로 그대로 몇십 분 더 누워 있었다.

자고 있던 사이 도착한 문자를 확인해 보니 배송은 15시나 넘어 완료된다고 한다.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보단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했다. 바로 생애 첫 선글라스를 사는 것이다. 3년 전 안경을 맞췄던 충무로에 있는 안경점을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도중에 멘쇼쿠에 들러 타이 시오라멘을 맛보려 했지만 메뉴에서 사라진 것 같아 대신 니보시 파이탄을 골랐다. 먹을 만은 했지만 라멘은 항상 상상보다 기름진 음식이다.

안경점은 여전히 좁았다. 선글라스를 사고 싶다고 하자 사장님이 이런저런 모양의 테를 내주셔서 하나하나 써 봤다. 초등학생 1학년 2학기 때부터 안경을 쓴 나는 어지간하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데, 안경을 안 써도 잘 보였으면 하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재밌게도 안경을 고를 때다. 새 안경을 쓴 내 모습을 보려면 거울 앞 5cm까지 다가가야 한다.

항상 테가 얇으면서 탑 바가 있거나 일반 안경처럼 빈티지하고 큰 선글라스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써 보니 영 이상했다. 이럴 때 동생이라도 데려왔으면 어울리는 걸 어울린다고 하고 안 어울린다면 욕을 했을 텐데, 혼자 고르려니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안경걸이가 못나서 안경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어울리는 것 같은 플라스틱 테를 골랐다.

집으로 돌아왔다. 라이트스트립은 배송 예상 시간보다 3시간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모든 케이블 타이를 자르고 멀티탭 교체 후 설치를 진행했다. 모니터 암 위치도 바꿔 봤지만 선 길이 등의 한계로 결국 그대로 유지했다. 이제 이 집에서 이런 대형 공사를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원래 넷플릭스로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를 볼 때 몰입감을 주기 위함이 주목적이었지만, 그놈의 DRM 때문에 싱크를 켜면 검은 화면만 나온다. 넷플릭스에 다달이 돈을 내고 있음에도 라이트스트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어디서 불법 다운로드를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무드등 용도로는 매우 만족스럽다. 이곳이 내 집이었다면 선배처럼 집안의 모든 조명을 필립스로 갈아치우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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