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6.
작년에 이 회사로 이직했을 때는 한창 코로나가 유행일 시기였다.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해외에서 진행되었을 신입 교육은 모두 녹화된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여기서 내가 몸담게 된 팀은 듣기론 “이 회사에서 제일 이 회사답지 않은” 조직인 데다, 예전 팀원들과 여기서도 같이 일하고 있다. 즉 문화가 좋은 회사라곤 하지만 정작 이 회사의 문화를 맛볼 기회라곤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오늘 입사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Year End Party가 열렸다. 기본적으로 감정 변화가 별로 없는 성격상 들떠있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미리 행사 일정을 훑어보기도 하고 겨울 장식물 만들기 클래스도 신청해 놓았다.
낮 동안은 업무에 힘쓰다 시간이 되어 주위 분들과 이벤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같이 즉석 사진을 찍고, 회사 곳곳에 숨겨진 코인 바우처를 찾고, DIY 굿즈(아크릴 무드등, 과자집)를 받았다. 아래로 내려가자 personal color 찾기, 타로, 캐리커쳐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슬롯이 차 있었다. 대신 바로 옆에 있는 카지노로 가 상당수의 코인을 블랙잭에 탕진하고 말았다. 최대 30 코인 배팅 & 5회 제한이 없었다면 더 불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닌가?
시간이 되어 장식물 만들기 클래스를 들으러 갔다. 틀에 왁스를 넣고 굳힌 후 위에 솔방울 등을 얹어 만드는 라벤더 향기가 나는 장식물이었다. 알루미늄 포일로 달 모양 틀을 만들었고 쭈글쭈글한 장식물이 연성되었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어서 방 안의 탁상용 트리에 매달아 놓았다. 과적 우려가 있어 보인다.
클래스가 끝나고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이 되는 메인 이벤트 회장으로 올라갔다. 먼저 회사에 관련된 퀴즈 대회가 열렸고 150명 중 90등 정도로 게임을 마쳤다. 다음으론 하루 동안 모은 코인으로 참가 가능한 경매가 있었다. 팀에서 모은 코인을 한 사람에게 모으는 것이 가능해서, 애초에 참가 인원이 거의 없었던 우리 팀과는 부르는 코인의 액수가 달랐다. 그래도 JS님이 여러 사람의 코인을 모아 히트텍을 하나 얻어가셨다.
이후 short video 콘테스트가 있었다. 아이나 고양이, 가족 영상도 좋긴 했지만 제일 인상 깊게 본 것은 팀원들과 찍은 영상이었다. 우리 팀과는 다르게 회사생활을 정말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시는 것 같아 부러웠다. 엔지니어라는 직군의 문제인지, 평균 나이대의 문제인지, 기혼자 비율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이 회사답지 않은 조직이란 말이 다시 와닿았다.
이벤트가 끝나고 경매에서 다 못 쓴 코인은 경품 추첨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앞에 줄 선 분들이 모두 가져간 후였다. 그러니까 전리품으로 코인이 남은 셈이다. 주최 측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앞선 이벤트를 재밌게 즐겼으므로 나름 만족스러웠다.
성실하게 최대한 많은 이벤트에 참가하느라 밤까지 저녁 식사를 하지 못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케이터링 서비스와 칵테일 바를 운영 중이었다. 혈당이 부족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안주를 보이는 대로 집어 오고, 맥주와 칵테일을 가져와 먹기 시작했다. 혼자였어도 꿋꿋이 먹을 생각이긴 했지만 JH님이 아직까지 남아계셔서 같이 늦은 저녁을 먹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팀은 아직까지 많이들 남아 왁자지껄하게 놀고 있었다. 반면 메일 알림을 보니 우리 팀에는 이 시간까지도 커밋을 올리는 분이 계신 모양이었다. 바 운영이 끝나갈 시간이라 마지막으로 칵테일 두 잔(보드카 많이)을 더 받아와 마셨다. 내년에는 가능하면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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