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모임 총무의 고난

juo 2022. 12. 18. 19:58

2022. 12. 9.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동네 친구들 연말 모임 날짜가 잡혔다. 총 11인 중 8명, 6명이 가능한 날짜가 각각 있었고 당연히 더 많은 인원이 가능한 날을 골랐다. 몇 년 전에는 복작복작 모두 모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이나 집안, 직장 문제로 각자 일이 있을 테니 이것도 많이 모인 거라고 본다.

하지만 날이 가까워지도록 식당을 정할 의지가 없어 보이길래 내가 총대를 매 적당한 프랑스 식당을 찾아 예약했다. 그리고 며칠 전 S가 그날 다른 일정이 있다고 빠졌다. 달력에 모든 약속을 기록해놓는 나는 왜 미리 겹치는 일정을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일찍 얘기를 해 줘서 그러려니 하고 식당에 변경 요청을 했다.

식당에서 미리 메뉴를 전달해달라 해서 남은 7명이 채팅방을 만들어 논의를 했다. 다 정해지니 이번엔 J가 갑자기 못 갈 것 같다고 빠졌다. G가 따로 물어보니 너무 비싼 것 같아서란다. 식당을 정할 때도 메뉴를 정할 때도 별 말이 없더니. 또 식당에 연락을 해야 하나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G가 개인적으로 얘기해서 다시 오기로 했다. 더 이상의 변경은 없겠지 싶어 식당에 메뉴를 전달했다.

그리고 결국 조부상으로 J가 빠지게 되었고 메뉴를 다시 정해 인원 변경과 메뉴 수정을 한 번 더 식당에 요청했다. 식당에선 뭐라고 생각할지. 모임 주최가 이렇게 힘들다. 그나마 이 친구들은 모일 의지와 의견 표명은 비교적 활발해 괜찮은 편이다.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내가 맸을 뿐.

반면 어느 작은 그룹에서 가능한지 어떤지 대답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애매하다. 이 경우 한 사람 한 사람의 비율이 커서 따로 연락을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맘 같아선 거절의 의미로 간주하고 빼고 싶지만 결국 참다못해 물어보면 참가한다는 경우가 많아 맘대로 뺄 수도 없다. 회사 업무 할 때도 답변이 안 와서 "a kindly reminder"를 계속 보내야 하는 상황이 정말 싫었는데.

아무도 총대를 안 메면 싫어도 답답해서 내가 나서는 편이지만, 아예 연락이 없는 그룹은 관심을 끊는다. 난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고 보통 단체방을 이용하는 편인데, 다들 결혼 후의 일로 바빠지면 간간이 올라오던 잡담도 점점 사라지고 방 자체가 기억들의 무덤이 되곤 한다. 시간 많은 내가 굳이 바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뭐하다. 정 만나고 싶으면 그쪽에서 먼저 말하겠지.

아무튼 모임 총무는 힘든 일이다. 누군가 총대를 멘다면 감사를 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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