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9.
핸드크림을 사서 쓸 일이 내게 있을지, 작년까지의 나는 그렇게 생각헀다. 약한 수준의 다한증으로 손바닥에는 항상 땀이 나 갈라질 일이 없고, 손등도 항상 보드라운 편이었다. 그래서 핸드크림을 선물로 받게 되면 부모님께 드리곤 했으며 친구가 핸드크림을 꺼내며 쓰겠냐고 물으면 보통 거절했다.
헌데 올 겨울 오른손 손등을 쓰다듬자 거칠거칠한 것이 느껴졌다. 눈으로 봐도 허옇게 살이 튼 것이 보인다. 타고난 체질이 아니라 나이의 문제였던 것일까.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잡동사니 파우치의 히말라야 립밤으로 응급처치를 하다 생각난 김에 퇴근길에 있는 올리브영으로 핸드크림을 사러 갔다.
복숭아처럼 새콤달콤한 향을 좋아하지만 핸드크림은 향수가 아니라 그런지 강렬하게 맛있는 향은 나지 않았다. 고민하다 꽃무늬 패키지가 예쁜 캐스키드슨으로 골랐다. 은은하게 나는 사과향이 맛있게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충격적이거나 놀랍진 않지만서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꾸준히 노화가 진행중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현상은 갑작스레 찾아오고 우리는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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