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31.
30일인 어제 가족들과 르꼬숑에 가서 디너 코스와 와인 두 병에 글라스 두 잔을 더 추가해 먹었다. 파인다이닝답게 사악한 가격을 자랑했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사 놓은 소금집 햄, 치즈, 캐러멜이 올라간 사퀴테리 보드를 준비했다. 아버지는 먼저 주무셨고 어머니도 도중에 먼저 자러 가셨다. 주희와 나는 까 놓은 술을 마저 해치우고 연태 하이볼을 만들어먹으며 4시까지 애니메이션을 봤다.
당연히 늦게 일어났다. 점심을 먹고 가져온 책 『우리편 편향』을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빈둥거렸다. 동생은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2022년의 마지막 날을 불태우기 위해 나갔다. 역시 인싸에다 젊어선지 아직 같이 놀 친구들이 많은가보다. 내 친구들은 슬프게도 술을 즐기는 사람부터가 별로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이. 술자리를 같이 할 만한 몇 안 되는 친구들은 다들 예정이 있다. T는 FF14 부대원들과 함께 파돋이를 본다. Y는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하며 오늘도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 블랙 기업 L로지스의 우수노예인 J는 오늘도 내일도 근무다. 근무가 아니었어도 아내에 의해 강제로 예배를 갔겠지만. 인천에 혼자 마실 만한 곳은 없으니 나도 얌전히 집에서 부모님과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간단하게 신년 축하를 했다. 어차피 자정이 되면 둘 다 주무시고 계실 것 같아 조금 일찍 시작하고 끝냈다.
코인 노래방이라도 갈까 했으나 날씨도 춥고 이 새벽에는 문을 닫았을 것 같아 집에 머물렀다. 대신 랩탑을 열어 Rust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좀 막막했는데 일단 시동이 걸리니 재미도 있었고 집중하게 된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기네스 오리지널을 홀짝이며 코딩을 하다 보니 다시 새벽 4시가 되었다. 새해 첫 날의 괜찮은 시작인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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