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다시 여행 준비

juo 2023. 1. 25. 23:45

2023. 1. 16.

예전에 본가에 갔을 때 동생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작당모의를 했고 슬슬 계획을 구체화할 때가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거의 일본인 취급을 받고 있는 J를 데리고 가면 좀 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준비 중인 시험이 있는 모양이라 적어도 여름까지는 같이 놀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카루이자와/쿠사츠 지역을 가 보라고 추천받았다. 해외여행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별로 의욕이 나지 않았지만 갈 만한 곳을 대충 찾아 놓았다.

난 나를 못 믿는 것만큼이나 남을 믿지 못한다. 따라서 항상 그랬듯 일정과 호텔, 식당 예약은 내가 하겠지만 이번엔 비행기 예약 정도는 동생에게 맡겨 봤다. 보내온 스크린샷의 가격, 시간과 항공편은 적절해 보였지만 수수료라든지 이것저것 추가되어 인당 약 85만 원 정도로 예약이 되었다길래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일하다 말고 황급히 동일 시간대의 항공편을 찾아봤는데 60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되는 것 같았다.

동생은 최저가 앱 검색 결과로 나온 Mytrip이라는 이상한 해외 사이트에서 예약을 한 모양이다. 환불이 늦고 어렵기로 악명이 높길래 걱정했다. 영어로 전화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얘가 못 하면 내가 해야 할 텐데…’ 생각했지만 요새는 웹사이트에서 채팅 상담을 지원해 다행히 13만원 정도의 수수료만 제외하고 환불 처리가 되었다. 좋은 경험 했다 치라고 가볍게 말하긴 했지만 나도 내심 속이 탔다. 결제 전에 한 번 더 확인할 걸, 그냥 내가 할 걸 그랬나, 아직도 이렇게 실수하면 나중에 혼자 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려고. 비행기 예약은 그냥 내가 한다고 했다. 동생도 머리가 아플 것이고 나도 그게 맘 편할 것 같았다.

저녁에는 주말에 찍은 사진을 들고 강남구청으로 여권 발급 신청을 하러 갔다. 재발급의 경우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지만 버스를 타면 금방이기도 하고 근처에 가 보고 싶은 음식점도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 대기인원이 40명이 넘었다. 다시 해외여행 붐이 온 것인가. 한 시간쯤 기다리며 앞 공무원 분의 응대를 계속 듣고 있었는데 정말 너무 친절하셔서 내 담당이 아님에도 “칭찬합시다”같은 제도가 있었으면 추천을 넣고 싶을 정도였다. 야근인데다 업무 특성상 준비 미비로 거부당하고 짜증 내는 진상들도 많을 텐데.

내 차례가 왔다. 사진상 얼굴 한 쪽에 그늘이 살짝 지고 눈동자에 플래시 반사광이 살짝 비춰 다시 찍어야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신청해 달라고 했다. 다시 시간을 내 미용실에 가 돈을 내고 길디긴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야 하는 데다 사진 찍는 비용도 꽤 되니까.

옆 창구에선 한 커플이 상담받고 있었는데, 여자 분이 기한이 많이 남았는데도 굳이 여권을 새로 하겠다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급한 것 같은데 금방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하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직원 분이 기존 여권을 쓰는 게 어떻겠냐 묻자 그건 또 싫다고. 사유가 뭔지 결론이 어떻게 날지 좀 궁금했지만 식당이 닫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해서 빨리 자리를 떴다.

VOID 펀칭이 된 예전 여권을 펼쳐봤다. 10년 전 인도로 첫 해외여행을 갈 때 발급받은 여권은 딱 오늘까지가 유효기간이었다. 그동안 출장이다 여행이다 참 많이도 나다닌 것 같은데 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이번 여행을 시작으로 다시 부지런히 이곳저곳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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