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니지모리 스튜디오 료칸

juo 2023. 2. 11. 17:57

2022. 1. 22.

설 연휴 중에 가족들과 니지모리 스튜디오 료칸에 놀러가 묵기로 했다. 일제가 없애려 했던 음력설 당일에 일본풍 테마파크에 방문해도 되나 싶었지만 대표자가 한국인이니까. 료칸 숙박비가 4인 100만원이 넘는단 것을 듣고 “이럴 거면 차라리 일본으로 가자.”라 하고 비행기 값을 검색해봤는데, 그냥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도 운전은 내가 한다고 나섰다. 불운하게도 작은 사고가 있었다. 음료를 픽업하러 스타벅스를 가는 길에 옆 차의 사이드미러를 살짝 친 것이다. 처음 내 보는 사고에 당황해 어쩔 줄 몰랐지만 아버지가 우선 멈춰 깜빡이를 켜라 하시고 그 차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차주는 똥씹은 표정이었지만 외관상 손상이 없어선지 천만다행으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팰리세이드가 차 폭이 넓긴 한가보다. 대형 차를 운전할 땐 차 폭에 대한 인식 캘리브레이션을 잊지 않는 걸로.

스튜디오 내부는 일본풍으로 잘 꾸며놨지만 넓지 않아 컨텐츠가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좀 때웠다. 갑자기 콧수염 고양이가 나타나 내부를 쏘다니길래 새로 산 탐론 70-180mm 렌즈를 시험해 봤다. 처음 써 보는 망원렌즈라 실내에서 다루기는 힘들었다. 실외에서 몇 장을 더 찍어 봤다. 인물 사진이 예쁘게 나왔으나 풍경을 찍을 때는 기존에 쓰던 녀석이 더 쓰기 편했다. 렌즈 교체가 귀찮아 카메라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료칸 방 내부는 큼지막했고 2층까지 있었다. 오래된 소품이 방 곳곳에 준비되어 있었고 말로만 듣던 축음기가 비치되어 있어 원하는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 내가 아는 아티스트는 해바라기, 015B, ABBA 정도였다. 바이닐을 실제로 듣는 것은 처음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음질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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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중앙의 연못이 얼어 얼음썰매를 탈 수 있었다. 쌓인 눈 때문에 앞뒤로 어느 정도 왕복해 움직일 뿐이었지만. 료칸 패키지에 포함된 1인 무료 기모노 대여권은 동생이 사용했는데 춥고 움직이기 불편하다 보니 한 바퀴 돌고 식사 전에 바로 반납했다. 착장 시간 15분을 제외하면 총 30분 정도 빌린 듯하다. 어느덧 어두워지고 료칸 미이용 고객이 떠나자 사람이 확 줄었다. 저녁은 내부 식당에서 먹었는데 일본풍이라는 느낌은 났지만 아쉽게도 가격에 비해 퀄리티는 썩 좋지 않았다.

좀더 시간을 보내다 내부 이자카야에 가서 가라아게와 오꼬노미야끼를 시켜 놓고 도쿠리 세 잔과 하이볼 한 잔을 비웠다.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안주는 모노마트 같은 곳에서 주문해 조리만 하는 것일 테지만 아무튼 먹을만했다. 타코와사비가 서비스로 나왔다. 옆에는 뜬금없게도 성인용품 매장이 있었다.

료칸에서 설을 맞이해 후쿠와라이를 준비해 줘서 해 봤다. 하는 동안 다들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고 내가 만든 것이 가장 엉망진창이었다. 코는 거꾸로 붙고 볼 화장이 눈을 덮었다. 다른 가족들도 재밌는 얼굴이 나오긴 했지만 대체로 얼굴의 형상은 유지한 편이었다. 내가 좀 대충 한 감이 있긴 했지만 너무들 잘하려고 한다니까.

간단히 히노끼탕에 몸을 담구고 나온 후 가게에서 사온 과자와 맥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비싼 감이 있는 곳이지만 재밌게 웃고 즐겼으니 됐다. 추석에는 어디로 여행을 가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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