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8.
어제는 몸이 안 좋아 일찍 잤고 늦게 일어났다. 새벽에 업무 메시지가 온 것을 보고 답변을 바로 하고 싶었지만 잠결에 일하다 무슨 헛소리를 할지 몰라 다시 잤다. 동료와의 타임존이 다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열이 나지는 않는데 목 안쪽을 포함해 입안이 여기저기 헌 느낌이 났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 건강 챙기기 따위의 이유는 아니고, 어제 고등어 한 마리를 사다 조림을 해 놓은 것이 상하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거칠거칠한 고등어 살을 씹어 삼키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생산성 있는 일은 접어두고 밀도 낮게 쉬다 예매해 둔 요팟시 공개녹음을 보러 나왔다. 코로나 이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XSFM의 팟캐스트 그알싫, 요팟시는 첫 방송부터 듣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UMC의 음악을 좋아했었다 보니 자연스레 유입이 되었다. 시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듣고, 재미있는 사연과 좋은 음악도 많이 추천받았다. 미국 출장 중 모바일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도 XSFM과 함께했고, 공개녹음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몸이 아팠을 때를 빼고는 부산까지도 꼬박꼬박 찾아갔다. 출퇴근 전철에서 잘 듣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 입문까지 했다.
요팟시에 사연을 많이 보내고 싶었지만 사람을 만나야 좋게 되는 일(좆되는 일의 요팟시 은어)도 생길 텐데 직장인 특성상 만나는 사람이라곤 회사 사람밖에 없고, 회사 하소연을 공개적으로 외부에 할 수도 없는 데다 재밌는 내용도 아니기에 수동적인 시청자로의 소임을 다할 뿐이었다. 어렸을 때 있었던 과잉치 적출 얘기를 길게 쓴 것이 한 번 선정되어 본 적은 있다.
이직 후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음악을 들을 일이 없어진 만큼 팟캐스트 또한 점차 듣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는 자기 전에 그알싫의 관심있는 주제만 골라 듣는 편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안승준님이 그만둔다는 얘기와 그에 따른 공개녹음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예매하기엔 늦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2층 맨 앞자리가 남아 있었다. 혜인 누나도 초대할까 싶었지만 지금은 듣는지도 모르겠고 결혼한 사람 불러내기도 뭐 해 소식만 전했다.
공연장은 집에서 도보로 불과 20분 거리였다. 이게 서울에 산다는 것인가. 매번 무슨 공연을 가도 1시간 반 이상 걸려 이동해야 했었는데, 신선하다. 공개녹음에선 매번 제일 멀리서 온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전통이 있는데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준다면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안 들은지 꽤 되어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너무 재밌게 들었고 그만큼 아쉽기도 하다. 모든 것은 변하고 안승준 님도 평생 요팟셔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지만 내향형 인간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그냥 나왔다. 본가에서 안승준 님의 CD라도 가지고 왔다면 줄을 섰을 테지만. 항상 응원할게요.
금방 온 만큼 금방 집으로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었다. 저녁으로 집 바로 앞의 스웨덴 가정식 가게를 갈까 했으나 술을 곁들이면 상태가 악화될 것 같기도 했고 폐점 40분 전이기도 해서 그냥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기를 마무리하고 안승준의 『My Last Song』을 듣고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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