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영양에서 다시 일상으로

juo 2023. 2. 27. 22:20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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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추웠지만 이불이 두껍고 전기장판이 뜨끈해 불편하지 않게 잤다. 아침부터 일어나 거실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일 늦게 일어나고야 말았다. 휴일에는 적어도 11시까진 자야 하는 것 아닐까? 아침은 어제 먹지 못한 소고기를 썰어 넣은 짜슐랭과 밀키트 김치찌개였다.

체크아웃 후 주인 분들께서 직접 아궁이에서 볶은 커피를 대접해 주셨다. 고소하고 적당한 산미가 느껴졌다. 우리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난자를 한 판 더 즐겼다. 플레이어 사이에 흥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재밌을 것 같아 골라온 게임인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이 점에 관심을 보이며 구입해 놓을지 고민하시는 듯했다. 인스타에 우리가 노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도 하셨다. 나쁘지 않은 플레이라고 생각했는데 S와 사이좋게 공동 꼴찌를 했다.

숙소를 떠나 죽파리 자작나무 숲으로 갔다. 꽤나 먼 길을 올라가야 했다. 화담숲의 자작나무 숲도 예쁘게 잘 꾸며놓긴 했지만 이곳은 자연적으로 생긴 곳이라 규모 면에서 엄청났고 야생의 맛이 있었다. 숲이라기보단 산에 가까웠다. 중간쯤 오르다 내려왔다.

다음 코스로 가는 도중 창 밖으로 보이는 이상한 구조물을 보고 누군가 “저게 뭐야?”라고 외쳤다. 바로 차를 근처에 대고 가 봤다. 이것이 여행이지. 정체는 일월용화광산 선광장이었다. 일제에서 수탈을 위해 만든 광산이라고 한다. 생산실적을 읽어보니 신기한 생김새에 비해 생산량은 변변치 않았던 것 같았다.

원래 목적지인 태백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좁은 경사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아래가 탁 트여 카니발처럼 커다란 차로 올라가려니 굴러떨어질까 겁이 났다. 위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풍력발전기가 여럿 줄지어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지만 그 자체로 탁 트인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제 마트에서 장 볼 때 구입한, 그리고 10분도 안 되어 찢어진 쇼핑백을 타고 경사길에서 썰매를 타며 놀았다. 30살이 넘어서까지 이러고 있냐는 소리가 나왔지만 아마 우린 10년 후에도 똑같을 것이다.

마지막은 영덕까지 가서 킹크랩을 먹었다. 영덕 하면 대게라지만 솔직히 대게는 별로 맛이 없고 이에 다들 동의하는 바였다. 대부분의 가게에 물량이 없어 한 곳을 어렵게 찾았다. 스끼다시나 볶음밥, 라면 등의 요리는 죄다 별로여서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정도였지만, 킹크랩은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수율이었다.

돌아올 때는 우리집부터 들렀다. 사진은 적당히 거르기만 하고 내일 제대로 편집하기로 했다. 돌아보니 짧은 기간 알차게 놀았다. 여행이 재미있을 때는 다른 지인들, 업무, SNS와 커뮤니티 트렌드 같은 여행 외적인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된다. J가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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