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5.
학교에서 시키지 않으면 작품을 감상하고 후기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인기 있는 작품이라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평이 다 읽을 수 없이 넘치므로 나는 그 무더기에 말을 얹을 필요 없이 이를 읽고 공감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기도 하고, 이 곡은 주제가 너무 맘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떠오른 것을 써 나가기 시작했다.
우주는 과학 좀 좋아한다는 모든 어린아이들에게 그렇듯 내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무한히 넓고 무한한 수의 별이 있지만 서로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외로운 공간이자 언젠가 죽게 되면 돌아가야 할 곳이다.
그런 우주를 테마로 한 윤하의 6집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는 알았지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올 2월에서야 구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사건의 지평선』과 『오르트구름』을 먼저 듣기 시작해 노래방에서 친구와 부르기도 했다.
그 두 노래도 좋았지만 앨범을 처음부터 듣다 보니 『별의 조각』이란 곡이 귀에 꽂혔다. 내가 생각했던 우주의 이미지에 잘 맞는 내용과 멜로디를 갖고 있었다.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우리들은 왜 여기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직이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외로운 음색이 너무 좋다. 중간에 분위기가 고조되면서는 하늘에 유성우가 떨어지며 형형색색으로 빛을 내는 모습이 연상된다.
가사를 "사람"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내가 항상 고민하는 주제인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해 해석하게 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드는지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선택과 우연에 의해 이 직업을 가졌지만 확신은 없다. 대부분의 회사원처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찾을 물질적/심적 여유가 없기에 계속하는 거지. 그런 면에서 가사의 화자는 정말 행복하고 부러운 사람이다. 이 넓은 우주에서 자신이 있을 장소를 찾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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