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4.
TRPG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최근엔 유튜브에 자신들의 리플레이를 올려놓는 채널도 많아 가끔 챙겨본다. 하지만 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없는, 상상력이 부족한 데다 감정이입도 못하는 사람이다. 과연 내가 이걸 몰입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모임에 끼어들었다가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닐까 싶어 접어두고 있었는데 J가 TRPG에 관심을 가지길래 한 번 휴가를 쓰고 세션을 갖기로 했다.
예전에 구입한 초여명에서 나온 CoC 입문용 세트에 입문용 시나리오가 있어 그걸 하기로 했다. 오늘은 휴가를 쓰고 어제 늦게 회사 일을 끝마쳤다. 그리고 새벽에 룰북을 정독하며 요약본을 만들었다.
점심에 J가 와 집 앞 수제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 시작했다. 나도 어제 잠은 자야 했으므로 시나리오를 완벽히 숙지할 시간은 없어 실수가 한두 군데 있었다. J도 처음이고 나도 처음이고 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지만 최대한 주워들은 대로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시간 좀 넘는 짧은 시나리오였고, 좀 돌아가긴 했지만 여튼 끝을 봤다.
다행히 J는 만족해 주었고 나도 마스터링을 하는게 썩 나쁘진 않았다. 당연히 내 성격상 이야기에 몰입하는 느낌은 없었고,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거나 보드게임의 규칙대로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데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J는 내가 조사자가 되어 플레이해 보자고 제안했다. 꽤 재밌었나 보다. 나도 조사자가 되는 건 어떤 느낌일지 알고 싶었지만 룰북도 시나리오도 읽지 않은 J가 마스터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다. 난 나를 믿지 못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믿지 못한다.
두 시간을 계속해 말하다 보니 역시 목이 아파서 기침이 났다. 말을 할 때 발성이 좋지 않은 건지. 다른 시나리오도 해 보고 싶지만 조사자 2인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역시 TRPG의 가장 어려운 것은 “제대로 즐길 만한”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결혼한 친구들은 논외고, 그외 달리 생각나는 친구들이 없다.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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