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3.
작년에 부모님의 농막에서 모여 놀았던 게 맘에 들었는지, S가 더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놀러 가자고 운을 띄웠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장을 봐다가 다시 한번 농막에 집결했다.
도착하니 아버지가 밭일을 하고 계셨다. 회사 일도 바쁘다면서 취미로 농사까지 하시는 걸 보면 정말 가만히는 못 있는 성격이다. 주로 혼자 집 안에 있길 선호하는 나와는 천지차이다.
쪽파가 농막 바닥에 널려 있었는데 마늘인 줄 알고 몇 개 까다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통나무에 재배 중인 버섯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 가져다 놓은 가정용 블루투스 스피커가 다행히 아직 동작해 음악을 틀었다. 일교차를 그대로 받다 보니 음질은 좀 떨어진 것 같다.
밭에 나가 상추와 마늘, 양파를 먹을 만큼 수확했다. 상추는 정말 안 따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늘어나는 것 같다. 나무에 앵두가 탐스럽게 열려 있어 처음으로 먹어봤다. 새콤달콤했고 과일이라기보단 “나무열매”라는 느낌이 들었다. 산딸기보단 맛있다.
T는 전날 야간 근무가 있어서 수면을 취한 후 조금 늦게 도착했다. S는 이번에 구입했다는 가스통과 커다란 그리들을 설치 후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숯불 직화에 비하면 아주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밖에서 먹으니 분위기가 좋았다. 여전히 밭에 계신 아버지께도 쌈을 싸다 가져다 드리면서 버섯, 소시지, 양파 등을 추가로 구웠다. 두 번째 메뉴로는 닭갈비와 볶음밥을 해 먹었다. 급히 밭에서 깻잎을 따 와 넣었는데 향이 강해 좋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정리를 마치고 농막으로 들어갔다. 과자를 펼쳐 놓고 내가 서울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내려온 보드게임을 했다. 요트다이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주사위 운으로 요트를 제외한 모든 칸을 채워 224점을 낸 내가 1등을 했다. J는 “이번에 요트 나오면 오늘 먹은 것 낸다”라고 말한 직후 요트를 띄워 상처뿐인 2위를 얻어냈다. 점수판을 찍을 때 “유튜브 손”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모두가 손을 내밀어 유튜브 손은 커녕 마치 천수관음이 들고 있는 것처럼 찍혔다.
그 후 G에게 빌려온 『나의 여름방학』과 저번 영양 여행에서 인기가 좋았던 『보난자』를 돌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G에게 빌려온 『스페이스 크루』를 했다. 5명이라 G랑 했을 때보다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다 머리 굴리는 일에 특히 약한 J가 껴 있어 애를 먹었다. 그래도 첫 장의 훈련 미션들은 어떻게든 성공시켰다.
본가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다. S는 농막에 버너를 놓고 와 내일 다시 갈 모양이다. 학생 때처람 자주는 아니지만 오랜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다같이 모여서 노니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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