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제주는 솔플 (2) - 위쪽 관광지 리뷰

juo 2013. 10. 29. 00:33

떠나기 전에

갑자기 떠나기로 한 여행이라 관광지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조사할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 맞지. 귀찮아서 대충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가면 되겠거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떠나려고 했다. 결국엔 출발 전날 밤에 인터넷을 뒤져서 지역별로 박물관 정도는 알아보고 갔다.


조사하면서 지역/종류별로 관광지, 숙박업소, 음식점 등이 나와있는 제주모바일이라는 사이트를 유용하게 사용했다. 관광지 정보 말고도 여기서 쿠폰을 발급받으면 문자로 바코드가 날아오는데, 이걸로 여기 나열된 곳에서 결제를 하면 조금 할인된 가격이 미리 적어놓은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식. 편리해 보여서 조사하는 김에 발급받아 갔다. 웬만한 곳은 거의 있는 것 같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

여긴 컴퓨터공학도로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갔을 땐 네비게이션이 최신 버전이 아닌지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찾느라 좀 헤맸다. 천공카드에 구멍뚫던 시절부터 해서 컴퓨터, 부품, 주변기기 등이 쭉 진열되어 있다. IBM, Apple의 컴퓨터가 많이 보였다.


마침 전 학기에 8086의 구조에 대해 지겹도록 배운 터라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 넥슨은 게임회사다. 그 때 그 시절 게임기도 그대로 있다. 오딧세이부터 아타리, 패미컴 등의 많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 한 층에는 아예 무료 오락실을 차려놓아서 아이들과 한가한 넥슨 직원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알카노이드의 패들 컨트롤러도 돌려볼 수 있었다. 그 말로만 듣던 오큘러스 리프트도 체험했고.


윗층에선 한메타자연습의 베네치아 게임을 이용한 타자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완전 추억이다. 구형 컴퓨터에 구형 기계식 키보드로 타이핑한다. 참가할까 했으나 '지나가던' 방랑자가 화목한 단체 관람객들의 상품을 가로채는 것이 뭐해서 구경만 했다. 사실 상품이 별 거 아니어서 그런 것도 있다(...)


바깥엔 조그마한 공원이 있어 애들이 시간을 때우기에 좋아 보였고, 누군가의 로망인 해먹도 있다.


결론은 이 곳은 게이머와 컴덕의 천국이다. 강력 추천한다.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어떨 지 모르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와도 괜찮을 것 같다.


요동친다 게이머의 하트!


비행 시뮬레이터 풀셋. '체험'만 가능하도록 세팅되어 있어 추락은 못 시켰다.


별빛누리공원

밤에 갈 만한 관광지 중 하나다. 작은 천문대 같은 곳으로 일정 시간마다 플라네타리움과 4D 우주 열차 체험을 한다. 그 시각에 보게 되어 있는 관광객이 모두 모여야 시작하는 모양이니 꼭 표를 보고 시간을 잘 알아 두길 바란다. 우리처럼 다른 곳에서 놀다가 직원 분들이 찾아다니게 하진 말자. 플라네타리움에선 주요 별, 별자리를 찾는 설명을 해 주는데 예상 외로 설명이 충실해서 놀랐다.


옥상 관측실에는 망원경으로 달이나 행성 등을 볼 수 있을 터인데, 하필 우리가 입장하는 순간 소나기가 오지게 쏟아지는 바람에 하늘에 있는 건 못 봤다. 실내에서 간단하게 망원경 체험은 할 수 있다.


다 큰 어른 두 명이서 애들 박물관을 활보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어땠을까


만장굴

내가 한국에서 가 본 동굴이 세 군데 있는데, 고수동굴과 고씨동굴,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이 곳이다. 앞의 둘은 석회암 동굴이라 흔히 동굴 하면 떠오르는 황색의 약간 그로테스크한 모양을 한 종유석과 석순 등이 있다. 반면 만장굴은 용암동굴이라 내부가 시커먼 색이고, 용암이 천천히 빠지면서 생긴 특이한 구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더운 여름임에도 내부는 에어컨을 섭씨 18도로 튼 것 마냥 쌀쌀해서 얇은 겉옷이 있었으면 싶었다. 넓고 길어서 관람시간도 꽤 된다. 끝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팟이 있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찍으려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여담으로 내가 굴 바깥에서 모기를 서너 방을 뜯겼는데, 힘차게 걷고 있는 도중에도 피를 빠는 무시무시한 모기였다.


에코랜드

넓디넓은 테마파크. 조그마한 기차를 타고 각 지역을 돌면서 호수와 숲을 구경할 수 있다. 요새 유행하는 단어인 '힐링'에 딱 알맞는 장소다.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그냥 눈에 초목을 담으며 걷는 것만으로 근심이 씻겨나가는 기분. 역시 인간은 자연을 잊고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


이국적인 풍경


절물휴양림

그냥 숲이다. 놀랍게도 입장료와 주차비를 따로 받는다. 안쪽엔 숙소 건물도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묵으려는 거 아니면 딱히 들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木木木 → 森


흰사슴 테마파크

흰사슴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 체험기를 보면 철문을 열어줘서 사슴 사이를 막 노니던데, 이 땐 관람객이 나 하나밖에 없어서인가 우리 밖에서 이렇게 먹이를 던져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갔을 땐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 차원에서 입장료 없이 먹이값만 받는다고 한다. 먹이는 건빵인데, 이렇게 많이 줘도 되나 싶을 정도. 좀 던져주다 보니 지루해졌다. 주 수입은 녹용주 판매인 듯.


킁킁


오설록 녹차 박물관

박물관이라기엔 전시품이 적다. 입장료도 없지만. 시대별, 나라별 찻잔 정도만 볼 만했고 녹차가 들어간 제품 판매가 주였다. 그냥 잠깐 카페에서 간식 먹으며 쉰다 생각하고 들르면 되겠다. 패키지 관광 코스의 쇼핑 코너 중 하나인지 사람이 많았다. 에어 친구와 함께 먹는 녹차 아이스크림의 맛이란.


자 아~ 해 / ... / 아이스크림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이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