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덕력이 충만하던 친구 그룹과 갈 만한 해외여행지는 역시 일본일 것이다. 마침 방사능이니 뭐니 해서 엔화가 팍 떨어졌고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획을 짰다. 비행기를 예약한 후, 쇼핑을 포함한 여비로 인당 80만원 정도를 환전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20만원 좀 넘게 남았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 인천공항 지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수속이 시작되지 않은 채였다. 면세점을 여기저기 구경했지만 늘 그렇듯이 술 빼곤 별로 살 게 없었다. 가는 길에 술 사 봤자 뭐 하겠냐만은.
저가항공인 대신에 별 서비스가 없지만 짧은 비행이라 불편함 없이 갈 수 있었다. 피치항공은 간사이 제2공항으로 도착한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제1공항으로 향했다.
이쯤 되자 인터넷이 잡히기 시작했다. 태블릿을 가져온 한 놈이 데이터로밍 정액제를 신청했고 거기에 테더링해서 내 패드에어와 기타 맛폰을 사용했다. 구글신의 가호를 빌어 길을 찾거나 간단한 번역을 할 때, 여행 계획과 지출을 기록할 때 사용했는데 이거 없었으면 아마 리얼헬팟이 되었을 거다.
넓고 사람이 많은 곳이다. 이 곳에서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기 위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아래의 Travel Desk에서 팔고 있다. 일정 기간동안 JR선을 제외한 전철 노선과 몇몇 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사카 여행의 필수품 되시겠다. 좀 더 넓은 지역을 여행할 생각이라면 간사이 스루패스도 고려해볼 것.
일단 이 곳을 떠야 하는데 여기는 JR선이라 주유패스는 사용하지 못하고 표를 끊어야 한다. 위에서 갈 역 찾아 얼만지 보고 아래 기계에서 해당하는 가격의 표를 끊는 식이었다. 시골길을 지나 긴긴 철도 여행을 마치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텐노지 역이다. 첫 번째 일정으로 주택 박물관을 갈 예정이었으나 1일차 차편을 잘못 조사한 한 친구 덕분에 전혀 다른 곳으로 와 버렸다. 이 트롤 멘붕한 우리는 일단 밥을 먹으러 지하상가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먹는 첫 음식은 라멘이었다. 주문은 자기가 뭘 시킬 것인지 읽을 줄만 알면 "코레 히토츠/후타츠/... 쿠다사이" 만 가지고 가능하다. 뭐 영어나 바디랭귀지로 해도 되겠지만...
앞으로 먹을 모든 일본 음식이 대부분 그랬는데, 한국에서 먹는 맛과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입맛에도 맞고 맛있었고 양이 그렇게 작지도 않다. 다만 매운 음식이 없는 대신 짠 음식이 많다는 것.
일정엔 없었어도 눈 앞의 텐노지 동물원이라도 구경할까 헀으나 설상가상으로 약 30분 후에 입장이 종료된다고 한다. 일단 들어갔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정원과 미술관 앞을 한 번 둘러보고 나왔다. 단체사진은 삼각대를 이용했다. 여행 내내 유용하게 잘 사용하긴 했다만 무거워서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주유패스는 원래 사용한 당일부터 입장권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 날짜가 프린트되어있지 않았는데, 입장시 직원이 매직으로 날짜를 적어버린다. 근데 긁으면 지워진다.
다시 전철을 타고 온라인으로 예약한 시온 게스트 하우스로 가 체크인을 하고 짐을 던져버렸다. 한국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우리는 5명이고 방은 4인실이니 필연적으로 교통편을 잘못 조사한 한 명은 거실 침대로 쫓겨났다. 30분쯤 쉬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역으로 가는 길에 신발 가게에도 들러 보고, 마트도 눈여겨보고 하다 목이 말라 자판기를 찾았다. 저기보다 좀 더 싼 데도 있다. 보면 알겠지만 한국이랑 값이 비슷한 편이다. 특이한 점은 따뜻한 음료에 콘스프와 단팥죽을 판다는 것... 음료수 자판기에서 팔 물건인진 모르겠다만 먹을만은 하다.
오사카 역에 도착했다. 역시 도시 이름을 가진 역답게 크고 아름다웠다. 이 화려한 풍경과 대조되는 콘크리트 벽의 지하도를 지나 우메다 스카이 빌딩 앞까지 갔다. 이 곳의 전망대는 연인들의 필수 코스인데 어째서 우리는 남자 5명이서 왔는가.
63빌딩도 안 가본 촌놈이 일본의 건물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억소리날 정도로 멋졌다. 한 놈은 이제 뭘 봐도 감흥이 없을 것 같다는 말까지...
근처에 Hep Five라는 관람차가 하나 있었는데, 좀 떨어져 있어 안 타본 게 아쉽다.
역 근처 규동 체인점인 요시노야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쟤들이 먹고 있는 건 날달걀이 있는 세트. 취향에 따라 노른자만 분리해 얹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돈부리를 먹으면 너무 짠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딱 적당했다.
돌아가는 길에 아까 눈여겨보았던 마트에서 맥주와 컵라면, 감자칩 등을 사 게스트 하우스에서 야식을 먹었다. 모두가 극찬을 한 음식은 바로 푸딩. 위에 생크림이 얹혀 있는 푸딩 두 종류를 사 왔는데 모두 호평이었다.
아래의 컵라면은 보다시피 꽤 양이 된다. 야끼소바맛인데 처음 먹었을 때는 다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뭐라 할 수 없는 오묘한 맛" 이라고 하다가 나중엔 "점점 땡긴다" 면서 순식간에 동이 났다. 미역맛 감자칩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맛있었다.
이렇게 1일차는 끝. 일본의 물가는 우리랑 비슷하단 것을 느꼈다. 나중에 길거리 지나면서 알바 모집 공고를 몇 봤는데, 알바만 해서 살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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