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폭우는 공기 중의 이물질도 싹 쓸어버린 모양이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자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로 남산 타워는 물론이고 그 뒤의 북한산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퇴근할 때가 되자 구름이 살짝 걷히면서 햇빛이 건물들을 또렷이 비추고 있었다.
해가 질세라 탕비실에서 빠르게 식사를 때우고 집에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Verbal Jint의 곡 『완벽한 날』의 가사 “우리 구의 최고 산책코스 응봉산으로 go”처럼 버스를 타고 응봉산으로 향했다.
산이라기보단 언덕에 가까워 빠른 걸음으로 10분도 걸리지 않아 꼭대기 전망대에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보는 풍경보단 평이했지만 이것도 나름의 멋이 있어 역시 그 가사대로 “한강을 내려다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해가 지고 “별 길을 따라 다시 다리를 건너”는(이건 이루펀트의 곡이다) 차들의 헤드라이트와 다리의 조명이 빛나기 시작했다. 삼각대를 꺼내 세우고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달려드는 모기에 질려 후퇴했다.
집에 가는 버스에 탔을 땐 날이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위에서 본 모습도 좋았지만 좀더 가까이,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도 반짝반짝 빛났다.
“별들의 행렬, 은하수를 항해하는 난 히치하이커, light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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