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4.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편의점 메뉴 퀄리티는 이제 한국이 나은 것 같지만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연어알이나 가쓰오부시, 그라탱 등의 메뉴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질질 끌고 오도리 공원을 지나 맥주 박물관까지 걸어갔다. 택시를 탔으면 했지만 Y는 역시 택시비에 몇 만원이나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여행할 때와는 확실히 스타일이 다르다.
옛날에 삿포로에 가족들과 왔을 때는 연말이라 박물관이 닫아 관람은 하지 못했고, 징기스칸과 추첨으로 탄 사이드 메뉴를 잔뜩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무료 관람으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한국어 자료로 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맥주 3종과 치즈 한 조각을 주문해 먹었다. 오전부터 술을 마시자니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맥주와 치즈 모두 맛있었다. 기념품 샵에서는 불투명한 에비스 맥주컵이 예뻐 보여서 하나 집어 왔다.
원래는 여기서 점심으로 Y에게 징기스칸을 맛 보여주려 했지만 역시 점심부터 고기는 좀 과한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스스키노로 돌아가 스프카레 집을 찾았다. 스프카레 가라쿠라는 곳이 유명한 것 같았지만 키오스크에 140명이 대기 중인 걸 보고 빠르게 다른 집을 찾았다. 근처에 수프카레 킹 센트럴이 있었다.
몇 년 전에 갔던 가게와는 다르게 매운맛 단계를 0부터 J, Q, K, Joker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프 카레 “킹”인 건가. 가격 추가 없이 고를 수 있는 제일 매운 단계인 5번을 선택했다. 그 윗 단계는 프릭끼누 고추가 들어가는 듯했다. 막상 먹어 보니 5단계도 신라면 이상으로 매워 다시는 일본인이 매운 걸 못 먹는다고 무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카레가 아니라 거의 국밥이다.
나는 치킨 카레에 야채 추가를 했고 Y는 치킨만 들어있는 메뉴를 선택했다. 야채가 싫다고 하던데 돈을 아끼려고 그러는 건지 진짜 야채가 싫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치킨도 물론 부드럽지만 수프카레의 매력은 구운 야채에 있다고 보는데. 특히 끝을 살짝 태운 브로콜리가 국물을 듬뿍 흡수해서 좋았다.
J에게서 연락이 왔다. 와이프를 공항에 데려다 주고 우리와 4시 15분 정도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좀 남아 다이마루 백화점으로 갔다. 놀라울 정도로 한국 현대백화점과 거의 비슷한 풍경이었으며 특히 1층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다. 포켓몬센터에서 JY님(의 조카)을 위해 하나 남은 대타출동 인형을 하나 집고 예전에 산 피카츄 과자 틴케이스와 짝을 맞추기 위해 뮤츠 과자를 집었다. 계산대 줄은 가히 놀이공원을 방불케 했고 30분 정도 대기해야 했다.
밖에 나가 J를 기다리는데 길이 계속 엇갈려 결국엔 예상보다 1시간 늦게 비에 젖은 채로 차에 탈 수 있었다. 왜 백화점 주차장 입장을 기다리는 차 행렬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탓할 기운도 나지 않아 잠자코 있었다.
오늘 잡은 숙소는 후라노의 알파인 게스트 하우스다. 카운터에 사람이 없어 전화를 해야 했다. 침대가 3개 있는 방이라 우리끼리만 사용할 수 있었다. 방에 커튼으로 가린 변기통이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지만 방 자체는 깔끔하고 뭣보다 인당 3만원 정도로 매우 쌌다. 성수기가 아니면 더 싸게도 올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이 늦어 근처 다이닝 바에서 식사를 하러 걸어갔는데 구글 맵의 정보와는 다르게 문이 닫혀 있었다. 게다가 갑자기 비가 엄청난 기세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했다.
걸어가다 뭔가 시끄러워서 가 봤는데 지역 축제가 있었다. 한쪽에선 어린아이들이 밴드를 결성해 악기를 연주하고, 옆에는 노점이 늘어섰다. 아까 가려고 했던 다이닝 바도 이곳에 노점을 내느라 닫은 것 같았다. 옆에는 댄스 공연이 있었는데 정말 멋졌다. 우리 학생 때는 공부하느라, 또는 공부에서 도망치기에 급급해 저런 건 할 생각도 못했는데. 요새 한국도 좋아졌을 거다, 아마.
근처에 영업 중인 바를 찾아 적당히 이탈리아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음식은 평범하게 맛있었고 칵테일 가격이 600 ~ 800엔 대로 매우 싸서 좋았다. 메뉴와 술을 하나 정도 더 시키고 싶었지만 역시 Y가 돈을 더 쓰기 싫어하는 눈치라 편의점 음식을 사 숙소에서 먹었다.
내일이 후라노 비에이의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사실상 이번 여행의 핵심인데 밖에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계속 나 걱정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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