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여름 홋카이도 여행 3일차: 비에이, 후라노

juo 2023. 8. 20. 23:39

2023. 8. 5.

J가 운무를 보여준다고 우리를 새벽에 깨운다 그리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국 7시 넘어서 일어났다. 애초에 일찍 깨울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하늘이 매우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 들를 곳이 대부분 시골길이라 널널해서 내가 운전을 맡았다. 여행지를 여기저기 찍어놓긴 했지만 코스를 정하지 않아 갈 곳은 그때그때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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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비가 내릴까 청의 호수부터 들렀다. 날이 흐리다 보니 물은 초록빛에 가까웠다. 흙탕물이 아니라는 데 감사해야 할까. 그럼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있는 자작나무 줄기와 잔잔한 호수가 아름다웠다. 날씨가 맑을 때 한 번 더 오고 싶다. 가까운 곳에 흰수염폭포가 있어 가 봤다. 여기도 날씨가 좋으면 코발트 색 물빛이 예쁘다던데 이 때는 그냥 뿌연 녹색의 폭포가 저 아래 멀리 보일 뿐이었다.

패치워크 비에이는 원래 쭉 뻗은 들판이 보여야 했을 텐데 안개 때문에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분위기있는 사진을 찍었다. 차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크리스마스 나무도 들러 봤는데 길에 관광객을 태운 봉고차가 멈춰 선 것을 보고야 그곳인 것을 알았다. 이게 뭐지 싶어서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사진 한 번 찍고 바로 다음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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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채의 언덕은 잘 꾸며놓은 넓은 꽃밭이었다. 돈을 내고 입장해 한 바퀴 돌아봤는데 노란 해바라기 너머로 보이는 넓게 탁 트인 꽃밭이 좋았다. 날씨가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는 길에 간식으로 옥수수와 감자 크로켓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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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래로 내려가 팜 토미타. 사계채의 언덕보다 좁긴 했지만 그만큼 밀도가 높았다. 라벤더는 없었다. 기념품 가게서는 라벤더 향수나 비누 등을 많이 팔고 있었다. 예쁜 족제비 인형이 있길래 하나 사 왔다. 멜론도 먹었는데 매우 달아서 맛있었다. 커다란 걸 먹어보고 싶었는데 몇 만 원이나 해서 Y가 싫어할 것 같길래 사 먹진 않았다. 아이스크림에서 향수 맛이 난다길래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라벤더 향이 강하진 않았다. 소나기가 쏟아져 다들 상점 안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운전 중 쭉 뻗은 길 끝으로 안개가 낀 산 아래에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건축 양식만 일본풍일 뿐 마치 스위스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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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구르테라스를 마지막으로 들렀다. 숲 속에 작고 아기자기한 나무집들이 있어 정말 숲의 정령들이 살 것 같은 분위기가 귀여웠다. 수제 물건들이니 비싸겠지 싶어 딱히 뭘 살 생각은 없었는데 나무 밑동 모양의 초가 예뻐 보여서 하나 사 왔다. 동생은 가이드투어로 와서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선물로 하나 사 줄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