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0.
입사 이래 처음으로 야유회를 했다. 그동안은 코로나로 진행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 엔지니어 대상이며, 민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조를 지어 이런저런 미션을 하게 된다는 것 같다. 이 한 문장에 엔지니어가 싫어할 만한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 “돌아다니면서”, “모르는 사람들”, “미션”. 역시 우리 팀 내에서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원래는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상갈역까지 내려가 버스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37번 버스가 47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이건 선 넘은 배차가 아닌가 싶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회장에 입장해 회사 옷을 받아 입고 랜덤한 조로 배치가 되었다. 아는 분이 한 명도 없었지만 붙임성이 좋은 분이 몇 끼어 있어 나름 즐거운 대화를 했다. 오전 내내 퀴즈쇼가 진행되었는데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더니 약간 어지럽고 배가 고팠다.
엔지니어 퀴즈는 그나마 아는 문제가 있었지만 나보다 잘 아는 분이 있어 별로 나서지 않았다. 성격상 나설 필요가 없다면 굳이 나서고 싶지 않다. 일반상식 퀴즈로는 늘 그렇듯 유명인, 음악 맞추기가 나왔는데 대중문화와 담을 쌓고 지내는 나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그래도 뭔가 기여는 해야 하지 싶어 촉감으로 물체 맞추기에 출전했다. 다행히 맞추기 쉬운 물건—목장갑—이었다.
점심 식사 후엔 옹기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미적 감각이 없어 모험을 하기보단 원통을 찌그러트리고 스티치를 추가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후의 하이라이트, 야외 방탈출이다. 민속촌 여기저기의 NPC들과 미션을 수행하고 단체사진을 찍는 미션이다. 총 29장 정도를 찍어야 해서 느긋하게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시간이 다 되어 겨우겨우 모두 했고 끝날 때쯤엔 모두 기진맥진이었다. 우리처럼 열심히 한 조가 있을까 싶었는데 돌아와 보니 모든 조가 모든 미션을 전부 완료했다나. 역시 엔지니어다, 누구보다 귀찮은 걸 싫어하지만 막상 시키면 열심히 하며 게다가 나름 재밌어한다. 곽재식 작가의 단편 『체육대회 묵시록』처럼. 아쉽게도 순위권에 들진 못해 팀 회식권은 받지 못했지만 사진은 잔뜩 남았다.
근처의 J네 집에서 놀다 11시 즈음에 나왔다. 수인분당선은 아직 운행 중이었으나 중간까지밖에 가지 않아 비싼 돈 주고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인천 살 때는 배차 간격이나 코스가 요상해서 그렇지 차는 늦게까지 있었는데. 대중교통부터 이 모양이니 사람들이 다들 서울에 살려고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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