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송년회 일정 조율

juo 2023. 12. 13. 00:26

2023. 12. 8.

모임이 많은 걸 보니 과연 연말이 왔나 보다. 평소 얼굴 볼 일이 잘 없는 친구들은 이럴 때라도 보게 된다. 연말이라도 일찍 퇴근하는 것은 아니니 보통 약속은 주말에 잡힌다. 올해 12월 주말은 5번 있고, 그중 2번은 여행 일정이 있다. 남은 3개의 주말로 모든 모임 일정을 잡기엔 무리라 신년회로 빠지는 모임도 몇 있다.

그 와중 동네 친구들(이제 몇 명은 흩어져 사니 동네 친구들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모임은 정말 오랜만에 11명이 모두 가능한 스케줄을 잡는 기염을 토했다. 기혼자도 있고 애 키우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멀리 이사 간 사람도 있고 해서 이렇게 모인다는 게 놀랍다.

몇 년 전부터 이 인원으로 터키 투 고를 먹고 싶었다. 양이 너무 많아 어지간한 인원수로는 먹지 못하는 메뉴다. 신나게 AC호텔의 터키 투 고 메뉴를 예약해 놓았다. 대충 저녁 식사시간 맞춰서 5시로.

그리고 모임 하루 전인 오늘, 픽업 시간이 너무 늦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구체적인 스케줄에 대해서 논의된 바 없긴 하지만, 당연히 저녁부터 노는 게 아니었나? 자고로 친구네서 논다고 하면 저녁에 모여서 하루 자고 가는 게 암묵의 룰 아니었던가.

시간은 변경하면 되니까 그럼 저녁을 일찍 먹을 생각인지, 몇 시가 좋을지 물어보자 오는 시간이 다들 중구난방이다. 사람이 많아 제 얘기만 하니 의견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

운전자들의 동선 문제와 집단적 독백, 이제 와서 취소하고 치킨 먹자는 의견(당연히 안 됨) 등의 장애물을 모두 넘어 돈을 좀 써서 퀵으로 시키자는 심플한 해답을 제시했다. 역시 돈이면 안 될 일이 없다. 길고 영양가없는 논의를 거쳤더니 진이 다 빠진다.

이쪽은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다른 모임 신년회 일정을 잡는 것도 해마다 그렇듯 답답하게 진행되었다. 스케줄대로 근무하는 친구들을 배려해 다른 모임 일정이 잡히기 전에 미리 날을 잡아놓고 싶어도 막상 근무 스케줄이 늦게 나오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며칠 즈음에 스케줄이 나오니 그 때 봐야 안다”라고 한 마디만 해 줬으면. 몇 번 재촉할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면 모임 주최고 뭐고 할 의욕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엔 내 집 집들이도 겸한 거라 내가 주도해야 하는 분위기였지만, 내년부턴 누군가 모임 주최를 할 때까지 침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한 것 같은데 왜 매년 내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 초년생인데다 다들 결혼하지 않았을 시절엔 모임 하나 잡기가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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