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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독일 음주 여행 5일차: 밤베르크의 한갓진 크리스마스

호텔 조식을 돈을 주고 선택해야 한다면 잘 고르지 않는 편인데, 거의 양식이고 맛이 뻔하기 때문이다. 회사 식당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숙소는 조식이 기본 포함이라 내려가 봤다. 먹으러 온 보람이 있게 호밀로 만든 약간 부드러운 흑색 비스킷과 간(肝) 소시지 스프레드와 같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비스킷은 개 사료가 아닐까 의심스러웠고, 소시지는 약간 비려 많이 먹기는 힘들지만 조금씩 빵에 얹어 먹으면 풍미를 더해준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으나 비가 오지 않으니 날씨가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며칠 있었다고 독일인 다 되었구나. 카메라 침수 우려 없이 드디어 삼각대를 개시했다. 밤베르크로 이동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곳도 연 흔적만 있고 가게는 대부분 닫혀 있다. 글뤼바인을 파는 곳에 사람..

가다 2024.04.20

벚꽃 라이딩

2024. 4. 7. 어제 현충원에서 벚꽃 구경도 실컷 했으니 부담 없이 늦게 일어났다. 게으름을 즐기자는 생각에 짜슐랭을 끓여 먹었다. 개인적으론 짜파게티가 좀 더 자극적이고 나은 것 같다. 소파에 누워 역전재판 5를 계속 플레이하다 잠들었다. 오후가 되자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이 올해 벚꽃 마지막일 텐데 나가야 하나? 고민하다 집 근처에 피는 벚꽃도 보고 싶어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저번에 부모님이 집들이 오셨을 때 본가에서 가져온 내 자전거도 본격적으로 타 볼 겸 해서. 전역 후 군대에서 모은 돈을 모두 털어 구입한 자전거인데. 당시 T, S와 아라뱃길로 라이딩 다닐 때 이후로 제대로 탄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신도시라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었고 가는 길에 벚꽃도 많아 타는 맛이 났다. 멈춰서..

쓰다 2024.04.14

시간 집약적 LA 여행 4일차

투어 첫날. 새벽같이 일어나 체크아웃하면서 최소한의 물건을 제외한 짐을 호텔에 맡기고 투어 차량에 탑승했다. 과연 미국은 땅이 넓다. 관광지 한 곳 한 곳을 갈 때마다 차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기차에 실린 컨테이너,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물류 센터,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에 들러 잠바와 옷을 샀다. 쇼핑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지만 막상 하면 나름 재밌고 시간도 잘 간다. 부족한 건 돈이지. 옛날 오로라 아웃렛에 들렀을 때 시향해 본 이후로 늘 가지고 싶었던 코치 EDP도 구입했다. 이 아울렛에서 유일하게 먹을 만할 건 파이브 가이즈라는 리뷰를 봐서 생각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몇 년 전 출장지에서 선배..

가다 2024.01.07

시간 집약적 LA 여행 3일차

아침부터 차를 몰고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로 갔다. 어제 하루종일 시내운전만 하다 고속도로를 타니 마음이 좀 편했다.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면 차를 몰 일이 없으니까 나는 만년 초보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 파크,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나와 동생은 마블 캐릭터 쪽이 더 친숙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만 돌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각자 마음에 드는 미키 마우스 머리띠를 하나씩 사 썼다. 아버지는 이런 걸 왜 쓰냐는 눈치였지만 나와 동생의 텐션에 얌전히 하나 고르셨다. 앞사람이 first visitor 뱃지를 받길래 우리도 달라고 해서 각자 옷에 달았다. 이곳에서 즐긴 것은 섹션을 나누어서 정리해 보기로 한다. 공원 내부 볼거리의 실시간 정보는 대부분 디즈니랜드 앱에 업데이트되어 편하게 찾..

가다 2023.12.12

시간 집약적 LA 여행 2일차

시차 때문인지 한국에서보다 이른 시간에 상쾌하게 일어났다. 미국 시간이 체질에 맞는 걸까? 아침으로 카페에 가서 미국식 브런치를 즐겼다. 미국에 출장 중일 때 카페에서 휴일 아점으로 베리와 꿀이 올라간 와플을 먹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이번에는 République Café란 곳을 찾아가 와플, 프렌치토스트, 샐러드, 오믈렛을 시켜 먹었고 역시 성공적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주위 LA 관광지로는 파머스 마켓과 더 그로브가 있었다. 파머스 마켓은 별 감흥이 없었고, 더 그로브 쪽이 길거리를 예쁘게 꾸며놓아 돌아다닐 맛이 났다. 애플 스토어의 거울로 된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베니스 비치 근처의 회사 오피스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내부를 구경했다. 방문한 오피스는 시스템상으로 기록되어 도전과제 깨는 느낌도 ..

가다 2023.11.23

시간 집약적 LA 여행 1일차

자그마치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가족 LA 여행 출발일이다. 원래는 아버지 환갑 기념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된 바 있다. 휴가가 별로 없는 동생, 자영업자라 오래 쉬기 어려운 아버지의 의견을 수렴해 딱 1주일만 계획을 잡았다. 미국은 여행이 힘든 나라니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시면 못 갈 것 같아 필수 코스는 잠시 들르기만이라도 해야겠는데, 미국 땅이 여간 넓은 게 아닌 데다 짧은 기간 때문에 동선을 짜기도 힘들었고 내가 짠 것치곤 무척 힘든 일정이 되었다. 반차를 쓰고 싸 둔 여행가방을 끌고 본가로 갔다. 사람이 네 명이라 와이파이 도시락을 오랜만에 빌려 봤는데, 며칠 전에 꾼 꿈대로 빌리는 걸 잊어버릴 뻔했다. 계획에는 잘 적어 놨는데 정작 살펴보지 않는 게 참 나답다. 공항 식당에서 주문한 ..

가다 2023.11.19

비가 그친 후의 응봉산

며칠간의 폭우는 공기 중의 이물질도 싹 쓸어버린 모양이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자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로 남산 타워는 물론이고 그 뒤의 북한산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퇴근할 때가 되자 구름이 살짝 걷히면서 햇빛이 건물들을 또렷이 비추고 있었다. 해가 질세라 탕비실에서 빠르게 식사를 때우고 집에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Verbal Jint의 곡 『완벽한 날』의 가사 “우리 구의 최고 산책코스 응봉산으로 go”처럼 버스를 타고 응봉산으로 향했다. 산이라기보단 언덕에 가까워 빠른 걸음으로 10분도 걸리지 않아 꼭대기 전망대에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보는 풍경보단 평이했지만 이것도 나름의 멋이 있어 역시 그 가사대로 “한강을 내려다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해가 지고 “별 길을 따라 다시 다리를 건너”는(이..

가다 2023.07.25

양재천 벚꽃 출사

2023. 4. 1. 인천에 살았을 때는 벚꽃이 피면 인천대공원이나 자유공원으로 친구들과 놀러 나가곤 했다. 코로나 19가 창궐했을 땐 벚꽃놀이도 시들해졌지만 작년부턴 좀 갈 만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서울 시민이 되어버린 몸, 인천 서쪽 끝까지 가기는 너무 멀다. 작년에는 석촌호수를 갈지 고민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호수 주위를 도는 인간 회전초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포기했었고 올해도 똑같은 고민을 시작했다. 어제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자 Y님은 혼자면 나가지 말라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혼자서 벚꽃 구경도 못 할 이유는 또 무엇이랴. 이런 아무 이유 없는 사회적 관습을 강요받으면 괜히 싫다.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 깔끔하다”, “게임을 줄이고 학원을 다녀야 공부를 잘한다”,..

가다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