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31.
여태까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제대로 인식할 기회가 없었다. 만나 본 친척 중에서 돌아가신 분이라곤 친, 외가 조부모님밖에 없는데 너무 어린 시절이라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문을 간 적은 몇 번 있지만 모두 나와는 일면식이 없는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잘 상상할 수 없다.
이런 마당이니 내가 잘 모르는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처음으로 그것을 인지한 것은 세월호 사건 때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대학생 시절, 강의가 끝나고 음료 자판기를 지나 복도 코너를 돌면서 핸드폰으로 소식을 읽었다. 당연히 오늘 안으로 구조되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후속 보도를 전해듣고 답잖게 무척이나 충격을 받아 한동안 침울해 있던 기억이 난다. 시스템이 부패를 막지 못하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소홀히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 때 처음으로 인식했다.
이후로도 많은 타인의 죽음을 전해들었다. 넷마블 개발자의 돌연사 및 자살, 신당역에서 벌어진 서교공 직원 살인, SPC 직원의 사망 사고, 그리고 이번 핼러윈 참사까지.
이들은 어쩌면 사회 시스템의 개선으로 방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개인의 생명과 안전은 점점 국가가 아닌 개인의 책임이 되어가고, 앞으로 더 많은 죽음을 겪어도 이 사회가 좀더 안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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