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
어찌어찌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가고 있지만 기한 내에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몇 달간 그런 압박을 갖고 퇴근해서 집안일과 재택근무를 마치고 게임이든 뭐든 하고 나면 어느덧 12시가 지나 있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콘솔 게임을 하고, 자취를 하는 등의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꿨고 많이 이뤄내긴 했지만 이게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인지는 모르겠다.
『용과 같이 7』을 플레이하다가 오사카 도톤보리를 본떠 만든 장소를 봤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오사카 여행을 갔던 때가 생각이 나면서 당장에라도 다시 일본 여행을, 아니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 일정을 봤을 때 11월, 어쩌면 올해 안으로는 무리다.
주말에 료칸이라도 가서 푹 쉬면 어떨까. 국내에 비슷한 곳이라도 있는지 검색을 해 봤다. 예상대로 길조호텔이 제일 먼저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점찍어놓은 장소긴 하지만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곳이고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고 들어서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기어이 예약을 해 내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다른 괜찮은 료칸은 죄다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 몰려 있어 주말 이틀 내에 다녀오기엔 부담이 컸다. 서울에 몰려있지 않은 몇 안 되는 시설이다. 가려면 갈 수는 있지만 시간적 부담보다는 정신적 부담이 크다.
가까운 곳에 도미 인 호텔이라는 곳이 있었다. 료칸은 아니지만 집에서 매우 가까워서 부담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주말 예약이 이미 가득 차 있었다. 항상 가고 싶은 곳은 가고 싶을 때 가기 어렵다.
다시 새벽이다. 어느 순간부턴 더 찾아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자기 싫어서 계속 찾아본 것 같다. 내일 다시 찾으면 괜찮은 곳이 나올지도 모르니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