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170

잠이 안 오는 밤에는 독서를

2021. 12. 29. 늦은 밤이다. 이미 자야 할 시간이지만 잠은 안 오고 아무 의미 없이 하루하루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당장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시간이 늦어 뭔가 시작하긴 애매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간단히 게임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을 켠다는 행위 자체가 문턱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기엔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못 할 이유는 없지만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5분 정도 하다 조금만 힘을 내 읽다 만 책을 펼쳐보았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경향이 있는데, 전자책은 이동 중에 읽기 위해 아껴두는 편이다. 대신 종이책을 골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목이 멋져 보여서 산 책이다. 구입 당시 전자책이..

쓰다 2021.12.31

"핸드폰은 어느새 번호로 변한 기억들의 무덤"

2021. 12. 17. (제목은 이루펀트의 곡 『이사하는 날』 중) 이따금씩 카톡방 목록을 스크롤하면서 오래된 임시 단톡방과 볼일이 끝난 개인톡을 지워 나간다. 그러고 나면 고정 멤버들이 있는 방이 주로 남는다. 동아리 동기들, 직장 동기들, 스터디그룹, 초중고 친구들 등. 개중엔 몇 달 전부터 새 대화가 없는 방도 많다. 이 사람들과 기회될 때마다 다같이 놀러다닐 때도 있었는데 하고 옛날 생각을 해 본다. 꼭 코로나때문이 아니더라도 그전부터 자연스레 다같이 만나는 일이 점점 줄고 있었다. 나이가 들며 하나둘씩 애인을 만들고 결혼을 하면서 친구보다는 연애와 가정에 집중한다. 그렇게 대화에 참여하는 빈도가 줄고 결국 나도 혼자 많이 말하기는 뭐하니 대화를 올리지 않게 된다. 흔히들 비혼주의자도 놀아줄 친..

쓰다 2021.12.18

임대인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

2021. 12. 4. 상가 임대 계약 갱신을 하러 갔다. 코로나로 인해 월세를 인하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나도 기존에 내던 이자와 세금, 그리고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추가로 내는 이자가 한두푼이 아니었다. 이득을 보려고 구입한 상가니 이득은 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원래 5만원만 깎으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가서 얘기를 하다 결국 10만원까지 깎아드렸다. 돌이켜보면 코로나 이후로 이래저래 월세를 안 받거나 절반만 받거나 하긴 했는데, 향후 2년간은 상황이 좋아져서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긴 하다. 모든 상가주나 건물주는 이럴 때마다 안 된다고 칼같이 거절을 하는 걸까?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는 ..

쓰다 2021.12.13

앞으로 하게 될 김장의 횟수

2021. 12. 3. 김장을 도우러 휴가를 썼다. 본가로 가기 전 늦잠으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청소와 빨래를 끝내놓았다. 점심은 시들어가는 상추를 소비하기 위해 비빔국수를 해 먹었는데, 초장과 연두, 참기름을 대충 조합한 소스가 생각보다 맛있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양파만 물에 담궈서 매운맛을 뺄 걸 그랬다. 본가에 도착하자 오후 3시쯤 되었다. 엄마께 작년 김치가 쓰고 맛이 없다고 했더니 동생도 똑같이 말했다고 한다. 김장이 힘이 드는 일이라 재작년부터는 친구분들과 같이 했는데, 배추가 너무 절여진 것 같기도 하다고. 그래서 올해는 직접 담그는 거라고 한다. 김치 속을 넣고 있는데 정수기 필터 점검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와서 아들이 여자보다 잘 넣는다고 말씀하신다. 옛날부터 김장할 때 종종 따라하곤 ..

쓰다 2021.12.13

13년만에 들른 외가

2021. 11. 13. 대학교 입학 전 친구들과 놀러온 이후로 처음으로 해남에 왔다. 제사 겸 사촌의 결혼식이 있다길래 간만에 한 번 와 보고 싶어서 주말을 반납하고 따라왔다. 친척들도 정말 오랜만에 만난다. 이렇게 오랜만에 봤는데도 외가 쪽 분들은 자주 봐 와서 친가 친척들보다 얼굴이 익숙하다. 오자마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제삿상 앞에서 절을 올렸다. 외가는 한번에 모여서 절을 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도착하는 순서대로 각각 한다고 한다. 이렇게 절을 올리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조부모들은 모두 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돌아가셔서인지 죄송스럽지만 영정사진을 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렸을 적 해남에 왔을 때 마루에 앉아계시다 내가 인사하자 눈을 끔뻑거리시던 고조할아버지가 더 기억에 남..

쓰다 2021.12.13

기억들에 대한 기억

2021. 11. 12. 인스타그램을 자주 확인하진 않지만 MKS의 라이브 소식은 운좋게도 놓치지 않고 보게 된다. 일찍 일을 끝내고 본가에 가져갈 짐을 싸서 홍대로 향했다. 거리를 걷다 본 나이트클럽 입장 줄에는 사람들이 빼곡했다. 저런 사람들을 평생 이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친구, 지인에게 이끌려 두 번 가 봤지만 비싸고 시끄럽고 할 게 없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두 번째는 결국 중간에 나와버렸던 기억이 난다. 새벽에 나와서 딱히 갈 곳도 할 것도 없었지만 안에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클럽 에반스에는 항상 공연 시작 전 15분쯤 와서 가장 좋은 자리를 골라 앉는다. 인디 밴드가 그렇듯 자리는 널널한 편이다. 달달한 칵테일로 시작해서 1부 공연을 마치고 2부 시작 전에 빅 웨이브를 하나 주문한다. 공..

쓰다 2021.12.13

첫 회사, 3년차

2017. 9. 16. 입사 동기들이 하는 일, 일하는 사람들, 연봉에 불만을 느끼고 하나둘 다른 곳으로 이직할 때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다른 팀과는 다르게 개발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도메인 지식을 계속 쌓는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일이 한가할 때는 일찍 퇴근해서 취미생활이나 개인 공부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운좋게 팀 문화와 분위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입사 동기들이 하는 일, 일하는 사람들, 연봉에 불만을 느끼고 하나둘 다른 곳으로 이직할 때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다른 팀과는 다르게 개발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도메인 지식을 계속 쌓는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일이 한가할 때는 일찍 퇴근해서 취미생활이나 개인..

쓰다 2021.12.13

진로, 세월호, 일베

최근 고민이 많다. 대학교 4학년생이면 그럴 시기다. 진로 문제로 말이다. 보통은 UMC의 가사처럼 '4학년 1년 내내 커피를 들고 연봉 비교만 하는 속물'이 되어야 할 터인데 난 정작 별로 가고 싶은 곳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목표를 잡고 결국 컴퓨터공학과를 왔건만 막상 여기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겠다며 달려왔는데 사실은 하고 싶은 것을 모르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러니 어느 대기업 인턴에 지원하려면 토익 스피킹이 필요하다느니, 어제 SSAT 시험을 봤는데 너도 빨리 준비하라느니 하는 소리에도 시큰둥하다. 한편 교수님들은 대학원을 오라고 권유하시는데 연구는 과연 나랑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남들 자소서 한 장이라도 더 들이밀려 노력할 때 난 고민만 하고 있다. 갑을 관계,..

쓰다 2014.05.04

종교에 대한 경험과 생각들

초등학교 때 하교길에는 늘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학생들의 집전화번호를 따 가는 분들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집 근처에 있던 교회를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고 결국 몇 달간 다니긴 한 것 같다. 내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가장 처음이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이었고 마침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기독교를 접하면서 신앙심을 가져 보려고 나름 노력도 해 보았다. 하지만 주말 아침 시간을 빼앗아가는 교회는 내게 너무 귀찮은 존재였고 결국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말을 전하는 난감한 역을 어머니께 맡긴 이후 연을 끊었다. 이제 와서 그 때를 떠올려 보면 참 순진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느 정도 자라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나에게 있어 종교의 정의란 누군가에겐 '죽음이라는 공포를 잊을..

쓰다 201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