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61

첫 집

2023. 8. 31. 부동산 잔금일이라 휴가를 쓰고 어머니를 만나 부동산으로 갔다. 상세 가족관계증명서를 뽑아야 했는데 일반을 가져가서 현장에서 다시 뽑거나, 일일 이체 한도 때문에 은행에 가려다 농협에 전화해서 어찌어찌 해결한 것 등의 사소한 일을 제외하면 잘 끝났다. 직접 동사무소나 은행에 가야만 했던 옛날에 비하면 정말 편리해졌다. 계약은 잘 끝났다. 절반은 은행과 부모님께 대출받은 돈이지만 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기 전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 빈손으로 상경해서 나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가정과 집(값이 싼 인천이긴 하지만)을 마련하신 아버지는 정말 대단하다. 나도 대졸 후 바로 직장을 구해 약 8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님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합법적으로 돈을 많이 벌..

쓰다 2023.09.10

Cologne Annex: 괜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철판구이 런치

2023년 여름 삿포로 여행 마지막 날 점심 식사로 간 곳이다. 스스키노 역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도큐레이 호텔의 상가에 있다. 일요일 런치라 자리가 있을지 불안했지만 11:45에 오픈하자마자 가서 그런지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건 세금 포함 3300엔짜리 런치 코스다. 철판구이 코스 치고는 매우 착한 가격이다. 디너 메뉴로는 해산물이나 디저트 등이 나오는 풀 코스를 즐길 수 있지만 가격이 사악해진다. 기타 런치 메뉴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코스에 소프트드링크가 하나 포함되어 있다. 오렌지 주스로 골랐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했으므로 참았다. 렌터카 여행의 단점이다. 분주하게 준비를 하시는 모습. 마늘 기름을 만들거나, 치즈를 얇게 펴 바삭하게 굽거나 한다. 어디에 들..

먹다 2023.08.30

으뜸 이로리바타: 부산 남천동의 화로구이 오마카세

어떻게 이 가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트위터 같은 곳에서 보고 지도에 표시해 놨던 것 같다. 이로리바타는 화로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번에 혼자 부산에 다녀왔을 때 먹어 봤다.가게 입구와 내부 사진이다. 종류별로 준비된 식칼이 멋져 보인다.메뉴는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술은 야마호우시 바쿠라이를 주문했다. 이제 오마카세가 나오는 시간 동안 약 19도의 720ml짜리 술을 혼자 마시긴 좀 힘들 나이가 되었지만 가장 드라이한 사케라는 설명이 궁금해서 참지 못했다.드라이하단 말은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기름진 감칠맛이 매우 강했고 상큼한 향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사장님의 설명대로 얼음에서 꺼내 온도를 좀 높인 후 마시자 맛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다.전채로는 문어숙회가 ..

먹다 2023.08.30

훌쩍 부산으로

2023. 8. 13. 14일에 휴가를 쓰면 15일 광복절까지 3일 쉴 수 있다. 3일 동안 가만히 있는 건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새벽에 충동적으로 부산 여행 계획을 잡았다. 숙소는 위치가 좋고 가장 싼 곳으로. 그 외 갈 곳으로는 눈여겨봤던 오마카세 집과 찜질방, 바닷가 한 곳, 연수가 추천해 준 암장 정도만 정해 놨다. 15일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는 거의 자리가 없어 겨우 점심에 출발하는 입석 하나를 잡았다. 한국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니 뭐니 해도 원할 때 먼 지방까지 오가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하다. 기차 안에선 딱히 할 게 없었다. 죠죠 5부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를 보고, 아이패드로 클라이밍 티셔츠 디자인 초안을 완성했고, 자판기에서 초코픽을 하나 사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가다 2023.08.26

여름 홋카이도 여행 3일차: 스스키노 나츠마츠리, 마지막 밤

2023. 8. 5. 삿포로로 돌아와 숙소에 짐을 풀고 Y가 찾은 STEAK&HAMBURG ひげ 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와 J는 와규 스테이크가, Y는 좀 싼 아메리칸 스테이크가 같이 나오는 메뉴를 골랐다. 햄버그의 육즙이 엄청났고 새콤한 나폴리탄이 느끼함에 약간의 변주를 줬다. 고기를 서로 나눠 먹어봤는데 와규는 정말 부드러웠고 Y의 것은 좀 많이 질겼다. 나츠마츠리 거리는 신주쿠의 거리만큼 붐비는 듯했다. 양쪽에 깔린 매대에서는 꼬치 등이 구워지고 있었고 플라스틱 테이블에선 연신 술잔이 부딪혔다. SNS에서 얼핏 본 대로 유흥업소에서도 많이 나왔는지 바니걸 차림의 여자들도 종종 보였고 업소 광고용 부채를 등에 꽂고 다니는 사람, 안주에 비해서 꽤 비싼 라인업의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의 ..

가다 2023.08.21

여름 홋카이도 여행 3일차: 비에이, 후라노

2023. 8. 5. J가 운무를 보여준다고 우리를 새벽에 깨운다 그리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국 7시 넘어서 일어났다. 애초에 일찍 깨울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하늘이 매우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 들를 곳이 대부분 시골길이라 널널해서 내가 운전을 맡았다. 여행지를 여기저기 찍어놓긴 했지만 코스를 정하지 않아 갈 곳은 그때그때 정했다. 혹여나 비가 내릴까 청의 호수부터 들렀다. 날이 흐리다 보니 물은 초록빛에 가까웠다. 흙탕물이 아니라는 데 감사해야 할까. 그럼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있는 자작나무 줄기와 잔잔한 호수가 아름다웠다. 날씨가 맑을 때 한 번 더 오고 싶다. 가까운 곳에 흰수염폭포가 있어 가 봤다. 여기도 날씨가 좋으면 코발트 색 물빛이 예쁘다던데 이 때는 그냥 뿌연 녹색의 폭포가 ..

가다 2023.08.20

여름 홋카이도 여행 2일차

2023. 8. 4.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편의점 메뉴 퀄리티는 이제 한국이 나은 것 같지만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연어알이나 가쓰오부시, 그라탱 등의 메뉴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질질 끌고 오도리 공원을 지나 맥주 박물관까지 걸어갔다. 택시를 탔으면 했지만 Y는 역시 택시비에 몇 만원이나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여행할 때와는 확실히 스타일이 다르다. 옛날에 삿포로에 가족들과 왔을 때는 연말이라 박물관이 닫아 관람은 하지 못했고, 징기스칸과 추첨으로 탄 사이드 메뉴를 잔뜩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무료 관람으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한국어 자료로 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맥주 3종과 치즈 한 조각을 주문해 먹었다. 오전부터 술을 마시자니 ..

가다 2023.08.16

여름 홋카이도 여행 1일차

2023. 8. 3. 와이프와 먼저 일본 여행을 간 J가 보내온 사진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파란 하늘에 몽실몽실한 구름들, 선명한 색채. 반면 나와 Y가 일본에 있을 때의 예보는 비 소식밖에 없었다. 이 여행 날짜 선정은 100% J에게 맞춘 건데, 배가 아팠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동생, 동생 남자친구와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 점심을 사 줬다. 택시비는 아버지가 내 줄 터다, 아마도. 원래는 Y와 공항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Y는 가격이 비싸다고 집에서 따로 먹고 출발한다고 한다. 여행은 원래 돈을 쓰면서 만족감을 얻는 과정 아닌가? 인천공항은 오랜만에 왔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면세점이 많이 닫은 상태라 볼거리가 많이 없었다. 오히려 그간 무시했던 김포공항보다 넓지만 심심한 느낌이었다...

가다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