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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부산으로

2023. 8. 13. 14일에 휴가를 쓰면 15일 광복절까지 3일 쉴 수 있다. 3일 동안 가만히 있는 건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새벽에 충동적으로 부산 여행 계획을 잡았다. 숙소는 위치가 좋고 가장 싼 곳으로. 그 외 갈 곳으로는 눈여겨봤던 오마카세 집과 찜질방, 바닷가 한 곳, 연수가 추천해 준 암장 정도만 정해 놨다. 15일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는 거의 자리가 없어 겨우 점심에 출발하는 입석 하나를 잡았다. 한국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니 뭐니 해도 원할 때 먼 지방까지 오가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하다. 기차 안에선 딱히 할 게 없었다. 죠죠 5부 애니메이션 마지막 화를 보고, 아이패드로 클라이밍 티셔츠 디자인 초안을 완성했고, 자판기에서 초코픽을 하나 사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가다 2023.08.26

여름 홋카이도 여행 3일차: 스스키노 나츠마츠리, 마지막 밤

2023. 8. 5. 삿포로로 돌아와 숙소에 짐을 풀고 Y가 찾은 STEAK&HAMBURG ひげ 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와 J는 와규 스테이크가, Y는 좀 싼 아메리칸 스테이크가 같이 나오는 메뉴를 골랐다. 햄버그의 육즙이 엄청났고 새콤한 나폴리탄이 느끼함에 약간의 변주를 줬다. 고기를 서로 나눠 먹어봤는데 와규는 정말 부드러웠고 Y의 것은 좀 많이 질겼다. 나츠마츠리 거리는 신주쿠의 거리만큼 붐비는 듯했다. 양쪽에 깔린 매대에서는 꼬치 등이 구워지고 있었고 플라스틱 테이블에선 연신 술잔이 부딪혔다. SNS에서 얼핏 본 대로 유흥업소에서도 많이 나왔는지 바니걸 차림의 여자들도 종종 보였고 업소 광고용 부채를 등에 꽂고 다니는 사람, 안주에 비해서 꽤 비싼 라인업의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의 ..

가다 2023.08.21

여름 홋카이도 여행 3일차: 비에이, 후라노

2023. 8. 5. J가 운무를 보여준다고 우리를 새벽에 깨운다 그리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국 7시 넘어서 일어났다. 애초에 일찍 깨울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하늘이 매우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 들를 곳이 대부분 시골길이라 널널해서 내가 운전을 맡았다. 여행지를 여기저기 찍어놓긴 했지만 코스를 정하지 않아 갈 곳은 그때그때 정했다. 혹여나 비가 내릴까 청의 호수부터 들렀다. 날이 흐리다 보니 물은 초록빛에 가까웠다. 흙탕물이 아니라는 데 감사해야 할까. 그럼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있는 자작나무 줄기와 잔잔한 호수가 아름다웠다. 날씨가 맑을 때 한 번 더 오고 싶다. 가까운 곳에 흰수염폭포가 있어 가 봤다. 여기도 날씨가 좋으면 코발트 색 물빛이 예쁘다던데 이 때는 그냥 뿌연 녹색의 폭포가 ..

가다 2023.08.20

여름 홋카이도 여행 2일차

2023. 8. 4.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편의점 메뉴 퀄리티는 이제 한국이 나은 것 같지만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연어알이나 가쓰오부시, 그라탱 등의 메뉴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질질 끌고 오도리 공원을 지나 맥주 박물관까지 걸어갔다. 택시를 탔으면 했지만 Y는 역시 택시비에 몇 만원이나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여행할 때와는 확실히 스타일이 다르다. 옛날에 삿포로에 가족들과 왔을 때는 연말이라 박물관이 닫아 관람은 하지 못했고, 징기스칸과 추첨으로 탄 사이드 메뉴를 잔뜩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무료 관람으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한국어 자료로 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맥주 3종과 치즈 한 조각을 주문해 먹었다. 오전부터 술을 마시자니 ..

가다 2023.08.16

여름 홋카이도 여행 1일차

2023. 8. 3. 와이프와 먼저 일본 여행을 간 J가 보내온 사진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파란 하늘에 몽실몽실한 구름들, 선명한 색채. 반면 나와 Y가 일본에 있을 때의 예보는 비 소식밖에 없었다. 이 여행 날짜 선정은 100% J에게 맞춘 건데, 배가 아팠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동생, 동생 남자친구와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 점심을 사 줬다. 택시비는 아버지가 내 줄 터다, 아마도. 원래는 Y와 공항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Y는 가격이 비싸다고 집에서 따로 먹고 출발한다고 한다. 여행은 원래 돈을 쓰면서 만족감을 얻는 과정 아닌가? 인천공항은 오랜만에 왔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면세점이 많이 닫은 상태라 볼거리가 많이 없었다. 오히려 그간 무시했던 김포공항보다 넓지만 심심한 느낌이었다...

가다 2023.08.15

세아 마크3 졸업 소회 및 팬아트 모음

2023년 7월 28일 17시, 예고된 대로 세아 마크 3 김춘자 님의 마지막 방송이 시작되었다. 방송 준비 시간에 슬픈 노래를 틀다가 갑자기 춘자의 엉망진창 트롬본 연주(와 내 팬아트)가 나와 역시 한번 세아는 끝까지 세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현실에서 졸업할 때는 별 느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세아의 졸업식은 상상했던 졸업식처럼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세아스토리 첫 생방을 봤을 때가 언제인진 확실하지 않다. 2020년 7~8월 중이라는 건 확실하다. 덕분에 스트리밍이란 것도 처음 보고 채팅이나 도네이션도 처음 해 봤다. (부끄러워서 많이는 못 했다, 사실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나 같이 세아가 첫 버튜버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업부를 접니 마니 할 때라서 정시 퇴근하면서 방송에 집중하기 딱..

그리다 2023.07.29

후각상실

2023. 7. 23. 일기 코로나로 고생한 지 3일 차. 어제는 가벼운 두통 때문인지 원래 있는 수면장애 탓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침 6시에야 잠이 들었다. 13시 가까이 되어 3분 짜장밥으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짜장에서도 신 김치에서도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땅히 느껴질 거라 예상되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무척 신기한 느낌이다. 그래도 미각은 잃지 않은 듯했다. 회복되려면 몇 주 이상은 걸린다는데 그동안 또 무슨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먹고 있던 짜장밥은 맛이 없진 않았지만 향이 없으니 뭔가 부족했다. 우선 오마카세나 새로운 맛집 탐방은 전면 중지다.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없을 게 뻔하니까. 하지만 그동안 등한시했던 싸면서 애매한 맛의 음식점은..

쓰다 2023.07.29

비가 그친 후의 응봉산

며칠간의 폭우는 공기 중의 이물질도 싹 쓸어버린 모양이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자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로 남산 타워는 물론이고 그 뒤의 북한산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퇴근할 때가 되자 구름이 살짝 걷히면서 햇빛이 건물들을 또렷이 비추고 있었다. 해가 질세라 탕비실에서 빠르게 식사를 때우고 집에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Verbal Jint의 곡 『완벽한 날』의 가사 “우리 구의 최고 산책코스 응봉산으로 go”처럼 버스를 타고 응봉산으로 향했다. 산이라기보단 언덕에 가까워 빠른 걸음으로 10분도 걸리지 않아 꼭대기 전망대에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보는 풍경보단 평이했지만 이것도 나름의 멋이 있어 역시 그 가사대로 “한강을 내려다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해가 지고 “별 길을 따라 다시 다리를 건너”는(이..

가다 202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