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여행 지도

2023. 9. 3. LA 여행 계획을 짜러 본가에 왔다. 부모님은 아마 우리가 가면 다 좋다고 하실 테고 동생 의견이 있나 싶어서. 아버지도 동생도 오래 쉬는 것이 힘들어 입국일, 출국일을 제외하면 온전히 쓸 수 있는 날이 4일밖에 없다. 따라서 2박 3일 투어를 가면 자유여행을 하루밖에 못 할 것이고 디즈니랜드를 코스에서 빼야 한다. 그러다 1박 3일짜리(12시 넘어 끝나는 투어, 그냥 밤늦게 끝나는 1박 2일 투어라고 보면 된다) 투어를 발견했다. 많이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고르고 디즈니랜드도 일정에 넣었다. 왜 가족과 하는 여행은 늘 이렇게 빡빡할까. 나는 한 곳에 여러 번 갈 수도 있지만 부모님은 그 여행지에 가는 것이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으니 최대한 알차게 여기저기 데려다 드리고 싶은 ..

쓰다 2023.09.11

첫 집

2023. 8. 31. 부동산 잔금일이라 휴가를 쓰고 어머니를 만나 부동산으로 갔다. 상세 가족관계증명서를 뽑아야 했는데 일반을 가져가서 현장에서 다시 뽑거나, 일일 이체 한도 때문에 은행에 가려다 농협에 전화해서 어찌어찌 해결한 것 등의 사소한 일을 제외하면 잘 끝났다. 직접 동사무소나 은행에 가야만 했던 옛날에 비하면 정말 편리해졌다. 계약은 잘 끝났다. 절반은 은행과 부모님께 대출받은 돈이지만 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기 전 드디어 내 집이 생겼다. 빈손으로 상경해서 나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가정과 집(값이 싼 인천이긴 하지만)을 마련하신 아버지는 정말 대단하다. 나도 대졸 후 바로 직장을 구해 약 8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님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합법적으로 돈을 많이 벌..

쓰다 2023.09.10

여름 홋카이도 여행 2일차

2023. 8. 4.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편의점 메뉴 퀄리티는 이제 한국이 나은 것 같지만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연어알이나 가쓰오부시, 그라탱 등의 메뉴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질질 끌고 오도리 공원을 지나 맥주 박물관까지 걸어갔다. 택시를 탔으면 했지만 Y는 역시 택시비에 몇 만원이나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여행할 때와는 확실히 스타일이 다르다. 옛날에 삿포로에 가족들과 왔을 때는 연말이라 박물관이 닫아 관람은 하지 못했고, 징기스칸과 추첨으로 탄 사이드 메뉴를 잔뜩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무료 관람으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한국어 자료로 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맥주 3종과 치즈 한 조각을 주문해 먹었다. 오전부터 술을 마시자니 ..

가다 2023.08.16

여름 홋카이도 여행 1일차

2023. 8. 3. 와이프와 먼저 일본 여행을 간 J가 보내온 사진은 날씨가 매우 좋았다. 파란 하늘에 몽실몽실한 구름들, 선명한 색채. 반면 나와 Y가 일본에 있을 때의 예보는 비 소식밖에 없었다. 이 여행 날짜 선정은 100% J에게 맞춘 건데, 배가 아팠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동생, 동생 남자친구와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 점심을 사 줬다. 택시비는 아버지가 내 줄 터다, 아마도. 원래는 Y와 공항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Y는 가격이 비싸다고 집에서 따로 먹고 출발한다고 한다. 여행은 원래 돈을 쓰면서 만족감을 얻는 과정 아닌가? 인천공항은 오랜만에 왔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면세점이 많이 닫은 상태라 볼거리가 많이 없었다. 오히려 그간 무시했던 김포공항보다 넓지만 심심한 느낌이었다...

가다 2023.08.15

후각상실

2023. 7. 23. 일기 코로나로 고생한 지 3일 차. 어제는 가벼운 두통 때문인지 원래 있는 수면장애 탓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침 6시에야 잠이 들었다. 13시 가까이 되어 3분 짜장밥으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짜장에서도 신 김치에서도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땅히 느껴질 거라 예상되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무척 신기한 느낌이다. 그래도 미각은 잃지 않은 듯했다. 회복되려면 몇 주 이상은 걸린다는데 그동안 또 무슨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먹고 있던 짜장밥은 맛이 없진 않았지만 향이 없으니 뭔가 부족했다. 우선 오마카세나 새로운 맛집 탐방은 전면 중지다.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없을 게 뻔하니까. 하지만 그동안 등한시했던 싸면서 애매한 맛의 음식점은..

쓰다 2023.07.29

JLPT N2 체험

2022. 7. 2. 예전에 G가 같이 보자고 꼬신 JLPT N2 시험날이 되었다. 어차피 우리 실력에 합격할 거란 생각은 안 했고 일단 신청을 해 놓으면 뭐라도 공부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거의 하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시험장으로 가는 도중 G에게 오늘 시험을 못 볼 것 같다고 카톡이 왔다. 이유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합격하지 못할 것 같다거나 그런 거겠지. 하지만 출발하기 전이면 모를까 가는 도중에 연락을 하다니,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도 뭐해 런한 사람은 내버려 두고 혼자서라도 보기로 했다. 이제 학교는 자격증 시험을 칠 때가 아니면 올 일이 없다. 개원중학교는 휠체어 통로가 있는 것이 좋아 보였다. 분명 바퀴 달린 뭔가에 타서 미끄러져 내려가다 다치거나 혼난 학생이 있었겠지. 책상이나 의자 ..

쓰다 2023.07.23

오마카세는 허세인가

2023. 7. 16. 슬슬 오마카세를 먹고 싶은 시기가 찾아왔다. 이번엔 식사 말고 예전에 저장해 둔 디저트 오마카세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J형이 이런 거 좋아할 것 같아 “이제 더 늙으면 이런 거 소화 못 시킨다”며 불러냈다. 역시 오마카세의 매력 중 하나는 재료의 색다른 조합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니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아는 맛이다. 그래서 이런 식도락—고급 재료를 써 만든 음식과 기존에 먹던 음식을 비교한다거나, 전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맛본다거나—은 무던한 삶에 좋은 자극이 된다. 요새 해외여행이나 오마카세 등의 문화가 허세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어떤 현상의 원인이 뭐라고 그런 식으로 납작하게 단정 짓는 것엔 조심..

쓰다 2023.07.22

술, 재즈, 술

2023. 7. 15. 얼마 전 아버지가 폰 연락처와 네이버 주소록이 연동이 되지 않는다고 전화를 주셔서 금요일 저녁에 본가에 들르기로 했다. 내가 인천을 간다는 소식을 들은 H가 떡밥을 덥석 물고 술을 마시자고 불렀다. 기왕 보는 거 J도 불러 이자카야에서 1차, 횟집에서 2차까지 달렸다.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새벽까지 논 건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의 핸드폰을 살펴봤다. 네이버 주소록 앱은 작년에 서비스를 종료했고 네이버 앱에선 자동 동기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수동 동기화만 제공하면 주소록이 무슨 쓸모지? 여하튼 그렇게 말씀드리고 구글 계정에 백업만 하도록 설정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점심까지 자다 일어났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아침에야 들어온 동생이 거실 소파에서 ..

쓰다 2023.07.18

처음으로 봤던 건담

2023. 7. 2. 일요일 저녁마다 챙겨봤던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의 최종회가 방영되었다.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챙겨봤던 적은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데, 워낙 자극적인 전개 탓에 끝나고 커뮤니티를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건담 올드팬이면 웃을 수 있는 밈도 한가득이고. 하지만 역시 벌려놓은 것들이 많아 2쿨로 깔끔하게 완결될 스토리는 아니어서 마무리가 많이 어설펐다. 앞부분이 재밌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작품이 망작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을 보고 있자니 내가 처음으로 봤던 건담 시리즈인 『기동전사 건담 SEED』가 생각났다. 모두가 망작이라고 욕하는 건담 시드지만 나름 재밌게 봤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집에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을 설치했다. 설치해 달라고 한..

쓰다 2023.07.11

SQCF 부스 자원봉사

2023. 7. 1. 살면서 퀴어문화축제에 간 기억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동인천에서 열린다길래 설렁설렁 가 봤는데 하필 그때가 2018년이었다. 우익 기독교 카르텔이 꽉 잡고 있는 동네답게 반대 세력의 물리적 테러가 극심했던 시기였다. 그렇잖아도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사라져야 할 레거시라 생각했는데 조금 더 확고해진 것 같다. 다음은 2019년 J와 체코 스위스 여행을 간 마지막 날, 바츨라프 광장에서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 우연히 축제 중이었다. 인천에서 봤던 것관 다르게 무지개로 뒤덮인 광장과 한가운데서 소박하게 시위하고 있던 혐오세력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세 번째다. 회사에서 SQCF 부스 운영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길래 참여해 봤다. 전날 회의에 참여해 쭈구리처럼 브리핑을 들었는데..

쓰다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