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스즈메의 문단속 감상

주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포함한 신카이 마코토의 몇몇 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음 2023. 3. 12.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저녁에 내가 소고기를 사기로 했다.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이 비길래 마침 보고 싶었던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바로 예매해 영화관으로 출발했다. 떠올려보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부터 이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감상해온 편이었다. 처음엔 옆에서 커플이 소근거리는 소리, 오른쪽 뒤에서 과자를 으적으적 씹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이내 몰입할 수 있었다. 규슈에서 도쿄까지 여행하는 로드무비같은 짜임새가 경쾌했고,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상냥해 비현실적이지만 즐거웠다. 타인을 믿기 힘든 위험투성이의 사회라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보다 2023.03.25

북한산 등반

2023. 2. 25. 며칠 전 G가 등산을 가고 싶다고 해 나와 K와 J가 붙었다. 작년에 산 등산화를 몇 번 못 쓰기도 해서 반가운 소리였다. 장소는 북한산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코스를 정하는 과정에서 K가 둘레길을 가는 거 아니었냐, 꼭 정상을 찍어야 하냐기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싶었다. 산을 갔으면 당연히 끝을 보고 내려와야 하는 거 아닌가? 백운대를 목표로 하되 오르지 못할 것 같으면 중간에 내려오자고 합의를 봤다. 7시 40분, 평일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오랜만에 오르는 높은 산이기도 하고 날씨가 춥다는 얘기도 있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내의는 없고 대신 반팔 티셔츠 아래 속옷을 받쳐입은 후 그 위로 두꺼운 티를 입었다. 여기에 얇은 후드 집업 하나를 걸치고 예비를 하나 더 가..

쓰다 2023.03.07

일식당 예약, 회사 TGIF, J 방문

2023. 2. 17. 다음 달 동생과 가는 일본 여행 마지막 날 점심으로 먹을 식당 예약을 해야 했다. 여러 하이엔드 오마카세를 찾아봤는데 쓸데없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그런 곳은 애초에 만석이거나 춘분 휴무로 예약이 불가했다. 적당한 가격의 스시야를 하나 정해 예약을 했다. 런치는 온라인 예약이 되지 않아 국제전화를 걸어야 했다. 회사 점심시간에 phone room에 들어가 심호흡을 하고 번호를 눌렀다. 한국에서 전화기 너머로 일본어를 듣는 경험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래도 대부분 아는 단어라 무난하게 예약에 성공했다. 날짜, 인원, 시간, 코스, 전화번호, 이름 정도만 불러주면 됐다. 하고 나니 별 거 없었다. 오후 느지막이 일을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금요일이고 해서 출근한 인원이 몇 없어 사무실은 ..

쓰다 2023.03.05

느닷없이 축가를 부를 뻔 했던 친구 동생 결혼식

2023. 2. 11. 친구 JH의 동생인 JC 결혼식 날이다. 부모님이 베트남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양복을 다려놓을 테니 본가에 들러 입고 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동생의 친구가 어제 본가에서 자고 간다고 해서 그냥 집에 있는 와이셔츠와 슬랙스, 동생이 생일선물로 사 준 나이키 에어포스를 걸치고 가기로 했다. 사진도 안 찍을 거라 복장은 크게 관계없다. 충분한 수면 후 식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할 생각으로 나와 전철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로부터 전화가 왔다. JH였다. D랑 축가도 불러야 하고 동생 결혼식 뒷바라지로 바쁠 텐데 무슨 일이지? “야 너 오늘 결혼식 오지?” “응.” “지금 어디야?” “이제 구로.” “응 오케이 알았어.” “아니 뭔데 무슨 일인데.” 불안해서..

쓰다 2023.03.04

영양에서 다시 일상으로

2023. 2. 5. 공기는 추웠지만 이불이 두껍고 전기장판이 뜨끈해 불편하지 않게 잤다. 아침부터 일어나 거실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일 늦게 일어나고야 말았다. 휴일에는 적어도 11시까진 자야 하는 것 아닐까? 아침은 어제 먹지 못한 소고기를 썰어 넣은 짜슐랭과 밀키트 김치찌개였다. 체크아웃 후 주인 분들께서 직접 아궁이에서 볶은 커피를 대접해 주셨다. 고소하고 적당한 산미가 느껴졌다. 우리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난자를 한 판 더 즐겼다. 플레이어 사이에 흥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재밌을 것 같아 골라온 게임인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이 점에 관심을 보이며 구입해 놓을지 고민하시는 듯했다. 인스타에 우리가 노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도 하셨다. 나쁘지 않은 플레이라고..

쓰다 2023.02.27

온전히 우리만, 영양 여행

2023. 2. 4. J가 계획한 영양 여행의 첫날이다. 왜 이런 아무것도 없는 동네로 숙소를 잡았냐고 묻자 아무것도 없는 동네에서 회사 일을 모두 잊고 쉬고 싶어서라고 한다. L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며 노예처럼 굴려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짐을 싸들고 부평으로 출발했다. 카메라맨으로서 매번 챙기는 미러리스, 삼각대에다 이번엔 새로 산 렌즈까지 가방에 넣으니 짐이 너무 무거웠다. 보드게임 담당도 맡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번엔 욕심내지 않고 부피가 작은 보난자와 펭귄 파티만 챙겼다. 마트에 모여 음식 담당인 S의 지시에 따라 장을 보고 근처의 순대국밥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은 후 출발해 새벽에 영덕 해안가에 도착했다. 할 일도 없으니 차박을 하고 새벽에 해를 보자는 J의 의견에 따랐다..

쓰다 2023.02.17

구내염이라 쓰고 고통이라 읽음

2023. 1. 30. 피곤했는지 지난주부터 입안 여기저기 구내염이 나기 시작했고 금요일부터는 목 안쪽까지 아파 밥을 삼키기가 힘들었다. 몸살이거나 코로나에 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나 타이레놀을 한 알 먹어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아 목이 아픈 탓에 드는 착각인 듯했다.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여기저기 더듬어 보니 혀 안쪽 좌우로 염증이 생긴 것 같았다. 금요일부터 고통으로 가득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오후에 사무실에서 나와 이비인후과에 들른 후 일찍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구내염 때문에 병원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처방이 나올지 조금은 궁금했다. 증상을 설명하자 의사 선생님은 목과 코 안쪽을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여쭤 보셨다. 열은 나지 않는지, 침 삼킬 때 아픈지..

쓰다 2023.02.15

요팟시 진행자 교체, 안녕, 승준

2023. 1. 28. 어제는 몸이 안 좋아 일찍 잤고 늦게 일어났다. 새벽에 업무 메시지가 온 것을 보고 답변을 바로 하고 싶었지만 잠결에 일하다 무슨 헛소리를 할지 몰라 다시 잤다. 동료와의 타임존이 다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열이 나지는 않는데 목 안쪽을 포함해 입안이 여기저기 헌 느낌이 났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 건강 챙기기 따위의 이유는 아니고, 어제 고등어 한 마리를 사다 조림을 해 놓은 것이 상하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거칠거칠한 고등어 살을 씹어 삼키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생산성 있는 일은 접어두고 밀도 낮게 쉬다 예매해 둔 요팟시 공개녹음을 보러 나왔다. 코로나 이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XSFM의 팟캐스트 그알싫, 요팟시는 첫 방송부터 듣..

쓰다 2023.02.12

니지모리 스튜디오 료칸

2022. 1. 22. 설 연휴 중에 가족들과 니지모리 스튜디오 료칸에 놀러가 묵기로 했다. 일제가 없애려 했던 음력설 당일에 일본풍 테마파크에 방문해도 되나 싶었지만 대표자가 한국인이니까. 료칸 숙박비가 4인 100만원이 넘는단 것을 듣고 “이럴 거면 차라리 일본으로 가자.”라 하고 비행기 값을 검색해봤는데, 그냥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도 운전은 내가 한다고 나섰다. 불운하게도 작은 사고가 있었다. 음료를 픽업하러 스타벅스를 가는 길에 옆 차의 사이드미러를 살짝 친 것이다. 처음 내 보는 사고에 당황해 어쩔 줄 몰랐지만 아버지가 우선 멈춰 깜빡이를 켜라 하시고 그 차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차주는 똥씹은 표정이었지만 외관상 손상이 없어선지 천만다행으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팰리세이..

쓰다 2023.02.11

설 연휴 시작

2023. 1. 20. 내일부터 설 연휴다. 휴가지만 technical manager인 T가 채팅과 코드 리뷰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답변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안 그래도 시차 때문에 업무 시간 동안 답변을 받으려면 하루가 걸리는데, 그나마도 잘 답변을 해 주지 않아 일이 뭐 하나 해결된 것이 없던 참이다. 우리 회사는 안팎으로 동료가 좋은 회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이것도 팀바팀인 모양이다. 정말이지 앞으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연휴 전날이고 해서 휴가를 썼다. 원래라면 맛집을 찾아다녔겠지만 남은 두부를 연휴 동안 먹지 않고 방치했다간 어떤 꼴이 날지 뻔해서 점심 김치찌개, 저녁 두부부침으로 소비할 계획을 세웠다. 겨울에 김장한 김치가 일반 냉장고에선 빠르..

쓰다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