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다시 여행 준비

2023. 1. 16. 예전에 본가에 갔을 때 동생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작당모의를 했고 슬슬 계획을 구체화할 때가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거의 일본인 취급을 받고 있는 J를 데리고 가면 좀 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준비 중인 시험이 있는 모양이라 적어도 여름까지는 같이 놀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카루이자와/쿠사츠 지역을 가 보라고 추천받았다. 해외여행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별로 의욕이 나지 않았지만 갈 만한 곳을 대충 찾아 놓았다. 난 나를 못 믿는 것만큼이나 남을 믿지 못한다. 따라서 항상 그랬듯 일정과 호텔, 식당 예약은 내가 하겠지만 이번엔 비행기 예약 정도는 동생에게 맡겨 봤다. 보내온 스크린샷의 가격, 시간과 항공편은 적절해 보였지만 수수료라든지 이것저것 추가되어 인당 약 85만 원 정도..

쓰다 2023.01.25

공연 입구컷

2023. 1. 7. 오랜만에 클럽에반스에서 베이시스트 Robiq님의 공연이 있는 날이다. 이런 공연 소식 때문에 글도 안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지울 수가 없다. 게으른 몸을 겨우 움직여 오도로키우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자가제면을 해 표면이 보들보들하면서 내부는 살짝 탱탱한 면발이 완성도 있었다. 같이 주문한 가라아게도 짭짤한 간과 후추향이 잘 배어 좋았다. 하나를 너무 꽉 잡아 튀김옷에서 커다란 닭살이 쏙 빠지고 말았다. 집에 들렀다 다시 나가기도 애매해 시간도 보내고 배도 꺼트리려고 근처의 코인노래방으로 들어갔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목에 가래가 많이 꼈다. 담배도 싫어해서 안 하는데 이럴 때면 조금 억울한 감이 있다. 노래 후 랩을 좀 하고 나니 목이 쉬어 홍대로 이동해 카페 루치아에 들어갔다. ..

쓰다 2023.01.18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

2023. 1. 2. 물 흐르듯 새해가 찾아왔다. 휴일이었다면 좀 더 상쾌한, 밝은 하늘색에서 하얀색의 기분을 느끼며 한산한 거리를 걸을 수도 있었겠지만 평일이라 언제나와 같이 업무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누군가는 개인적인 만족감을 위해,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열심히 해 보자는 다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새해 첫날보단 느긋한 연말 분위기가 편안하다. 1년이 거의 끝난 듯 아직 끝나지 않은, 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분위기. 그런 못내 아쉬운 느낌이 더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특별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옛날같이 겨울방학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새해를 맞는데 거창한 포부나 마음가짐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올해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쓰다 2023.01.08

마지막 날과 첫째 날

2022. 12. 31. 30일인 어제 가족들과 르꼬숑에 가서 디너 코스와 와인 두 병에 글라스 두 잔을 더 추가해 먹었다. 파인다이닝답게 사악한 가격을 자랑했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사 놓은 소금집 햄, 치즈, 캐러멜이 올라간 사퀴테리 보드를 준비했다. 아버지는 먼저 주무셨고 어머니도 도중에 먼저 자러 가셨다. 주희와 나는 까 놓은 술을 마저 해치우고 연태 하이볼을 만들어먹으며 4시까지 애니메이션을 봤다. 당연히 늦게 일어났다. 점심을 먹고 가져온 책 『우리편 편향』을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빈둥거렸다. 동생은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2022년의 마지막 날을 불태우기 위해 나갔다. 역시 인싸에다 젊어선지 아직 같이 놀 친구들이 많은가보다. 내 친구들은 슬프게도 술을 즐기는 사람부터가 별로 ..

쓰다 2023.01.08

핸드크림

2022. 12. 29. 핸드크림을 사서 쓸 일이 내게 있을지, 작년까지의 나는 그렇게 생각헀다. 약한 수준의 다한증으로 손바닥에는 항상 땀이 나 갈라질 일이 없고, 손등도 항상 보드라운 편이었다. 그래서 핸드크림을 선물로 받게 되면 부모님께 드리곤 했으며 친구가 핸드크림을 꺼내며 쓰겠냐고 물으면 보통 거절했다. 헌데 올 겨울 오른손 손등을 쓰다듬자 거칠거칠한 것이 느껴졌다. 눈으로 봐도 허옇게 살이 튼 것이 보인다. 타고난 체질이 아니라 나이의 문제였던 것일까.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잡동사니 파우치의 히말라야 립밤으로 응급처치를 하다 생각난 김에 퇴근길에 있는 올리브영으로 핸드크림을 사러 갔다. 복숭아처럼 새콤달콤한 향을 좋아하지만 핸드크림은 향수가 아니라 그런지 강렬하게 맛있는 향은 나지 않았다. 고민..

쓰다 2023.01.01

준비되지 않은 성탄절

2022. 12. 25. 해가 갈수록 크리스마스에 대해 무감각해진다고 느꼈다. 올해 역시 그 정점을 찍었다. 크리스마스는 밖에 나가 거리를 걸으며 번화가의 장식물과 사람들을 봐야 느껴지는 것 같다. 올 겨울의 나는 추워서 멀리 돌아다닐 생각도 하지 않았고 기껏해야 회사와 집만 왕복하는 생활이 전부였다. 그 도보 10분쯤 되는 거리를 품은 이 역삼역 업무지구에서 보고들을 수 있는 것이라곤 동맥경화처럼 꽉 막힌 테헤란로의 차와 경적 소리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선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 평범한 주말과 다름없이 『사이버펑크 2077』만 밤새 플레이했다. 작년과 다르게 보드게임 파티도 없었고 달리 약속을 잡을 생각도 못했다. 하긴 결혼한 친구도 많고 교회에 억지로 끌려간 친구도..

쓰다 2022.12.31

술방 보며 술 마시기

2022. 12. 24. 본가에 살던 시절 세아스토리를 시작으로 다른 버튜버 인방도 조금씩 찾아보았다. 술을 마시며 시청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술방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술방을 보며 술도 마시고 채팅도 치면 재밌을 것 같았다. 본가에서 하는 건 왠지 눈치가 보여 언젠가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 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취를 시작한지 1년 하고도 몇 달 된 지금까지도 술방을 보며 술을 제대로 마신 적이 없다. 요샌 매일 술을 마시며 방송을 하시는 사사_44님의 방송을 종종 라디오 삼아 듣고는 있지만 여태까지 어디서나 그랬듯 적극적으로 채팅에 참여하진 않게 된다. 가끔 “ㅋㅋㅋㅋ”이나 이모티콘으로 채팅창이 도배될 때 한 수 거드는 정도다. 며칠 전에도 일기에 썼듯 ..

쓰다 2022.12.30

세아스토리 24시간 방송 3년차

2022. 12. 18. 처음으로 생방을 챙겨보기 시작한 인터넷 방송은 세아스토리다. "안의 사람”이 바뀐 mk.3 방송 초창기에 캡쳐본을 보고 유입되었는데, 특유의 정신없는 텐션과 내용이 코드에 맞았다. 이 방송은 특이하게 버튜버 그 자체보단 “버튜버를 연기하는 직장인과 그 팀원들”을 보는 쪽에 가깝다. 시행착오가 많았던 시절 살짝 푸는 뒷얘기와 팀원들의 티키타카를 보면 직장인 희망편을 보는 것 같아 부럽고 응원하게 된다. 이 채널은 매년 12월마다 24시간 연속 방송을 하는 전통이 있다. 1년동안 모은 기부금과 이 날 하루 받은 기부금을 합쳐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재단에 전달하는 것이다. 올해는 방송 일정이 주말에 잡혀 휴가는 쓰지 않아도 되었다. 이틀간 먹을 식단을 짜고 간식과 술을 사놓는 걸로..

쓰다 2022.12.27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2022. 12. 14.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때까지는 주로 글을 쓰고 노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잡담을 하며 어울리는 것에 대해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거나 게시판 분위기에 맞지 않는 글을 써 비난을 받았던 적도 한두 번 있었지만 그래도 커뮤니티 활동은 꾸준히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만든 사이트에서만 글을 썼고, 루리웹이나 클리앙 등의 커뮤니티에선 거의 눈팅만 했다.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공개된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게임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생에서는 (싫지만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기 싫어서 억지로라도) 말을 적당히 하는 걸 보면 요새 서브컬처에서 많이 등장하는 ..

쓰다 2022.12.25

모교 둘러보기

2022. 12. 11. 지구인연합 송년회 날이다. 어제 동네 친구들 송년회 이후 새벽까지 마시고 들어와 아이패드로 그림까지 그리다 잔 것치곤 이른 시각인 11시에 일어났다. 저번주에 담근 김장김치 등을 반찬으로 밥을 먹고 집에서 좀 쉬다 출발했다. 저녁 시간보다 좀 일찍 모여 모교인 부평고를 둘러보기로 했다. 부평고는 1학년이 쓰는 신관과 2, 3학년이 쓰는 낡디 낡은 본관, 부속 건물이 있는데 조만간 본관 쪽 건물을 개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가 사진이라도 찍자고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버스를 타고 곧바로 학교까지 가지는 않고 부개3동 기적의도서관 앞에서 내렸다. 등굣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보고 싶어서다. 부개주공 3단지의 옛 집에서 출발..

쓰다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