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모임 총무의 고난

2022. 12. 9.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동네 친구들 연말 모임 날짜가 잡혔다. 총 11인 중 8명, 6명이 가능한 날짜가 각각 있었고 당연히 더 많은 인원이 가능한 날을 골랐다. 몇 년 전에는 복작복작 모두 모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이나 집안, 직장 문제로 각자 일이 있을 테니 이것도 많이 모인 거라고 본다. 하지만 날이 가까워지도록 식당을 정할 의지가 없어 보이길래 내가 총대를 매 적당한 프랑스 식당을 찾아 예약했다. 그리고 며칠 전 S가 그날 다른 일정이 있다고 빠졌다. 달력에 모든 약속을 기록해놓는 나는 왜 미리 겹치는 일정을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일찍 얘기를 해 줘서 그러려니 하고 식당에 변경 요청을 했다. 식당에서 미리 메뉴를 전달해달라 해서 남은 7명이..

쓰다 2022.12.18

수채화 재입문

2022. 12. 7. 지난달 수채화로 크리스마스 카드 그리기 클래스 홍보 메일이 왔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좀 더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에 앞뒤 볼 것 없이 신청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수채화도 그려보고 싶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수채화는 학생 때 그려본 것이 전부다. 좋은 기억도 없다. 학교 미술 실습 시간은 기본적인 방법만 알려준 후 두 시간이라는 부족한 시간 동안 각자 알아서 그린 후에 점수를 매기는, 체험에 가까운 활동이라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게다가 좁은 책상은 도화지와 팔레트, 물통 등으로 혼잡하다. 준비물을 잊어버리고 온 날은 친구의 눈총을 받으며 도구를 빌려 그리는 둥 마는 둥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이라면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쓰다 2022.12.16

새 회사에서의 첫 오프라인 연말 파티

2022. 12. 6. 작년에 이 회사로 이직했을 때는 한창 코로나가 유행일 시기였다.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해외에서 진행되었을 신입 교육은 모두 녹화된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여기서 내가 몸담게 된 팀은 듣기론 “이 회사에서 제일 이 회사답지 않은” 조직인 데다, 예전 팀원들과 여기서도 같이 일하고 있다. 즉 문화가 좋은 회사라곤 하지만 정작 이 회사의 문화를 맛볼 기회라곤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오늘 입사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Year End Party가 열렸다. 기본적으로 감정 변화가 별로 없는 성격상 들떠있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미리 행사 일정을 훑어보기도 하고 겨울 장식물 만들기 클래스도 신청해 놓았다. 낮 동안은 업무에 힘쓰다 시간이 되어 주위 분들과 이벤트..

쓰다 2022.12.08

선글라스, 라이트스트립 구입

2022. 11. 30. 새 장난감으로 필립스에서 나온 PC 모니터용 그라디언트 라이트스트립과 휴 싱크박스를 샀다. 때문에 추가 전원이 두 개 더 필요해져 멀티탭 10구도 같이 샀다. 주문한 모든 물건이 오늘 내로 배송될 예정이었다. 새 장난감이 왔으면 설치하고 즐길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므로 휴가를 썼다. 어제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들었지만 늦게 일어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침마다 피곤에 절은 신음소리를 내며 이대로 다시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 왔는데, 몇 시까지 자면 개운할 수 있을지 매번 궁금했다. 실험 결과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잠이 줄어든 것 같다. 2시에 잤을 경우 의외로 9시 30분에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새 기온이 급격히 떨어..

쓰다 2022.12.07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트리

2022. 11. 24. 파트 점심 회식으로 와인과 소고기를 먹었다. 그대로 집으로 향해 조금 쉬다가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나갔다. 보통 접종 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권장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 접종 전이었으므로 문제없다. 얀센, 모더나에 이어 이번엔 화이자 BA.4/5를 선택했다. 언젠가 5가지 정수를 모두 몸에 받아들여 슈퍼 파워를 가지면 전 세계를 무릎 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오후 시간을 허투로 쓰긴 아까워서 버스를 타고 여의도의 더 현대 서울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무척 아름답게 해 놓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5층으로 올라가니 과연 중앙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트리가 있고 주위로는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오두막이 몇 개 있었다. 안쪽은..

쓰다 2022.12.01

4번째 부산 여행 마무리

2022. 11. 20. JH가 커튼을 걷자 침대 바로 앞의 바다가 보이는 전면 창으로 눈부신 햇빛이 들어와 눈꺼풀에 스몄다. 이번에도 역시 제일 늦게 일어난 것은 나였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평소 주말에는 딱 8시간만 자고 있다. 새벽 늦게 자서 늦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부산까지 왔으니 아침으로 서면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다. 부산 사람이라면 돼지국밥집을 데려가 달라고 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집이 다섯 곳 이상은 되는 돼지국밥 광인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D는 생각보다 아는 곳이 없었다. 소문난 돼지국밥이라는 집이 괜찮다고 해서 안내를 받아 왔는데 폐업한 건지 공실이었다. 그 오른쪽의 가게는 줄이 엄청났다. 돼지국밥집이 저곳만 있는 곳도 아닌데 굳이 저곳에만 줄을 서는 ..

쓰다 2022.11.27

4번째 부산 여행

2022. 11. 19. 부산을 가 본 적이 딱 세 번 있다. 처음은 창원에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 처음으로 나온 외박이었다. 고맙게도 가족들이 인천에서 먼 길을 와 줘서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 입대 후 처음으로 느낀 바깥 풍경이라 그런지 모든 가게가 맛집 같아 보였다. 두 번째는 대학생 때 JG와 떠난 자전거 여행이었다. 부산이 종착지였기 때문에 좀 놀다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바로 다음날 다른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운대에 잠시 있다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올라갔다. 세 번째는 H누나랑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공개 녹음 관람 겸 여행을 왔을 때였다. 출장으로 쌓여 있던 포인트도 털 겸 파크 하얏트에 투숙했는데 돈을 쓰지 않고 즐기는 고급 호텔은 정말 좋았다. 오늘은 네 번째 방문이다. 전에 ..

쓰다 2022.11.26

미용실 공포증

2022. 11. 12. “쉽지 않음”이라는 밈이 있다. 미용사에게 원하는 바를 말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다. 웃기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나 말고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혹은 겪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중학생 때부터 미용실 가는 일은 어려웠다. 초등학생 때야 “스포츠 머리” 외의 다른 스타일은 몰랐다. 하지만 유년기를 벗어나 접하는 미디어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 머리가 내 마음에 드는 머리가 아니었음을 자각하면서부터 고통은 시작되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두발규정은 항상 우리를 옭아맸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두발 자유화 얘기가 자주 나왔지만 결국 수능을 마치기 전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머리를 꾸미고 신경 쓸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혹은 어른들 따라 하지 말고 주제에 맞는 머리..

쓰다 2022.11.15

혼자 호텔놀이

2022. 11. 4. 호캉스란 단어가 나오기 전에 이미 호텔놀이란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장기 출장으로 쌓인 포인트를 털기 위해 친구들과 간 적은 있지만, 내 돈으로 혼자 별 이유 없이 호텔에 투숙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며칠 전부터 고민하다 도미 인 호텔에 빈 방이 생긴 것을 보고 결국 예약을 한 것이다. 집이랑 가까워 심적 부담이 없었고 대욕장이 있다는 것에 끌렸다. 투숙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서 오후 반차를 사용했다. 체크인은 3시였으므로 남는 시간을 이용해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콜라보가 진행 중인 용산 건담베이스 구경을 갔다. 역 천장에는 거대한 건담이 매달려 있었고 여기저기 등신대 판넬이 놓여 있었다. 내일 G에게 줄 생일선물로 에어리얼 건프라와 베이스를 샀다. HG라..

쓰다 2022.11.14

그냥 료칸을 가고 싶은 날

2022. 11. 2. 어찌어찌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가고 있지만 기한 내에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몇 달간 그런 압박을 갖고 퇴근해서 집안일과 재택근무를 마치고 게임이든 뭐든 하고 나면 어느덧 12시가 지나 있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콘솔 게임을 하고, 자취를 하는 등의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꿨고 많이 이뤄내긴 했지만 이게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인지는 모르겠다. 『용과 같이 7』을 플레이하다가 오사카 도톤보리를 본떠 만든 장소를 봤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처음으로 오사카 여행을 갔던 때가 생각이 나면서 당장에라도 다시 일본 여행을, 아니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 일정을 봤을 때 11월, 어쩌면 올해 안으로는 무리다. 주말에 료칸이라도 가서 푹 쉬면 어떨까. 국내..

쓰다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