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발라먹기 번거로운 감자탕

2022. 9. 18. 며칠간 피부로 느껴지는 한기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했는데 다시 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윌리스 캐리어 선생님을 다시 노벨상감으로 추대하는 우스갯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도 설거지와 청소를 끝내자마자 에어컨을 켜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땀을 식혔다. 원래는 카페에서 달콤한 것을 먹으며 책을 읽을 생각이었지만 날씨 탓에 밖에 나갈 생각이 싹 가셨고 대신 시원한 집에서 『위쳐』 1권을 완독했다.s 가끔 저녁을 해 먹기가 귀찮은 날이 있고 지금이 딱 그랬다.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서 골목골목을 돌아봤다. 선선한 바람은 이따금 불었지만 걷다 보니 땀이 조금 났다. 항상 문을 여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타코, 초밥집이 보였지만 오..

쓰다 2022.10.02

프랑스 코스 대신 프랑스 안주

2022. 9. 16. 맛있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의 양식을 채울 시기가 이번 달에도 찾아왔다. 스시 오마카세는 저번에 갔으니 이번엔 프랑스 코스 요리를 알아봤다.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건만 대부분의 가게는 1인 예약의 경우 앱에서 예약할 수 없고 전화로 문의하라는 안내문이 뜰 뿐이었다. 비혼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화 생활에 제한이 생길 땐 슬프다. 대신 프랑스 요리 풍의 안주가 제공되는 한남동의 서울브루어리로 갔다. 창가에 바 좌석이 있어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게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은 맥주 샘플러와 감자 테린을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적당히 익었으며 아낌없이 뿌려진 치즈의 느끼함이 맥주와 먹기 딱이었다. 맥주를 모두 비..

쓰다 2022.09.17

추석 글램핑

2022. 9. 9. 우리 가족은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추석에는 주로 가족과 해외 여행을 갔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그저 집에서 뒹굴거릴 뿐이었다. 올해는 국내 여행 정도는 갈 수 있을 분위기라 전부터 점찍어놨던 가평의 글램핑장에 가서 하루 놀다 오자고 제안했다. 평소에 운전할 일이 전혀 없으니 이럴 때라도 연습을 해야 감을 잃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고 출발해 1/3쯤 왔을까, 어느 아파트 앞 사거리부터 차가 끔찍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1km도 안 되는 거리를 가는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 즈음 해서 아버지와 교대했다. 점심은 B카페에서 먹었다. 예전에 회사 동기들과 놀러왔을 땐 2층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고 대신 내부가 넓어졌다. 음식은 먹을만했으나 어디까지나 카페라서 식..

쓰다 2022.09.17

대출 연장 그리고 짧은 휴식

2022. 9. 5. 은행에 들러 대출 연장을 하기 위해 오후 반차를 사용했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자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바지는 흠뻑 젖었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출근했기 때문에 찝찝한 기분은 덜했다. 은행 업무는 금방 끝났다. 3년 전 처음 대출받았을 때에 비해 이자가 두 배 가까이 오를 것 같아 앞으로는 이 쪽도 조금씩 원금상환을 해나가야 겠다. 음식과 술 빼면 과소비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방 다 갚을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돈 한 푼 없이 올라와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항상 존경스럽다. 내가 회사원으로 평생 일해도 아버지가 여태 번 돈의 절반이나 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자 3시 가까이 되었다. 예정된 회의가 하나 있었고 무슨 얘기가..

쓰다 2022.09.15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만화 보면서

4. 어머니가 차려주신 점심밥을 먹고 리디북스에서 『스틸 볼 런』 전권을 결제해 보다가 태풍이 거세지기 전에 서울로 돌아왔다. 냉장고에 반찬이 풍족해 밥을 할까 했으나 오랫동안 냉동실에서 한자리 차지하던 냉동 피자를 해치우기로 했다. 전에 산 통나무 스툴을 끌어와 막 오븐에서 꺼낸 따끈따끈한 피자를 올려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바이올렛 에버가든』 극장판을 봤다. TV판에서 이미 나왔던 소재를 재활용했지만 뻔한 스토리임에도 감동적인 건 감동적인 거라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작화와 연출이 너무 좋은 데다 깔끔한 결말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요새 영상 매체를 보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아진 것 같다. 어제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폭풍수면! 꿈꾸는 세계 대돌격』을 보다가 아래 대사를 말하는 봉미선 역 성우..

쓰다 2022.09.13

기독교 결혼식에서 사회가 하는 일

2022. 9. 3. J의 결혼식 당일이다. Y가 조조로 『탑건: 매버릭』을 보고 감동의 메시지를 보내는 통에 잠깐 깼다 잠들면서 결혼식에 관한 재미있는 꿈을 꿨다. 미리 도착해서 다른 사람의 식을 구경한다거나 양복을 집에 놓고 왔다든가 하는. 어머니가 잠깐 외출하셨길래 부엌의 밥과 코다리조림을 적당히 데워 먹었다. 본가에 있을 때는 자주 이렇게 어머니가 미리 해 두신 음식을 데워먹곤 했지. 저번주에 이어 양복을 차려 입자 어머니가 머리를 매만져주셨다. 한 달 전 비싼 돈을 주고 펌을 한 긴머리를 오늘 사회를 보기 위해 깔끔하게 잘라버렸다. 가르마를 타자 요새 연예인들이 자주 하는 머리와 비슷해졌다. 너도나도 하는 머리모양이 확실히 무난하고 모두의 호감을 사긴 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많이 안 하는 것이 끌..

쓰다 2022.09.12

올림픽공원 산책

2022. 8. 28. 어제부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나가기로 했다. 볼 거리가 많은 강북 쪽으로 넘어갈까 생각했으나 체감상 좀 더 가까운 올림픽공원으로 갔다. 밝은 햇빛과 선명하게 파란 하늘 아래 넓은 광장이 있었고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길이 여러 갈래 있어 경로를 정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우선 높은 길을 따라 걸었다. 나무 뒤로 롯데타워 등의 건물이 보였다. 넓은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그늘에 돗자리를 펴 놓고 쉬고 있었다. 시애틀 출장 당시 방문했던 Gas Works Park가 생각났다. 한국 도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고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걷다 보니 88잔디마당 내에 먹거리와 맥주를 ..

쓰다 2022.09.06

가장 기억에 남을 야외 결혼식

2022. 8. 26. H누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어제 저녁에 본가로 내려왔다. 정장은 결혼식이 아니면 입을 일이 없으니 아예 본가에 가져다 놨고 역시 평소에 맬 일이 없는 허리띠도 이제부터 본가에 비치해놓기로 했다. 적당히 깔끔한 옷을 입고 가도 됐겠지만 옷장에는 온통 청바지와 후드티, 컨퍼런스에서 받은 티셔츠 뿐이라 정장이 가장 무난하다. 이번 결혼식은 금요일 저녁에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 누나와는 전 직장 동기로 만나 꾸준히 친하게 지내면서 범상치 않은 사람이란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역시 결혼식도 남들과는 다르다. 남들 하는 대로 식장에서 하는 것이 편하고 잡음도 적었을 텐데, 여러모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식은 누나의 모교 웨딩홀을 빌려 진행되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와 ..

쓰다 2022.09.05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관람 완료

2022. 8. 21. 요새 게임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3』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니 휴일에 하루종일 집에만 있게 되는 것 같아 오늘은 어딘가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달부터 시작했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관람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점심은 역까지 나가는 길에 있는 오므라이스 전문점에서 먹어 봤는데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굳이 밖에서 사먹는 보람이 느껴지는 맛도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박물관으로 도착해 3층으로 올라가 조각, 공예관을 둘러봤다. 동양의 자기가 서양으로 퍼져나가 약간 다른 양식으로 변화하고 대량생산에 이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세계문화관 중에선 메소포타미아 쪽이 볼만했다. 쐐기 문자는 어렸을 때 학습만화에서나 봤지 실제로 점토에 새겨진 것을 보는..

쓰다 2022.09.02

『탑건:매버릭』 2회차 관람

2022. 8. 17. 일찍 퇴근해서 버스를 타고 바로 여의도 CGV로 갔다. 『탑건: 매버릭』의 4DX 좌석이 다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4DX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던 다른 영화들의 흥행이 영 별로였나 보다. 아직도 인기가 많아 좋은 좌석은 거의 다 나간 상태였다. 예약 현황을 다시 보니 A열 정중앙 예약이 취소되었는지 텅 비어 있었다. 실제로 보니 아이맥스관에 비해 화면이 아주 크지는 않아 A열이라도 가운데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참고하자. 역시 명작은 여러 번 봐도 재밌다. 옛날엔 책을 몇 번이고 읽어서 내용을 외우기도 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럴 여유가 줄어들어 어떤 미디어든 두 번 이상 즐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두 번 관람한 것도 이번..

쓰다 202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