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일찍 퇴근했지만

2022. 8. 10. 강남 일대를 물에 잠기게 했던 폭우가 무색하게 오늘 아침은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프로젝트 일정이 밀리면서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일찍 퇴근해서 회사에서 남겨 온 샐러드와 집에서 한 3분카레로 저녁을 때웠다. 시간이 난 김에 오랜만에 카페에 노트북을 가져가서 개인 공부라도 할까 했다. Rust도 보는 중이고, 북마크만 해 놓고 아직 읽지 못한 여러 분야의 글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설거지를 마치니 19시가 되었고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대로 카페에 가도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다. 게임을 좀 해서 의욕을 찾으려 했지만 30분 정도 하고 그만뒀다. 딱딱하고 서늘한 거실 맨바닥에 잠시 누워있다가 깜빡 잠들었다. 일어나자 땀이 났는..

쓰다 2022.08.23

가족들과 음주가무

2022. 8. 6. 부모님이 아침식사를 하는 소리에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들어 정오가 넘어서 일어났다. 잠을 잘못 잤는지 고개를 조금이라도 숙일 때마다 등 근육이 아파서 하루종일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점심은 육개장을 먹었다. 어머니 요리는 순두부찌개를 제외하곤 항상 맛있다. 얼린 육개장을 좀 보내주겠다고 하셨지만 냉동실에 공간이 없어 거절했다. 오피스텔의 냉장고는 너무 작아 얼음통, 음식물 쓰레기 통을 넣기 위해 가운데 칸을 아예 빼 버렸고 맨 위는 얼린 식재료와 냉동식품으로 포화 상태다. 언젠가 오피스텔을 벗어나 내 집을 마련하면 꼭 큰 냉장고를 살 것이다. 저번주에 외삼촌으로부터 간만에 전화가 와서 오늘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과음을 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약속이 있으시다고 해서 취소되었다. ..

쓰다 2022.08.21

관성으로 결혼하는 사람

2022. 8. 5. 어제부터 연차를 냈다. 마침 여름 휴가 기간이긴 하지만 딱히 휴가를 갈 생각으로 연차를 쓴 것은 아니고 그냥 쉬고 싶었다. 오늘은 인천에서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본가로 갔다. 부모님이 취미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신 이후 집에는 야채가 항상 넘치나 보다. 호박잎과 가지전을 비롯한 각종 나물 반찬으로 점심을 먹었다. 자취를 하면 유통기한 문제로 야채를 덜 먹게 되기도 하니 나로선 반가운 식단이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소포장 식재료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종류가 많이 부족하다. 저녁에는 J 청첩장 모임이 있었다. J는 여느때처럼 몇 십분을 늦었지만 항상 일관성있게 지각을 하므로 오히려 예측이 쉬웠다. 상견례를 갔다 왔다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쓰다 2022.08.16

스테이크와 추억의 감자 크로켓

2022. 7. 30. J네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정오가 넘어서 일어났다. 샤또 딸보 등의 와인으로 시작해 코인 노래방에 다녀와 위스키로 마무리하는 완벽한 코스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 식품 코너에 들러 스테이크용 안심과 타임, 감자 등을 샀다. 원래 어제 저녁에 해 먹을 생각이었지만 어제의 술 번개로 하루 미뤄진 것이다. 백화점을 나오자마자 버터 사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깨닫고 편의점까지 들렀다. 구입 목록을 적어놔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테이크를 직접 구워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의미로 매쉬드 포테이토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감자가 주먹만해 삶는 데에도 한 세월이 걸렸다. 맨손으로 포슬포슬한 감자 껍질을 벗기다가 손끝을 몇 번 데었다. 한 덩이만 ..

쓰다 2022.08.11

건강검진 예약은 오전에 잡자

2022. 7. 25. 이직한 이후로 처음 받는 건강검진이다. 예약을 오후 1시로 잡아놔서 오전에는 출근해 파트 워크샵에 참여했다. 일을 마치고 한창 북적이는 회사 식당을 뒤로한 채 주린 배를 잡고 L건물로 향했다. 도보로 15분밖에 걸리지 않아 느긋하게 걸어갔다. 검진 전문 시설이다 보니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막힘없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검진이 진행되었다.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대기시간도 짧았다. 인바디 결과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측정 후 담당자 분이 평소에 운동을 하냐고 물어봤다. 내장 지방이 생각보다 적어서 물어봤다고 하시는데, 확실히 나같은 사람은 마른 비만이 되기 쉬울 것 같다. 지금은 나름 건강한 체성분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늙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새 매일 ..

쓰다 2022.07.29

거실에서 잔다는 것

2022. 7. 20. 오전에 오피스텔 하자 보수를 위해 기술자 분이 방문했다. 입주하고선 창가 아래 벽과 바닥을 잇는 실리콘이 떨어진 것을 발견해 접수를 해 놓았는데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야 보수라니. 근본적인 원인은 바닥이 꺼져서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바닥을 전부 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하자면 아무래도 대공사가 될 테니 실리콘만 새로 바르는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내 소유의 집은 아니니 보수를 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작업을 위해 매트와 옷걸이를 옮겼다. 일일 화상 회의를 하는 동안 보수 작업이 완료되었고 나는 점심을 먹으러 출근을 했다가 늦게 귀가했다. 좁은 집 안에 아까 옮겨놓은 위치 그대로 어수선하게 놓인 옷걸이와 매트, 안락의자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실리콘이 마를 때까지 건드..

쓰다 2022.07.26

코즈믹 호러에 대항하는 법

2022. 7. 17. 자기 전에 오랜만에 보드게임 『엘드리치 호러』를 꺼내 펼쳤다. 며칠 전 번역 개선 구성물을 받고 정리하다 보니 다시 해 보고 싶어졌다. 혼자 조사자 두 명을 잡고 요그 소토스에게 도전했다.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어 규칙서를 한 번 훑어보고 바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자비가 없는 난이도다. 차원문이 여기저기 열린 채 방치되고 조사자가 세 명이 쓰러지는 와중 어떻게 미스테리는 모두 해결했으나, 바로 이어지는 신화 단계에서 고대의 존재가 깨어났고 파멸 토큰 전진 효과로 새벽 3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각에 그렇게 세계는 멸망했다. 정리 후 자려고 누워 러브크래프트의 원전을 읽었던 때를 생각해 봤다. 크툴루 신화를 즐기는 자로서 한 번쯤 읽어봐야지 하고 전집을 읽어 ..

쓰다 2022.07.24

숫돌 구입

2022. 7. 16. 언젠가부터 본가에서 가져온 식칼이 점점 안 들기 시작해 숫돌을 마련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버지가 칼을 갈 때 숫돌을 사용하던 모습이 시원시원해 보여서 예전부터 숫돌을 가지고 싶었다. 어머니는 칼갈이를 하나 사라고 하셨지만 그런 건 왠지 멋이 없다. 숫돌이야말로 칼을 갈기 위한 올바른 도구인 것이다. 마침 인터넷 쇼핑몰 광고 메일에 숫돌 할인 소식이 있어 고민 없이 구입했다. 저녁에 설거지를 마친 후 식칼을 자세히 살펴봤다. 봐도 무뎌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빠진 곳은 눈에 띄었다. 아버지는 베란다에서 물을 틀어 놓고 한 손으로는 숫돌을, 한 손으로는 칼을 잡고 대충대충 가셨지만 나는 초심자답게 정자세로 칼을 갈기로 했다. 물 묻힌 숫돌을 조리대에 놓고 적당한 각도로 날..

쓰다 2022.07.22

내가 만든 첫 아크릴 굿즈

2022. 7. 7. 중학생 때였나 서울 코믹월드를 몇 번 갔다. 부모님께 용돈을 2~3만원 받아 당시 유행했던 강철의 연금술사, 마비노기, 역전재판 등의 굿즈를 주로 샀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인쇄해 코팅한 그림을 볼체인에 건 팬시를 많이 모았고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사용하긴 좀 뭐해서 달고 다닌 적은 없다. 그림을 업으로 삼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취미로라도 이런 행사에 참가해서 근사한 물건을 팔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 봤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의지와 행동력이 없었고 실력은 더더욱 없었기에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잘 그려진 작품을 많이 보고 베껴 그리는 연습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딱히 그림을 더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낙서를 끄적이기만 했으니 실력..

쓰다 2022.07.20

보드게임으로 꽉 채운 주말

2022. 7. 10. 원래 오늘은 『사자의 턱』 보드게임 3회차 모임이 있는 날이었지만 G가 담석이 생겨 취소되었다. (본인의 말로는 “쓸개 없는 놈이 될 예정이다"고 한다.) 용병단 활동도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대신 다른 친구들과 인천 J네서 모여 G`가 미국 여행에서 사 온 이것저것을 먹기로 했다. 좁은 방 안에 사람이 6명이나 모여앉아 있으니 창문형 에어컨 하나로는 쉽사리 시원해지지 않았다. 커피 리큐르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에 설탕을 달달하게 탄 맛이다. 얼음을 타 먹으니 딱이었다. 난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왠지 굉장히 친숙했다. 여기에 각종 치즈, 과자를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해외에서 사 온 먹거리를 이렇게 다같이 나눠 먹는 일도 오랜만이다. 당연히 J네 왔으니 보드게..

쓰다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