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

아버지 환갑 후일담

2022. 3. 28. 25일 금요일은 아버지 환갑이었다. 덕분에 회사에서 이틀간의 휴가를 지급받아 오늘까지 쉬었다. 당일에는 어머니와 풍선을 불어 거실 벽에 장식하고, 동생이 준비해 온 케이크도 잘라 먹고, 와인도 따면서 생신을 축하해드렸다. 아버지 선물을 뭐로 해 드릴지 결정하기는 매번 어렵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명품인데, 당신은 브랜드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으시지만 몇 년 전 페라가모 벨트와 버버리 지갑을 드리자 “친구들이 알아본다”는 점에서 좋아하시더라. 같은 걸 드리긴 뭐해서 남들이 잘 알아볼 수 있는 다른 물건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시계가 떠올랐다. 걸리적거린다고 시계를 안 차시는 분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한 건 취미용품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을 해 돈을 버는 것..

쓰다 2022.04.14

음주를 통한 수면 패턴 정상화 시도

2022. 3. 23. 어제는 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회식이 있었다. 회식이라 해도 화상회의를 켜놓고 각자 음식을 시켜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다를 떠는 정도다. 내 돈이 아니니까 좀 비싼 회를 주문했는데 너무 기름졌다. 이래서 나는 회가 좀 얇게 썰린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느끼함을 중화시키기 위해 전에 S가 생일선물로 준 박재서 명인의 안동소주를 곁들여 겨우 다 먹어치웠다. 취기가 약간 돌아 조금 졸렸지만 아직 7시라 그대로 자면 새벽 3~4시 정도에 어정쩡한 상태로 잠에서 깰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술을 더 마셔서 혈중 알콜농도를 유지하면 10시 즈음에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당장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장소를 물색하다 평소 궁금했던 근처의 전통주 바에 갔다..

쓰다 2022.04.07

수면부족

2022. 3. 21. 잠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 중요하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에는 잠을 자면서 몸에 일어나는 일과 우리가 충분한 잠을 자야 할 많은 이유가 나와 있다. 작년의 나는 그 귀중한 수면 시간을 줄여 가며 이 책을 읽었다. 살면서 잠을 충분히 잤던 시절은 초등학생 때까지와 대학생 시절 말고는 없던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 이미 컴퓨터에 빠져 밤을 새기 일쑤였고 고등학생 때는 등교 시간이 너무 일러 더더욱 잠을 짧게 잤다. 젊지 않았다면 그런 생활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 아침 일상은 항상 이랬다. 알람을 듣고 일어나 비척비척 머리를 감고 교복을 입는다. 입맛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차려주셨으니 아침을 먹는다. 칫솔을 들고 와 침대에 기..

쓰다 2022.04.07

등산 모임 시작

2022. 3. 20. 평소 휴일에 기상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 어제 직접 매장에서 시착 후 구매한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짊어진 채 집을 나섰다. 원래 오늘은 친구들과 관악산을 오르기로 했지만 K가 날씨도 춥고 하니 낮은 산부터 시작해보는게 어떻냐는 의견을 줘서 급히 우면산으로 바꿨다. 사실 나는 원래 계획대로 관악산을 갔으면 했다. 기온은 5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우면산은 옛날에 자주 갔던 소래산과 비슷한 높이라 싱거울 것 같아서다. 하지만 나도 친구들도 등산은 오랜만이라 각자의 체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다. 사당역에 모여 출발했는데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길이 꽤 멀었다. 이것만으로도 벌써 산을 반쯤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지루한 풍경의 도로변을 ..

쓰다 2022.03.29

건초염

2022. 3. 16.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 정신이 몽롱해서 오늘은 재충전할 겸 오후 느즈막히 반차를 내고 쉬기로 했다. 그렇지만 갑자기 원하는 시각에 잠을 이룰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피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자려고 누우면 거짓말처럼 잠이 달아나는 것이 또 불면증 아니겠는가. 이렇게 된 김에 전부터 사고 싶었던 등산화를 사러 갈까 하고 집을 나섰다가 생각을 바꿔 병원을 들렀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한 때문이다. 평소에 치과 검진 아니면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어 이럴 때는 어딜 가야 할지 좀 막막하다. 어렸을 때는 소아과에 찾아가면 다 해결해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피코 같은 게임기는 덤이고.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봤다. 힘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아..

쓰다 2022.03.23

Do the right thing

2022. 3. 10. 살면서 딱히 “어떻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좌우명을 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때그때 생각해서 내 가치관에 따른 결정을 내릴 뿐이었다. 그 결정과 행동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소하게는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놓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어제의 대선 투표까지. 생각해 보면 선택의 기조는 늘 비슷했던 것 같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한다. 좀 힘들더라도, 양심을 버리고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한둘 있더라도 필요한 사람이 마음 편히 앉아 갈 수 있다면 서 있을 수 있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내가 이뤄온 것이 온전히 내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기꺼이 그 일부를 사회..

쓰다 2022.03.12

무채색의 나날들

2022. 2. 27. 또 주말이 끝났다. 어제는 J형 집들이 겸 수원남문시장 나들이를 가 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다니다 왔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닌 주말은 아니었다, 평소와 다르게 말이다. 최근 삶이 무채색이 되어가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코로나 이후로 시작된 재택근무는 좋은 점도 많지만 한편으론 일과 일상의 구분을 흐려놓았다. 예전에는 일이 진척되지 않아 늦게 퇴근하더라도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에는 어느 정도라는 게 있었고, 따라서 퇴근 이후에는 일 생각을 접어두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출퇴근이란 개념이 따로 없어 밤늦게까지도 업무용 랩탑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니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야 하는 취미는 평일에 할 생각조차 안 들고 결국 하루를 돌이켜보면 일하..

쓰다 2022.03.01

FANATIIC,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들

2022. 2. 21. 2022년 2월 18일 P-Type의 앨범 『Hardboiled Café』가 발매되었다. 2021년 12월 24일엔 화나의 앨범 『FANATIIC』이 발매되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장르의 좋아하는 뮤지션이 음반을 내서 조금 행복해졌다. 나이가 들면 새 곡을 찾아듣지 않고 원래 듣던 곡만 계속 듣는다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옛날에는 단체곡이나 피쳐링으로 새로 알게 된 래퍼의 CD도 거부감 없이 구입하곤 했다. 고등학생 때 T, S와 함께 힙플쇼에 간 적이 있는데(이게 내가 간 첫 음악 공연이었다) 대부분이 아는 래퍼라 거의 모든 노래를 신나게 따라부른 기억이 난다. 요새 신인 래퍼는 이름을 알면 다행인 수준이라 공연에 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언제부턴가 쇼케이스만..

쓰다 2022.02.28

친구 결혼식 참석과 뒷풀이

2022. 2. 19.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정장은 교복과 동치였다. 그 시절 입던 교복이란 것은 옷의 용도 외적으로 장점이 있긴 하나, 용도에 한정지어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헐렁해 맵시가 나지 않는데다 불편하기까지 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교복과 정장을 모두 싫어했지만 지금은 몸에 맞는 정장은 꽤 멋진 옷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장은 경조사가 아니면 굳이 입을 마음이 들지 않아 거의 모든 옷을 자취방으로 가져온 지금에도 아직 본가에 보관 중이다. 오늘이 바로 그 경조사라는 게 있는 날이라 어제 본가로 되돌아왔다. J의 결혼식 날이다. 정장을 취업 면접을 보기 위해 산 직후 아버지께 넥타이 매는 법을 배웠지만 내가 매면 아무래도 모양이 예쁘게 안 나왔다. 그래서 이후로도 몇 년간은 매번 아버지께 부..

쓰다 2022.02.23

코로나 확진부터 격리해제까지

코로나란 매일같이 사람을 만나는 사람에게나 걸리는 줄 알았다. 초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이것은 확진부터 격리 해제까지의 기록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와 재택 근무로 이틀을 보내자 금방 주말이 찾아왔다. 친구가 잠깐 찾아와 놀다 간 날 새벽부터 목이 붓고 열과 기 침, 콧물이 나기 시작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요새 매일 늦게 일을 끝내고 새벽 2시까지 게임을 하느라 몸살이 왔나 싶었지만 기침과 콧물 증세를 보니 이건 확실하구나 싶었다. 일요일이라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를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야 했다. 잠실경기장 진료소에 도착하자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선 줄이 보였다. 주말이라 사람이 몰린 건지 모르겠지만 한창 때의 놀이공원이 생각나는 광경이..

쓰다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