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2016 홋카이도 여행 3 - 오타루 료칸과 마지막 날

juo 2016. 3. 25. 23:33

이번 료칸은 오타루로 잡았다. 오타루가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지만 그냥 따슨 물에 푹 담그러 가는 거지 효능이라든지 보고 가는 게 아니라서. 후루카와(ふる川)라고 하는 곳인데 노보리베츠에도 같은 이름의 료칸이 있는 걸로 보아 체인점같다. 홋카이도는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찍어놓은 노보리베츠 후루카와 사진을 보니 이 곳도 함 가보고 싶긴 하다.





어쨌든 오타루 후루카와 내부. 깔끔한 다다미방이다. 다과로 만쥬가 제공됨. 너무 달지 않아 팥을 별로 안 먹는 나도 그럭저럭 입에 맞았는데 배가 불러서 한 입만 베어먹었다가 체크아웃할 때 까먹고 놓고 나왔다. 옆으로 나 있는 창문을 열면 운하가 바로 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방이었는데 사실 방 안에서 바깥 경치 구경할 일이 별로 없어서...


오타루 관광을 마치고 저녁시간에 맞춰 방에 들어왔고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러 아래층의 식당으로 향했다.





오래돼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단호박으로 만든 두부 비슷한 요리였던 걸로.





각종 해산물들. 새우부터 다랑어까지. 기름진 맛을 즐길 수 있다.





참치를 싸 먹으라고 준 김, 샤리 등등. 참치는 한국에서만 김에 싸 먹는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많이 나왔다. 생선이며 국이며 두꺼운 지방을 가진 차슈.





두부처럼 만든 요리인데 중간에 뭔가 껴 있다. 정말 오래되서 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메모라도 해 놓을걸.





생선을 올린 밥이다. 솥을 사진과 같이 들어주면서 뭐라뭐라 하길래 나는 "호또"라고 알아듣고 뜨겁다고 주의를 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포토"라고 사진 찍으라고 들어주는 거였다. 일본어가 약해서 빨리 알아듣지 못해 송구스럽고도 고마운 마음.





사진을 찍고 나니 이렇게 잘 섞어 개인 밥그릇에 덜어준다. 이걸 먹을 즈음엔 이미 배가 거의 찼지만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는 생선과 밥의 조합이 맛있었다. 아무래도 날 생선만 먹으면 뭔가 위장에 무리가 갈 듯 한데 이렇게 따뜻한 음식도 먹어 주니 괜찮은 듯.





후식으로 나온 푸딩. 깨나 콩이 들어갔는지 너무 달지 않고 맛이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저번 여행 때 들른 노보리베츠의 하나유라보다는 약간 덜 고급스럽지만 맛은 괜찮은 느낌.


이후 온천욕을 즐겼다. 넓진 않아도 아담한 크기의 실내/실외 욕탕이 있다. 노천탕에는 오렌지를 바구니에 담아 동동 띄워놓았고 오렌지는 퉁퉁 불어 있다. 탕에 특별한 효능이 없기에 그냥 띄워놓은 것으로 이해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전세낸 기분으로 즐겼다. 나와서 냉장고에는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식초 음료가 들어있고.





추가요금을 좀 주고 밤에 가족탕을 예약해 놓았는데 이 모든 것이 <아리아>에서 본, 온천에서 술을 먹는다는 로망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재현율(?)을 높이기 위해 달콤한 복숭아 술을 선택했다. 막상 해 보니 허무했지만 뭐... 가족탕은 한 시간 단위로 예약을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공간이기에 수영복을 입어도 되고 나처럼 술을 가져와 먹을 수도 있음. 탕에는 역시 푹 불은 오렌지가 둥둥 떠 있고, 네 명 정도 들어가면 적당할 크기였다.




아리아 2권의 그 장면





푹 잔 후 즐기는 조식 뷔페는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그런 일본식 호텔 뷔페 느낌.





오타루 역에서 삿포로로 돌아가는 전차를 기다리면서. 아침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꽤 있었다. 뭣보다 예약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추운데 안에 들어가있지도 못하고 줄을 서 있었다.





공항에 있는 슈타이프 테디베어! 전에도 보긴 했었지만 꽤 비싸지 않아? <요츠바랑>의 두랄루민이 이 브랜드에서 나왔다 하는데, 코이와이 씨 꽤 잘 사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감탄. 곤약번역쟁이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었던가... 나중에 나도 하나쯤 갖고 싶긴 하다.




한정 판매했던 제품으로 40만원이 넘어간다





너무 일찍 와서 수속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에 적당한 식당에서 소바를 먹었다. 새우튀김과 구운 떡이 들어 있는 메뉴로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다. 사실 다른 가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적당한 곳으로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오르골당에서 고른 양 인형 오르골. 엉덩이의 태엽을 감아주면 멜로디가 들린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음날엔 시카고로 출국했다. 갈 만한 관광지는 다 가 보고 다시는 안 가겠다 얼마 전까지도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사진을 보고 나니 또 다른 온천 료칸을 들르고 싶다는 맘이 드는 걸 보면 인간이란 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