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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글라크루아 탄생 90주년 기념전

저번달 회사 내에서 누군가 미셸 들라크루아 기념전 티켓을 나눔한 적이 있다. 시간이 안 돼서 받진 않았지만, 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보니 그림이 예뻐 가 보고 싶어졌다. 두 주 전 인천에 갈 일이 있어 살짝 들렀다 갈 생각이었는데, 입장 줄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고 표는 매진이라 놀랐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예술에 관심이 많을 만큼 여유가 넘쳤다고? 그래서 이번엔 예매를 확실히 했다. 전날 새벽까지 마신 결과 쌓인 숙취와 설거지거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다만 너무 서둘렀는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시간이 붕 떠 버렸다. 주위에 레트로 카페라는 곳을 가 봤지만 자리가 꽉 차 국전 게임 매장이나 둘러봤다. 돈은 없었지만 가지고 싶은 건 많았던 학생 때와는 다르게 이제 살 만한 것도 흥미가 가는 것도 없다...

보다 2024.03.22

윈터 카니발: 로맨스물, 건조해서 더 좋았던

마사토끼, 잎가비 작가의 『윈터 카니발』이 완결까지 레진에서 풀렸다. 끝까지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정독했다. 만화는 연재본을 매주 한 화 한 화 읽기가 너무 감질나서 몰아서 보는 게 흐름이 좋을 때가 있다. 1화를 다시 보니 연재 초기라 그런지 작품 전체의 분위기랑은 약간 어울리지 않은 개그스러운 그림체가 섞여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후로는 깔끔하고 담백한 그림체로 아련한 느낌, 서늘한 느낌을 잘 살렸다. 내용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등으로 나와 있다. 마사토끼 작가답게 그런 요소도 물론 있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나선 이건 본질적으로 로맨스 만화라고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로맨틱이라는 감성은 내겐 이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어느 미디어든 사랑 이야기가 안 끼는 곳이 없고 난 그런 부분은 그런..

보다 2023.10.06

스즈메의 문단속 감상

주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포함한 신카이 마코토의 몇몇 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음 2023. 3. 12.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저녁에 내가 소고기를 사기로 했다.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이 비길래 마침 보고 싶었던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바로 예매해 영화관으로 출발했다. 떠올려보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부터 이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감상해온 편이었다. 처음엔 옆에서 커플이 소근거리는 소리, 오른쪽 뒤에서 과자를 으적으적 씹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이내 몰입할 수 있었다. 규슈에서 도쿄까지 여행하는 로드무비같은 짜임새가 경쾌했고,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상냥해 비현실적이지만 즐거웠다. 타인을 믿기 힘든 위험투성이의 사회라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보다 2023.03.25

우리는 별의 뱃속에서 왔다

우리는 별의 뱃속에서 왔다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1% 미만의 전자기파 스펙트럼을 볼 수 있고 1% 미만의 음파 스펙트럼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은하를 가로질러 초당 220km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신 몸의 세포 90%는 "당신"것이 아닌 여러 미생물의 DNA를 담고 있습니다. 당신 몸 속의 원자는 99.9999999999999999% 빈 공간이고 그 중에 당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은 단 한 개도 없으며 전부 별의 뱃속에서 왔습니다. 인간은 평범한 감자보다 2개 적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지개의 존재는 당신 눈 속의 원추세포에 달려 있습니다. 원추세포가 없는 동물에겐 무지개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무지개를 보는 것이 아니고 창조..

보다 201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