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

시간 집약적 LA 여행 5일차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분명 어제는 1시 45분 출발이라 했는데 일어나니 30분 호텔 도착 예정이라고 공지 카톡이 와 있었다. 부랴부랴 준비해 나갔다. 다른 분도 갑자기 당겨진 픽업 시간 때문인지 아직 준비를 못한 것 같았고, 여행사 측 사람은 카톡방에서 그분을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다. 25분쯤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기다렸는데 차가 도착한 시간은 결국 45분이었다. 아버지가 "이럴 거면 말을 말지, 화장실도 못 갔는데."라고 한 마디 하셨는데, 여행사 측 사람이 "그럼 가세요."라고 하면서 언성이 약간 높아지는 걸 보고 미친 사람인가 싶었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짜증까지 났지만, 괜히 가이드 긁었다 여행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참았다. 정작 가이드는 다른 분이..

가다 2024.01.10

시간 집약적 LA 여행 4일차

투어 첫날. 새벽같이 일어나 체크아웃하면서 최소한의 물건을 제외한 짐을 호텔에 맡기고 투어 차량에 탑승했다. 과연 미국은 땅이 넓다. 관광지 한 곳 한 곳을 갈 때마다 차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한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기차에 실린 컨테이너,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물류 센터,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풍력 발전기가 보였다. 데저트 힐스 프리미엄 아웃렛에 들러 잠바와 옷을 샀다. 쇼핑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지만 막상 하면 나름 재밌고 시간도 잘 간다. 부족한 건 돈이지. 옛날 오로라 아웃렛에 들렀을 때 시향해 본 이후로 늘 가지고 싶었던 코치 EDP도 구입했다. 이 아울렛에서 유일하게 먹을 만할 건 파이브 가이즈라는 리뷰를 봐서 생각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몇 년 전 출장지에서 선배..

가다 2024.01.07

시간 집약적 LA 여행 3일차

아침부터 차를 몰고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로 갔다. 어제 하루종일 시내운전만 하다 고속도로를 타니 마음이 좀 편했다.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면 차를 몰 일이 없으니까 나는 만년 초보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 파크,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나와 동생은 마블 캐릭터 쪽이 더 친숙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만 돌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각자 마음에 드는 미키 마우스 머리띠를 하나씩 사 썼다. 아버지는 이런 걸 왜 쓰냐는 눈치였지만 나와 동생의 텐션에 얌전히 하나 고르셨다. 앞사람이 first visitor 뱃지를 받길래 우리도 달라고 해서 각자 옷에 달았다. 이곳에서 즐긴 것은 섹션을 나누어서 정리해 보기로 한다. 공원 내부 볼거리의 실시간 정보는 대부분 디즈니랜드 앱에 업데이트되어 편하게 찾..

가다 2023.12.12

시간 집약적 LA 여행 2일차

시차 때문인지 한국에서보다 이른 시간에 상쾌하게 일어났다. 미국 시간이 체질에 맞는 걸까? 아침으로 카페에 가서 미국식 브런치를 즐겼다. 미국에 출장 중일 때 카페에서 휴일 아점으로 베리와 꿀이 올라간 와플을 먹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이번에는 République Café란 곳을 찾아가 와플, 프렌치토스트, 샐러드, 오믈렛을 시켜 먹었고 역시 성공적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주위 LA 관광지로는 파머스 마켓과 더 그로브가 있었다. 파머스 마켓은 별 감흥이 없었고, 더 그로브 쪽이 길거리를 예쁘게 꾸며놓아 돌아다닐 맛이 났다. 애플 스토어의 거울로 된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베니스 비치 근처의 회사 오피스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내부를 구경했다. 방문한 오피스는 시스템상으로 기록되어 도전과제 깨는 느낌도 ..

가다 2023.11.23

시간 집약적 LA 여행 1일차

자그마치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가족 LA 여행 출발일이다. 원래는 아버지 환갑 기념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무산된 바 있다. 휴가가 별로 없는 동생, 자영업자라 오래 쉬기 어려운 아버지의 의견을 수렴해 딱 1주일만 계획을 잡았다. 미국은 여행이 힘든 나라니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시면 못 갈 것 같아 필수 코스는 잠시 들르기만이라도 해야겠는데, 미국 땅이 여간 넓은 게 아닌 데다 짧은 기간 때문에 동선을 짜기도 힘들었고 내가 짠 것치곤 무척 힘든 일정이 되었다. 반차를 쓰고 싸 둔 여행가방을 끌고 본가로 갔다. 사람이 네 명이라 와이파이 도시락을 오랜만에 빌려 봤는데, 며칠 전에 꾼 꿈대로 빌리는 걸 잊어버릴 뻔했다. 계획에는 잘 적어 놨는데 정작 살펴보지 않는 게 참 나답다. 공항 식당에서 주문한 ..

가다 202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