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시간 집약적 LA 여행 3일차

juo 2023. 12. 12. 23:34

아침부터 차를 몰고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로 갔다. 어제 하루종일 시내운전만 하다 고속도로를 타니 마음이 좀 편했다. 출장이나 여행이 아니면 차를 몰 일이 없으니까 나는 만년 초보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 파크,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의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나와 동생은 마블 캐릭터 쪽이 더 친숙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만 돌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각자 마음에 드는 미키 마우스 머리띠를 하나씩 사 썼다. 아버지는 이런 걸 왜 쓰냐는 눈치였지만 나와 동생의 텐션에 얌전히 하나 고르셨다. 앞사람이 first visitor 뱃지를 받길래 우리도 달라고 해서 각자 옷에 달았다.

이곳에서 즐긴 것은 섹션을 나누어서 정리해 보기로 한다. 공원 내부 볼거리의 실시간 정보는 대부분 디즈니랜드 앱에 업데이트되어 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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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답게 비싸고 딱 욕을 먹지만 않을 정도의 퀄리티로 나온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돈 주고 먹기는 약간 기분이 뭐하다. 그냥 돈 생각을 하지 않으면 즐길 수 있다. 아침으로 샤와르마, 점심으로 치킨 샌드위치와 미트볼 파스타를 먹었다. 낮은 도수의 칵테일을 파는 곳도 있다. 당연히 알콜 음료를 사려면 ID card가 필요하다. 앱으로도 구매, 결제 및 대기가 가능하다.

캐릭터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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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가 출몰한다. 옆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캐릭터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정말 그 캐릭터에 이입해 연기를 해서 프로의식이 느껴진다.

대화 중간중간 포즈를 취하면 사진사 분이 사진을 찍어 주신다. 포토 패스가 있으면 사진을 앱을 통해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실물 사진을 비싸게 팔아먹는 것보다 이렇게 디지털로 제공해 주는 것이 훨씬 만족스럽다. EXIF 정보는 날아가 있다. 사진을 아주 잘 찍진 못하신다.

지나가다 보면 특정 장소에서 캐릭터가 출연하는 소소한 공연이 열린다. 관람한 공연은 이렇다.

  • 코코: 인형 퍼레이드
  • 스파이더맨: 스턴트
  • 닥터 스트레인지: 마술쇼
  • 도라 밀라제: 와칸다식 창 군무
  • 어벤저스 본부: 블랙 위도우와 블랙 팬서가 등장해 빌런과 싸움

어트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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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플러스에 포함된 라이트닝 레인을 열심히 활용했다. 하지만 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사람이 너무 많으면 LL도 막히므로 앱으로 대기 시간을 확인해 20~30분 이내라면 그냥 LL은 다른 어트랙션에 걸어 놓고 줄을 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인크레디코스터: 인크레더블 테마의 롤러코스터. 출발 후 잠시 멈췄다 4 3 2 1 Go! 하는 대사와 함께 파워 런치드 모드로 출발한다. 대기하고 있으면 이 음성을 질리도록 들을 수 있다. 중간중간 인크레더블의 캐릭터를 볼 수 있고 속도가 빨라서 재밌다. 한국과 다르게 탑승 중 안경을 벗지 않아도 되지만 계속 잡고 있느니 그냥 벗는 게 나았을까.
  • 픽사 팔-어-라운드: 미키 얼굴이 있는 대관람차로 일반적인 고정 좌석과 스윙 좌석 줄이 나뉘어 있다. 스윙 좌석은 객차가 앞뒤로 미끄러지며 크게 흔들려 관람차인데도 불구하고 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밤에 타면 멋질 듯.
  • 웹 슬링어스 스파이더맨 어드벤처: 차량을 타고 3D 영상을 보며 팔을 뻗어 웹 슈터를 발사하는 놀이기구. 서로 점수를 겨룰 수 있다. 레고랜드의 닌자고와 비슷하지만 이게 더 재밌다. 탑승 전 피터 파커가 영상으로 나와 배경 스토리 설명을 해 주는데 주변의 실제 소품들과 어우러지면서 또 볼만하다.
  • 가오갤 미션 브레이크아웃: 위로 솟구쳤다 멈췄다 짧은 영상을 상영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대기 중엔 로켓의 애니매트로닉스가 나와 배경 설명을 해준다. 저녁엔 테마가 바뀌지만 LL 사용 불가라 탑승하지 못했다.
  • 라디에이터 스프링스 레이서: Cars에 나오는 차를 타고 경주를 한다. 다크라이드 타입인데 야외로 나가 빠르게 달리는 부분이 추가된 놀이기구.
  • 미키의 필하매직: 3D 영화다. 다들 체력이 방전되어 좀 쉴 목적으로 들어왔고 시간 때우기엔 좋았다.
  • 인어공주 에리얼의 언더씨 어드벤처: 전형적인 다크라이드다.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 몬스터 주식회사: 설리와 마이크 와조스키가 도망간 부를 구출하는 내용. 역시 잘 꾸며져 있다.
  • 구피의 스카이 스쿨: 롤러코스터. 평범하게 탈 만 한다.
  • 소어린: 실내 놀이기구. 리프트 같은 기구에 타고 공중으로 어느 정도 올라가면 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에 세계 곳곳의 영상이 나온다. 격렬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둥둥 떠서 비행하는 느낌이 나서 부모님이 특히 좋아하셨다.

월드 오브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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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질 무렵 컨텐츠가 떨어졌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의자에 늘어져서 방전된 체력을 채워야 했다. 개장 시간보다 약간 늦게 들어왔는데 아예 몇 시간 늦게 들어왔어도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월드 오브 컬러 분수쇼는 전석 스탠딩이고 앱으로 예약을 했을 경우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우린 언제 예약이 풀리는지 몰라 놓치고 말았다. 2회차까지 기다릴 체력은 안 되어 지정석 바로 뒤 적당한 자리에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졸면서 기다렸다.

쇼는 물안개로 이루어진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상과 음악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피곤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쇼로 딱 좋았다. 앞에 키 큰 아저씨가 알짱거리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회 분수쇼가 끝나자 사람들이 물결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이 매우 넓어 20분가량 헤맸다. 역시 표지판을 잘 봐야 한다.

그 후

숙소 주변으로 돌아와 야식으로 북창동 순두부를 먹었다. 이곳은 밤늦게 여는 식당이 몇 안 된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과 막걸리를 먹으니 좋았다. 한국에서 먹었을 때보다 건더기가 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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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가 진짜 빡센 일정의 시작인 투어다. 아침부터 출발하려면 이 새벽에 차를 반납해야 했다. 가족들을 호텔에 내려주고 공항 근처로 가 차를 반납했다. 충전은 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 걸릴 테고 주변 충전소들의 평점 상태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시간 들여 충전비에 주차비까지 내는 것보단 그냥 추가금 좀 내고 반납해 버리는 게 낫다.

반납하고 보니 렌터카 회사 바깥으로 나가는 보도가 없었다. 보통은 여기서들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가니까. 헤매다 반납 주차장 입구 카운터—당연히 찻길이다—를 통해 나갔다. 첫 번째 우버 기사는 무슨 이유인지 오다가 포기했고(같은 차가 한 번 더 잡혔는데 취소해버리더라) 두 번째로 잡힌 기사의 차를 타고 갔다. 호텔에 도착했을 땐 새벽 2시가 좀 안 됐고 고마운 마음에 팁을 약간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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