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43

키이로: 이것이 진정한 가성비 튀김오마카세

신사동의 키이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곳이다. 매달 27일 정도에 캐치테이블에서 그다음 달 예약을 한꺼번에 받는 방식과 2인 이상 예약 가능하다는 제약 때문에 강남에 사는 동안 가 보진 못했다. 최근 문득 생각나 예약을 시도했는데 운 좋게 성공해서 시간 많은 친구 하나를 데리고 가 봤다. 간판을 못 찾아 조금 헤맸지만 일찍 도착했다. 내부는 이렇게 다찌 좌석으로 되어 있다. 친구는 술을 안 마셔서 작은 용량으로 파는 하네야 준마이를 주문했다. 약하고 부드럽지만 뒤로 오래 남는 단맛이 있으며, 한국 전통주스러운 기름진 감칠맛이 느껴졌다. 산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간만에 맛본 꼭 내 취향의 사케였다. 포토 타임. 오늘 조리되어 나올 재료들이다. 소스는 쯔유와 소금이 제공되며 코스..

먹다 2024.03.30

강남역 스시도온

생일을 맞아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오랜만에 스시오마카세를 들렀다. 마침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강남역 근처 스시도온에 예약을 잡았다. 여태 들러본 스시야는 보통 다찌 좌석밖에 없었는데, 여긴 테이블 석도 꽤 있었다. 얼마전 비밀의 숲을 보기 시작해서 그런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들르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내부는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계란찜. 토마토소스가 얹어져 있어 새콤달콤하게 양식 느낌이 난다. 내부엔 은행과 전복이 들어 있다. 초카이산 준마이다이긴죠, 15도. 탄산이 약간 있어 청량하며 프루티 하다. 대합이 들어간 스이모노. 이것과 뒤에 나올 꽃게장국은 리필이 가능하다. 줄가자미. 고소하고 적당히 두꺼워 탄력 있게 씹힌다. 다시마 숙성한 능성어. 감칠맛이 끝내줬다. 약하게 간이 되어..

먹다 2024.02.24

통삼겹살 구이

새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선 평일 아침,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저녁은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먹고 있다. 이번엔 뭘 할까 하다 전에 커뮤니티에서 본 레시피를 시도해 봤다. “통삼겹살”이라는 적당한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친구들은 다들 “통삼겹 스테이크”라고 하던데 유명한 요리인가 보다. 간단히 주요 부분만 써 보자면, 삼겹살에 간을 해 120도의 오븐에 2.5시간 굽고, 기름에 비계 부분을 튀기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많은 시간이 든다. 재택근무를 한 김에 시도해 봤다. 가니쉬로는 양송이, 파채, 시금치 볶음, 먹다 남은 파프리카, 구운 파인애플을 곁들였다. 먹다 남은 식재료 중 어울릴만한 것을 전부 가져온 것이다. 완성되어 접시에 담아 놓자 비주얼이 너무 훌륭했다. 이런 요리에 술을 곁들이지 않을 ..

먹다 2024.02.18

중국 Shizu Energy 컵라면

이번에 베이징 공항 면세점에서 사 온 라면이다. 패키지가 강렬하다. 당면에 플라스틱 포크, 그리고 스프 봉지가 무려 6종이 들어있다. 혹시 양을 조절하거나 취향 따라 취사선택해서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냥 다 집어넣으면 되는 것 같다. 실하게 들어 있는 건두부, 땅콩 건더기가 특징이다. 이대로 컵 바깥의 눈금까지 물을 붓고 4분 정도 기다린다. 맛은 최근 한국 편의점에서 종종 보이는 중국 마라맛 컵라면과 비슷하게 적절한 매운맛과 알싸한 맛이 있으며 아래로 갈수록 새콤한 맛이 강해진다. 그리고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좀 더 강하다. 즉 맛있다. 건두부가 많이 들어 마음에 들었고 국물 양이 꽤 되어 면을 다 먹고 따로 소면을 말아먹어도 좋다.

먹다 2024.01.03

연남 펠른의 커피 페어링 코스

점심식사 후 우리 팀은 남은 회식비를 털기 위해 모였다. 원래 투표로 볼링장을 가기로 했었는데 대관료가 너무 비싸 다른 것을 알아보던 차였다. 내가 "커피 테이스팅 클래스 같은 걸 가자"고 제안했고 Y님이 펠롱 연남이란 곳을 물어오셨다. 테이스팅 클래스는 아니고 커피가 페어링 된 디저트 코스다. 커피도 안 마시는 인간이 이런 걸 제안하자 의아하게들 보셨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알고 싶었던 거다. 제대로 된 곳에서 비교하며 마시면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될까 하고. 비가 부슬부슬 오다말다 하는 흐린 날이었고 좀 더 분위기 있게 코스를 즐기게 되었다. 총 네 개의 페어가 제공되었고 커피는 두, 세 번째에 페어링 되었다. 각 음식마다 스토리를 준비해 주셔서 나도 의미부여를 하려 노력해 봤다. 첫 번째 커피..

먹다 2023.12.12

Cologne Annex: 괜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철판구이 런치

2023년 여름 삿포로 여행 마지막 날 점심 식사로 간 곳이다. 스스키노 역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도큐레이 호텔의 상가에 있다. 일요일 런치라 자리가 있을지 불안했지만 11:45에 오픈하자마자 가서 그런지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건 세금 포함 3300엔짜리 런치 코스다. 철판구이 코스 치고는 매우 착한 가격이다. 디너 메뉴로는 해산물이나 디저트 등이 나오는 풀 코스를 즐길 수 있지만 가격이 사악해진다. 기타 런치 메뉴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코스에 소프트드링크가 하나 포함되어 있다. 오렌지 주스로 골랐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했으므로 참았다. 렌터카 여행의 단점이다. 분주하게 준비를 하시는 모습. 마늘 기름을 만들거나, 치즈를 얇게 펴 바삭하게 굽거나 한다. 어디에 들..

먹다 2023.08.30

으뜸 이로리바타: 부산 남천동의 화로구이 오마카세

어떻게 이 가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트위터 같은 곳에서 보고 지도에 표시해 놨던 것 같다. 이로리바타는 화로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번에 혼자 부산에 다녀왔을 때 먹어 봤다. 가게 입구와 내부 사진이다. 종류별로 준비된 식칼이 멋져 보인다. 메뉴는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술은 야마호우시 바쿠라이를 주문했다. 이제 오마카세가 나오는 시간 동안 약 19도의 720ml짜리 술을 혼자 마시긴 좀 힘들 나이가 되었지만 가장 드라이한 사케라는 설명이 궁금해서 참지 못했다. 드라이하단 말은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기름진 감칠맛이 매우 강했고 상큼한 향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사장님의 설명대로 얼음에서 꺼내 온도를 좀 높인 후 마시자 맛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다. 전채로는 문..

먹다 2023.08.30

튀김과 소바 전문 - 용인 하루

한 달에 한 번쯤 있는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날이 왔다. 예전에 봐 둔 하루라는 집으로 와 봤다. 네이버 예약 시스템상으로는 예약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 혼동이 있었지만 오마카세는 주말에는 제공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금요일에 전혀 진행되지 않은 업무를 뒤로하고 좀 일찍 퇴근해 전철을 타고 용인까지 먼 길을 떠났다. 주류 메뉴 일부. 뒤에 다른 메뉴도 있다. 같이 온 형이 하필 목이 삐는 바람에 나 혼자 도쿠리 & 잔술로 이것저것 마셔 봤다. 개인적으로는 코탐바가 발효향이 잘 느껴져 괜찮았다. 도쿠리에 나온 미즈바쇼 준마이 다이긴죠. 잔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데 후지산 모양의 예쁜 잔이 색깔별로 있어 홀리듯이 골랐다. 오마카세 시작. 토핑으로 연어알, 성게알, 금태인가가 얹혀 있었다. 여태 먹어본 차..

먹다 2022.10.09

젤리빈즈 해리포터 에디션에 대한 기록

몇 달 전에 해외여행을 갔다 사 와서 썩히고 있다가, 회사에서 졸릴 때 까먹었다. 확실히 잠 깨는 데에 효과가 있는 듯 하다. 먹으면서 맛을 간단히 기록해보았다. 랜덤하게 들어있다 보니 빠진 맛도 몇 개 있는 듯. 흙맛 - 흙 맛(을 낸답시고 넣은 착향료)과 단 맛이 합쳐져 썩은 콜라맛, 악취가 난다귀지맛 - 뭔가 잘못된 바나나 맛코딱지맛 - 단단히 상한 배 맛, 흙맛과 비슷한 악취가 난다바나나맛 - 찐한 바나나킥솜사탕맛 - 달달하고 약간의 딸기향이 느껴짐, 맛있다구토맛 - 느끼하고 살짝 신맛이 나서 정말 구토의 느낌이 나는데 그와중 단맛은 남비누맛 - 냄새와 씹었을때 특유의 코가 아린 느낌을 맛으로 잘 재현했다계피맛 - 수정과...투티프루티 - 찐한 쥬시후레시 껌의 맛이 느껴진다소시지 - 텁텁한 단맛에..

먹다 2018.03.11

도토리묵 컬렉션 - 송추도토리

예전에 부모님 친구분께서 소개해주셔서 들른 기억이 있었던 집이다. 도토리묵 위주의 메뉴 구성이 특이하고 괜찮았던 기억이 나서 아버지께 부탁드려 몇 년이 지난 지금 한 번 더 찾아가 보았다. 메뉴 구성이다. 보통 정식을 인당 한 개씩 시키는 모양이다. 이왕 왔으니 보쌈 정식을 시켰다. 여러 메뉴가 세트로 나오는 구성이다. 평범한 샐러드다. 딱히 코멘트할 게 없네... 도토리묵은 간이 너무 달지 않게 되어 있어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도토리 샐러드. 옛날에 먹고 특이해서 기억에 가장 남았던 게 이거다. 묵은 아니고 수제비 반죽에 도토리를 넣어 마요네즈에 버무렸다. 쫄깃하고 고소해서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카운터에서 수제비 사리를 따로 팔고 있으며 아마 찌개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도토리 ..

먹다 2017.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