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으뜸 이로리바타: 부산 남천동의 화로구이 오마카세

juo 2023. 8. 30. 00:22

어떻게 이 가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트위터 같은 곳에서 보고 지도에 표시해 놨던 것 같다. 이로리바타는 화로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번에 혼자 부산에 다녀왔을 때 먹어 봤다.

012

가게 입구와 내부 사진이다. 종류별로 준비된 식칼이 멋져 보인다.

0123

메뉴는 시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술은 야마호우시 바쿠라이를 주문했다. 이제 오마카세가 나오는 시간 동안 약 19도의 720ml짜리 술을 혼자 마시긴 좀 힘들 나이가 되었지만 가장 드라이한 사케라는 설명이 궁금해서 참지 못했다.

드라이하단 말은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기름진 감칠맛이 매우 강했고 상큼한 향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사장님의 설명대로 얼음에서 꺼내 온도를 좀 높인 후 마시자 맛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다.

전채로는 문어숙회가 나왔다. 위에는 발사믹 식초로 만든 페이크 캐비어가 올라가 있고 오이절임, 미역, 오크라, 간무를 곁들였다. 전체적으로 새콤해 빈속에 처음으로 먹기에는 약간 강했다.

광어, 잿방어, 참치 속살 회. 탄력 있게 씹히는 느낌이 살아있도록 자른 느낌이다. 기름지고 부드러운 방어가 좋았다. 간장과 소금이 제공되는데 방어까지는 간장 향과 같이 즐기는 게 좋았고 참치는 소금만 찍어도 충분했다. 맛있었으나 이후 나올 메뉴들에 존재감이 가려지는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전복 찜과 내장 소스를 올린 초밥. 요새 이 메뉴가 전국 오마카세에서 유행인 걸까, 최근 간 오마카세마다 이 메뉴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맛있는 음식이니까. 비린 맛이 하나도 나지 않으며 밥 간이 잘 된 건지 마치 치즈 같은 꼬순내가 났다.

오리 가슴살이 들어간 우동. 얇은 면을 사용했다. 오리고기 맛보다는 상큼한 향의 부추와 파, 그리고 가다랭어 맛이 나는 깔끔한 국물이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께서 다 먹은 줄 알고 가져가려 하시길래 안주로 국물까지 마셔야 한다고 황급히 만류했다.

줄줄이 꼬치에 꽂힌 채 한참 구워지고 있던 은어 소금구이가 나왔다. 무 절임과 상큼한 폰즈 소스가 같이 나온다. 겉이 아주 바삭하게 익었고 뼈까지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다. 머리는 역시 쓴 맛이 났다. 거친 맛이 인상적이었다.

대삼치구이와 부추 페스토. 딱 적당히 익혀서 매우 부드러웠다.

옥돔구이. 입안에서 흩어져 부서지는 살과 지방의 풍부한 맛, 그리고 바삭한 비늘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유즈코쇼가 같이 나온다.

갈치 가라아게. 뼈가 제거되어 먹기 편했다. 단 맛이 있지만 너무 달진 않다. 살짝 심심할 수 있지만 좀 더 달면 질리는 감이 있어 이 편이 더 나은 것 같다.

각각은 좋았지만 연속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다 보니 처음에 먹었던 문어숙회 생각이 났다.

012

금태 솥밥. 적절하게 기름진 생선과 아삭한 야채, 식사로 딱 적당했다.

디저트로 나온 판나코타. 코코넛의 은은하게 고소한 맛 위로 아삭한 식감. 하지만 기왕 식사를 마무리하는데 과일이 좀 더 달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85,000원에 괜찮은 코스를 즐겼다. 다음에는 또 어떤 메뉴가 준비될지, 나중에 부산에 갈 일이 있으면 한 번 더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