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강남역 스시도온

juo 2024. 2. 24. 00:48

생일을 맞아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오랜만에 스시오마카세를 들렀다. 마침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강남역 근처 스시도온에 예약을 잡았다.

여태 들러본 스시야는 보통 다찌 좌석밖에 없었는데, 여긴 테이블 석도 꽤 있었다. 얼마전 비밀의 숲을 보기 시작해서 그런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들르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내부는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계란찜. 토마토소스가 얹어져 있어 새콤달콤하게 양식 느낌이 난다. 내부엔 은행과 전복이 들어 있다.

초카이산 준마이다이긴죠, 15도. 탄산이 약간 있어 청량하며 프루티 하다.

대합이 들어간 스이모노. 이것과 뒤에 나올 꽃게장국은 리필이 가능하다.

줄가자미. 고소하고 적당히 두꺼워 탄력 있게 씹힌다.

다시마 숙성한 능성어. 감칠맛이 끝내줬다. 약하게 간이 되어 있지만 간장에 찍어먹는 편이 나았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올린 전복과 내장. 부드럽게 삶아져 있다. 내장 소스는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안주 3종. 문어는 부드럽게 흩어지면서 씹히는 질감, 일본식으로 달달하게 조미되어 있다. 두릅과 계란 소스, 청어알은 새콤하면서 소재 특유의 오도독거리며 씹히는 맛이 재밌다. 호두정과는 달고 고소하고 바삭했다.

연어알, 성게알, 복 정소구이, 밥. 정소구이는 먹기 편하게 갈아서 부드러운 크림소스처럼 나온다. 알 종합선물세트로 고소함과 감칠맛이 폭발한다. 같이 나온 김에 싸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 준다.

꽃게장국. 게는 통통했고 청양고추가 들어가 매운맛이 포인트가 된다.

도미 초밥부터 시작. 샤리는 꼬들하며 요새(라기엔 이것도 좀 됐지만) 트렌드대로 건조한 짠맛과 신 맛이 난다. 두껍게 썰린 고소한 도미와 잘 맞고 포만감이 있다. 밥 양은 조절할 수 있다. 혹시 균형이 깨질까 싶어 그대로 먹었는데, 먹고 나니 양이 꽤 많아서 줄이는 편이 나았을지도.

학꽁치. 예쁘게 돌돌 말린 모양으로 얹혀 나온다. 전에도 느꼈지만 이런 류의 생선은 짜고 간이 강한 샤리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아니면 샤리 양을 좀 줄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아래론 다 지방이 많은 생선이 나와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방어 뱃살. 탄력 있으며 아주아주 기름지고 고소하다. 이런 네타가 간 강한 샤리랑 잘 어울리지.

통영산 전갱이. 부드럽게 씹혀 좋았다.

진짜 대하는 처음 먹어 보는데 크기에 압도된다. 한 입에 먹으래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정말 입 안이 꽉 차 우물우물 씹어 넘기는 데 한참이 걸렸다. 샤리는 장식일 뿐이지.

북해도산 성게. 푸짐하게 올라가 있다. 일본산 성게를 한국에서 먹었을 땐 아무래도 신선도가 약간 떨어져선지 비린 맛이 살짝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느낌은 없었다.

참치. 두꺼우면서도 입 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는 익숙한 지방의 맛.

"스시만 드시면 지겨우실까 봐" 새우튀김과 감자 소스. 짜거나 단 맛 등의 간이 강하지는 않고 은은한 느낌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강해도 좋았을 것 같다.

단새우. 맛은 말이 필요 없고, 듬뿍 올라가 있다.

대뱃살. 힘줄 부분이 조금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엄청난 감칠맛과 고소한 기름이 느껴진다. 항상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이유가 있다.

금태와 성게 크림. 금태는 불로 지져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성게 크림과도 잘 어울렸다.

대합 간장양념 구이. 이거 구이로 먹어보는 건 처음이다. 간장 향이 날 정도로만 간이 되어 있다. 탄력 있게 질기면서 부드러운 조직감이 특이했다. 조개 특유의 단 맛도 조금 느껴진다. 그래도 역시 조개를 구울 거라면 껍질 채로 굽는(거의 삶는 거지 이거) 것이 육즙 보존에 유리한 듯, 조리법 특성상 촉촉함이 부족한 점이 좀 아쉬웠다.

고등어 봉초밥. 새콤하게 절인 고등어를 토치로 지져 살짝 지방이 녹아 나온다. 그냥 먹는 것보다 부드럽고 편했다.

바닷장어. 역시 토치로 지져 껍질 그을린 고소한 향이 느껴졌다. 달달하게 간이 된 살이 입 안에서 산산이 흩어진다.

유자 간장 소스를 얹어 구운... 뭐였더라 메로였나. 소스는 달달하나 강하지 않고 은은하다. 굽기 정도는 아주 완벽해 다 구워졌으면서도 퍽퍽한 느낌 없이 부드럽다. 강렬하게 새콤한 방울토마토 피클이 같이 나온다.

달콤 폭신한 타마고야끼.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인 이나니와 우동, 올라간 것은 청어. 가느다랗고 매끈한 비단결 같은 면발이 좋다. 국물은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간이 되었다. 이 집은 간 맞추는 솜씨가 정말 절묘한 듯.

여기서 앵콜 스시를 2개 고를 수 있었으나 정말 배가 너무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나이가 야속하다...라고 괜히 생각해 본다. 원래 많이 못 먹지만서두.

아이스크림은 검은 쌀 젤라또. 역시 단맛이 너무 강하지 않다.

자스민 티 (싹~ 내려줌) 찻잔이 투명해서 예쁘다.

썩 괜찮은 스시야였다. 전반적으로 간이 은은한 편이라 약간 심심한 느낌이 들었는데 구성상 기름진 생선이 많아 생기는 문제 같고, 간이 부족하단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절묘하게 잘 맞춘 느낌. 양도 정말 많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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